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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남해 용문사 - 봉서루, 대웅전, 부도군, 지장대불 (ft. 서포문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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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용문사를 찾아갑니다.

용문사라고 하면 1,000년 넘은 은행나무가 유명한 양평 용문사만 알고 있었는데

남해에도 용문사라는 이름의 절이 있었네요. 

 

남해 용문사는 신라 애장왕 때인 802년 원효대사가 보광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웠습니다.

보광사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는데

1661년 학진스님이 보광사 건물을 옮겨와 용연 위쪽에 새로 터를 잡으며 용문사라는 이름으로 중창하였습니다.

 

숙종 때는 호국도량으로 지정되어 왕실의 보호를 받기도 했다는군요.

 

남해 용문사 가는 길

용문사는 남해군 이동면 호구산 중턱, 남해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호구산 자락에는 미국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 가운데를 가로질러 쭉 올라가면 됩니다.

 

남해에는 독일마을도 있고 미국마을도 있고,

다음에는 어느 나라 마을이 또 생기려나요?

 

미국마을 가장 위쪽에 있는 집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3단으로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미국마을 방문자를 위한 주차장인가 했는데, 그러기에는 마을 규모에 비해 주차장이 너무 큽니다.

호구산 혹은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주차장일까요?

 

주차장 맨 위쪽에 서포문학공원이라는 표지석이 보입니다.

서포는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의 호입니다.

 

 

서포 김만중 동상 아니 석상과 김만중의 글을 새겨놓은 시비가 보입니다. 

미국마을과 사찰 중간에 뜬금없이 웬 김만중 기념물이지?

 

 

 

알고보니 이곳이 노도가 내려다보이는 위치입니다.

김만중은 남해 노도에서 유배생활 중 돌아가셨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일주문이 서있습니다.

일주문이 바라보는 위치를 봐서는

미국마을에서 올라오는 도로는 나중에 생긴 것이고

본디 다니던 길이 있나 봅니다.

 

일주문에 호구산용문사라 쓰인 것이 보입니다.

호구산은 호랑이가 누워있는 모습의 산이라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호구산 등산안내도도 보입니다.

 

 

절로 올라가는 작은 길 입구에 지장대도량이라는 표지석이 있습니다.

지장보살을 중요하게 모시는 사찰인 모양입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보살입니다.

몸소 지옥에 들어가 죄지은 중생들을 교화하고 구제한다고 하지요.

 

지장보살이 그러셨다고 합니다.

일체 중생이 모두 제도되어 지옥이 텅 빌 때까지는 성불하지 않겠노라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먼저 든 생각은,

아이고, 지장보살님은 영영 성불을 못 하시겠네ㅠ.ㅠ

 

 

조금 올라가니 길 옆에 용문사 부도군이 보입니다.

부도들이 대부분 종 모양인 걸 보아 조선시대 부도들 같네요.

 

 

절 앞에 포크레인이 있고 뭔가 공사중입니다.

다리 건너로 천왕각이 보입니다.

 

 

절에 들어갈 때 천왕문부터 지나게 되는데

남해 용문사는 천왕문이 아니라 천왕각이라고 되어 있네요.

 

천왕각으로 건너가는 다리 앞에 포대화상이 있습니다.

 

 

거, 이상타.

최근에 다녀온 사찰에서 계속 포대화상을 봅니다.

전에는 절에 갔을 때 포대화상을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말이지요.

다들 조성한 지 얼마 안 된 걸로 보이던데

요즘 절마다 포대화상 세우는 게 유행인가?

 

공사중이라 바로 천왕각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옆쪽으로 돌아서 갑니다. 

 

새로 지은 듯 제법 규모가 큰 2층 건물이 있고, 그 옆으로 마애지장보살좌상이 보입니다. 

이 마애불상 옆으로 호구산 올라가는 등산로 이정표가 보입니다.

 

마애지장보살상은 조성한 지 얼마 안 된 듯합니다. 

지장보살이 여의주와 육환장을 들고 계십니다.

 

 

육환장은 스님들이 짚는 지팡이인 석장의 하나입니다. 

지팡이 머리에 쇠고리를 다는데,

고리 갯수에 따라 사환장, 육환장, 십이환장 등으로 불립니다.

길을 갈 때에 이 지팡이를 땅에 짚으면 고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그러면 땅에 있던 작은 벌레 등이 도망을 가서 혹시 발에 밟히는 일이 없도록 해줍니다.

 

어느 담벼락에 용문사 템플스테이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있습니다.

요즘 절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는 것 같네요.

용문사 템플스테이 문의 전화는 055-862-4425번으로^^

 

 

공사중이라 절 옆구리(?)로 들어오긴 했지만 

다시 천왕각으로 가서 순서대로 용문사를 살펴봅니다.

공사중이라 좀 어수선합니다.

 

남해 용문사 천왕각은 조선 숙종 때인 1782년 처음 건립했습니다. 

 

 

기둥 하나가 모습이 특이한 게 눈에 뜨입니다.

기둥을 세울 목재가 짧아서 잇대어 만든 건가? 했는데,

기둥 일부가 썩는다든가 해서 문제가 생기면 그 부분만 잘라내고 새 목재를 끼워넣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꽉 물리도록 쐐기를 박는 거지요. 

 

 

 

양쪽에 두 분씩 사천왕이 절을 지키고 계십니다.

비파를 든 지국천왕은 동쪽을, 칼을 든 증장천왕은 남쪽을 다스립니다.

