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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크리스마스 트리와 한라산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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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하면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트리 장식입니다.

전나무 같은 상록침엽수에 전등이나 각종 장식물을 매달아 장식하는데 그 유래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독일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보니파티우스에서 시작됐다는 설, 마틴 루터가 시작했다는 설, 고대 로마에서 유래됐다는 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래도 공통된 것은 독일에서 시작되어 유럽 각국으로, 미국으로, 그리고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는 것입니다.

 

▶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기

 

 

크리스마스 트리로는 대개 전나무를 사용합니다.

 

요즘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나무도 많이 이용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위해 트리용 나무를 재배하는 시장도 꽤 되나 봅니다. 

 

미국의 크리스마스 트리 시장에서 인기 있는 나무 중 하나가 Korean Fir입니다.

직역하면 한국 전나무이지만 우리가 전나무라고 부르는 그 나무가 아니고 구상나무를 말하는 겁니다.

 

구상나무는 수형이 아름다워 관상용, 공원수, 정원용이나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나무입니다. 

 

한라산 구상나무

 

전나무나 구상나무 모두 소나무과에 속하는 바늘잎나무지만

구상나무는 전나무나 소나무와 달리 잎끝이 뾰족하지 않습니다.

약간 납작한 모양에 잎의 끝이 둘로 갈라졌고 뒷면이 하얀색을 띱니다.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식물입니다.

특산식물이란 특정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을 말합니다.

품종을 개량하거나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것 말고요. 

구상나무가 한국 특산식물이라는 건 자생지를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구상나무는 추운 곳에서 자라는 북방계 식물이라 높은 산에서만 자랍니다.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무등산 같은 산에서 

해발 500~2,000m 정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라산 백록담 남벽 아래 구상나무들

 

지리산 세석평전의 구상나무들

 

 

우리나라 구상나무 자생지 중에서도 구상나무로만 이루어진 순림을 볼 수 있는 곳은 한라산입니다. 

한라산의 해발 1400미터 지점에서 정상까지 분포하는데 특히 1500〜1700m 사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백록담을 가기 위해 성판악 탐방로로 오르다 보면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면서부터 상록수들 사이를 지나게 됩니다.

탐방로 옆쪽으로 계속 보이는 그 나무들이 구상나무입니다.

 

 

 

어리목 코스나 영실 코스로 오르더라도 구상나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중 어리목 코스의 만세동산에서 보는 구상나무들은 훼손 지역 복구용으로 심은 것이라 합니다.

 

만세동산의 구상나무들

 

만세동산의 구상나무들

 

윗세오름 대피소 지나 남벽 아래에서 보는 구상나무도 제법 멋집니다. 

 

한두 그루씩, 혹은 몇 그루씩 모여 있는데

그 자태를 감상하기에는 밀집된 숲보다 나을 수도 있겠네요.

 

 

 

백록담 남벽을 등지고 서면 눈앞으로는 흡사 어느 벌판에라도 온 듯 평평한 땅이 펼쳐지는데 이곳에도 구상나무가 줄지어 있습니다.

 

 

구상나무들은 겨울에 눈을 뒤집어쓰면 한라산 설경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 주는 주역이 됩니다.

 

 

 

지금 우리는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구상나무 이런 나무들을 다 따로 분류하지만

옛사람들은 식물 분류라는 개념이 없었고

더구나 구상나무는 높은 산에서만 자라다 보니 

그 존재를 잘 몰랐을 겁니다. 

 

옛사람들이 남긴 글을 보면

내용으로 보아 구상나무가 분명한데 정확이 어떤 나무인지 모르겠다는 경우가 보입니다.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했던 김정(1486~1521)이 남긴 글에는 

"장대와 같은 전나무는 너댓 아름이나 되는 것이 쭉쭉 서있다." 했고

 

조선 전기의 문인 임제(1549~1587)는 제주목사로 부임한 부친을 뵈러 제주에 왔을 때 한라산을 올랐는데

"영곡(영실) 지나 남쪽 산기슭으로 오르니 소나무 비슷한 나무가 있는데 잣나무도 아니고 삼나무도 아니고 전나무도 아니었다. 우뚝우뚝 늘어서 있는 것이 모두 깃대와 양산 덮개 모양이다. 스님은 계수나무라고 하였다."

하고 기록했습니다. 

 

1702~1703년 제주목사를 지냈던 병와 이형상이 쓴 책 <남환박물> 중 한라산에 대한 부분에는

"남쪽 산기슭에도 나무가 있는데 측백도 아니고 삼나무고 아니며 박달나무도 아니고 전나무도 아니며, 은은히 당개 같은데, 전하기를 계수나무라고 한다."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당개란 장대 끝에 깃발을 달아 드리운 당과 햇볕이나 비를 가리는 일산인 개를 함께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계수나무라고 했을까?

아마 여기서 말하는 계수나무는 잎 모양이 동글동글한 현실의 계수나무가 아니라 달나라에 있다는 상상 속 계수나무를 불러다 쓴 것 아닐까 합니다. 

 

 

구상나무 이야기를 하는 김에 꽃과 열매도!!

 

꽃은 5~6월에 피는데 크기는 1〜2cm 정도이고, 솔방울 같은 모양에 빨강색, 노랑색, 분홍색, 자주색 등으로 핍니다.

 

소나무 집안은 수꽃과 암꽃이 따로 핍니다.

 

 

구상나무 수꽃

 

구상나무 암꽃

 

열매는 8〜9월에 솔방울로 달리는데 구상나무 열매는 위로 솟아오릅니다. 

 

열매 색에 따라 푸른구상나무, 검은구상나무, 붉은구상나무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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