 

 

용과 여의주를 든 광목천왕은 서쪽을, 삼지창과 보탑을 든 다문천왕은 북쪽을 다스립니다.

 

 

천왕각을 지나 작은 개울을 건너면 봉서루입니다.

봉황이 산다는 뜻의 이름입니다.

절에는 대웅전 앞에 이런 누각이 마주해 있곤 하는데,

설법을 듣는 강당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봉서루 아래 제법 큰 구시통이 있습니다.

절에는 이렇게 구시통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하나같이 밥을 퍼서 담아 놓던 통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큰 통에 밥을 담을 정도로 절의 규모가 컸다는 의미로 그렇게 설명합니다. 

이곳 남해 용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구시통은 밥을 담던 통이 아니라 종이를 만들 때 쓰던 통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절에서 종이를 만들어 바치게 했거든요.

저는 밥을 담던 통보다는 지통이라는 의견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봉서루 아래를 지나 가면 대웅전이 보입니다.

 

 

남해 용문사 대웅전은 조선 현종 때인 1666년 일향화상이 건립한 뒤 영조 때인 1773년 중수되었다 합니다. 

중창 기록과 건축 양식으로 보아 그리 판단한다네요.

다포계 양식의 팔작지붕으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을 보여 줍니다. 

 

 

대웅전 앞에서 봉서루의 뒤쪽이 보입니다.

지금은 문이 다 닫혀 있지만 모두 열면 훤히 트인 누각이 됩니다.

 

 

봉서루 옆으로 범종루가 보입니다.

 

 

대웅전에는 목조삼존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아미타불을 중삼으로 양옆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계십니다.

 

 

삼존불 뒤로 영산회상탱화가 보입니다.

영산회상이란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하시는 모습을 말합니다.

이때 설하신 내용이 법화경에 해당합니다.

 

남해 용문사의 영산회상탱화는 건양 2년에 조성된 것이라 합니다.

건양 2년이면 1897년이군요.

 

불상 위쪽 닫집에는 섬세한 조각이 돼있습니다.

 

 

대웅전 옆에 명부전이 있습니다.

명부전은 돌아가신 분을 위해 기도드리는 곳입니다.

명부전에는 지장보살을 주존불로 모십니다.

지장보살은 중생들을 지옥으로부터 구제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보살이니까요.

 

 

남해 용문사를 처음 세울 때 원효대사가 지장보살상을 직접 조성하고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지금 모셔둔 지장보살상이 그때 불상은 아니지만,

그런 연유로 용문사를 지장도량이라 하는 걸까요?

 

 

명부전 뒤쪽에 단칸짜리 작은 전각이 있는데, 용화전이라 합니다.

 

 

용화전에는 하얗게 칠해진 석불좌상이 있습니다. 

이 불상은 300년 전 용문사 경내에서 발견되었다 합니다.

정확한 조성시기는 알 수 없지만 불상 생김으로 추정컨대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초로 추정된다는군요.

 

 

용화전 옆으로 문화재 안내문들이 즐비합니다.

남해 용문사 대웅전과 괘불탱은 국가문화재인 보물로 지정되어 있고,

지역문화재인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도 27점 있습니다.

용문사의 웬간한 전각이나 불상, 불화는 다 지정된 것 같네요^^

 

 

다시 대웅전 앞을 지나 용왕당과 대불이 있는 쪽으로 가는데 영산전이 있습니다.

새로 지은 듯 단청이 밝고 화려하게 보입니다.

 

 

영산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셨습니다.

 

 

양옆으로 16나한상도 보입니다.

주존불도 그렇고 영산전의 불상들은 동글동글 아담합니다^^

 

 

영산전에서 몇 걸음 더 가면 일부러 가꾼 야생화 단지(?) 같은 공간이 있고

그 옆에 대불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반짝반짝 새로 조성한 티가 역력하네요^^

 

 

뒤돌아서 보니 상주면 쪽 산줄기가 보이고 남해 바다가 살짝 보입니다.

높이 보이는 저 산은 혹시 보리암이 있는 금산이려나?

 

 

지장대불을 가운데 모시고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을 양쪽에 모셨습니다.

역시나 하얗고 말끔한 불상들입니다.

이 지장대불 점안식이 작년 4월 15일이었다니까 이제 갓 1년이 됩니다.

 

 

도명존자는 8세기 중국 양주의 승려였는데 우연히 사후세계를 경험했다 합니다.

명부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중 지장보살을 만났고,

이승으로 돌아와 자신이 본 지옥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지요.

그런 연유로 지장보살의 협시로 모시는 것이고, 젊은 승려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무독귀왕은 사람들의 악한 모습을 없애 준다 합니다.

지장보살은 전생에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지극한 효심으로 구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 지장보살을 안내해 준 지옥의 왕이 무독귀왕이었다 합니다.

 

지장대불이 있는 근처는 잘 정리된 화단 느낌에 구획을 나누어 놓았던데

아니나 다를까 남해군에서 조성한 자생식물 단지였네요.

 

 

지장대불과 자생식물 단지가 있는 곳에서 작은 계곡 건너편에 용왕당이 있습니다.

 

 

번듯하게 건물을 지어놓은 것은 아니고

지붕을 올린 보호각 아래 용왕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절에는 민속신앙이 결합되어 있는데 산신각, 칠성각 같은 것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곳은 아무래도 바닷가 절이다 보니 용왕을 모신 듯합니다.

 

 

용왕님까지 뵙고 남해 용문사 답사를 마칩니다.

 

용문사에서 내려오는 길, 마을 아래쪽으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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