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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구례 천은사에서 두리번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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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을 거의 보기 힘든 겨울에, 날씨마저 꾸무룩하던 날 찾아간 천은사

지난 여름 다녀왔더랬는데 그냥 생각이 나서 날씨 무릎쓰고 느닷없이 또 찾아갔습니다.

 

푸르름이 우거졌던 여름과는 느낌이 확! 다르네요.

 

구례에서 지리산 노고단 방향으로 861번 도로를 타고 가면 본격적인 꼬부랑 오르막이 시작될 즈음 산문이 나타납니다.

방장산 천은사

방장산은 지리산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흔히 절 입구에 세우는 일주문 같지만 천은사의 일주문은 따로 있습니다.

 

 

문을 받친 기둥이 상당히 굵네요.

 

 

산문 바로 지나서 붙어 있는 플래카드들

 

 

하나는 겨울철에 성삼재 도로를 통제한다는 것이고 하나는 부분적으로 허용한다는 겁니다.

허용구간은 천은사까지인 듯.

겨울철 성삼재 도로 통제를 알리는 안내판은 이 산문 이전부터 세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눈이 쌓이지 않는 한 통행을 막지는 않고, 제설도 금세 해주는 것 같더군요.

 

예전에는 이 산문 옆에 국립공원 매표소가 있었습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있던 시절에요.

희한한 건 국립공원 입장료에 문화재 관람료를 통합 징수했던 거지요.

등산객들은 절을 들르지 않는데,

차를 타고 절 근처를 지나가기만 하는데도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간 겁니다.

사람들이 부당하다며 분리징수 해야 한다고 주장해본들 뭐.

 

그러다 2007년에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졌는데, 문화재 관람료는 계속 징수했습니다.

다른 사찰들은 그래도 절 앞으로 걸어가기나 하지,

그러니까 지나는 길에 흘깃 보기라도 한다지만

천은사는 절 앞의 드넓은 주차장이 도로에 접해 있을 뿐, 차 타고 휙 지나가면 쳐다볼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절 앞을 지나간다고 문화재 관람료를 받은(아니 강제 징수한) 겁니다.

문화재 관람료 받으려면 절 앞에 매표소를 만들 것이지 왜 도로를 막고 받는담?

 

무엇보다 골때리는 건 노고단 가려고 버스 탄 사람들한테까지 버스에 올라와 일일이 징수한 것.

도로 지나가는 땅이 절 땅이라나 어떻다나.

이건 뭐 동네 양아치들이 골목 막고 통행세 받는 거랑 뭔 차이?

중X 소리가 절로 나오는......(부처님 죄송합니다.)

 

암튼 그렇게 천은사에 통행료를 내고 다녔는데 작년 5월엔가 없어졌더군요.

천은사 스님들이 갑자기 욕심을 비우셨을 것 같진 않고, 정부에서 뭔가 보존을 해주거나 했겠지요.

 

그렇게 악착같이 받던 통행료를 없앴으니 매표소를 절 앞으로 옮겼으려니 했는데

6월에 가봤는데 천은사 입장료를 안 받는 겁니다.

막상 천은사 오는 사람들 입장료는 받아 봐야 얼마 안 되는 건가?

알 수는 없지만 나중에 매표소 설치하겠지 그랬는데 

이번에 갔을 때도 여전히 매표소가 없네요.

 

일단 아직까지는 천은사 입장료가 없습니다.

절 주변에 탐방로를 정비한다는 둥 한창 단장중이던데 그게 끝나면 입장료를 받을지 어쩔지

언젠가 받을지는 알 수 없고요.

 

 

우야든둥 넓디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은사 일주문을 지나갑니다.

 

 

천은사의 원래 이름은 감로사였다고 합니다.

신라 흥덕왕 때인 828년 인도의 덕운 스님이 절을 창건했는데 샘물로 병든 사람을 고쳐 이런 이름이 되었다지요.

 

감로사는 고려시대에 꽤 번성하여 충렬왕 때(1275~1308)에는 남방제일선원南方第一禪院)이라 불렸습니다.

 

감로사는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없어졌다가 광해군 때인 1610년 혜정선사가 중창했습니다.

 

천은사로 이름이 바뀐 것은 숙종 때인 1679년 단유선사가 절을 크게 중수하면서입니다.

 

단유선사가 절을 중수할 무렵 절의 샘가에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자 사람들이 두려워했습니다.

한 스님이 용기를 내어 구렁이를 잡아죽였는데 그 일 이후 샘이 말라 버렸습니다. 

그래서 샘이 숨었다는 뜻으로 천은사라고 불렀다 합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작은 계곡을 건너는 다리 위에 누각이 서있습니다.  

드리울 垂에 무지개 虹, 수홍루입니다.

여름날 녹음 속에서 봤을 때랑 느낌이 너무 다르네요^^

 

 

누각 아래 무지개다리가 보입니다.

수홍루 아래로 흘러간 물은 천은사 바로 아래 천은저수지로 모입니다.

 

 

수홍루 지나 찻집 겸 기념품 매장이 있고 그 옆에 감로수가 있습니다.

물을 받아놓은 돌확이 몹시 큽니다.

 

 

나무 바가지에 저마다 기원하는 바를 적어 놓았습니다.

 

 

사찰에 들어설 때 처음 지나게 되는 문, 천왕문이 가파른 계단 위에 있습니다. 

천왕문에는 동서남북 하늘을 다스리며 불법을 수호하는 천왕 네 분이 계십니다. 

그래서 사천왕문이라고도 합니다.

 

 

왼쪽에 계신 증장천왕(남쪽 세계)과 광목천왕(서쪽 세계)

 

 

오른쪽에 계신 다문천왕(북쪽 세계)과 지국천왕(동쪽 세계)

 

 

천왕문을 나서면 새로 세운 듯한 석등을 배경으로 보제루가 서있고 오른쪽으로 범종각이 있습니다.

 

 

천왕문과 보제루 사이 계곡 쪽으로 보이는 안내문

양비둘기 서식지임을 알리는 내용인데 언제 세운 것인지, 관리를 하기는 하는 것인지 몇 년 전 봤을 때부터 낡고 해진 상태 그대로입니다.

 

 

범종각에는 사찰에서 사용하는 사물(법고, 범종, 목어, 운판)이 있습니다.

 

 

보제루는 사찰에서 강당처럼 사용하는 건물입니다. 

법당 대신 설법을 하기 위해 지은 누각으로 사찰에는 대개 대웅전 앞에 이런 누각이 있습니다.

보제는 널리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입니다.

천은사 보제루는 이름만 '루'일 뿐 누각으로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보제루와 마주보는 위치에 극락보전이 있습니다.

사찰의 금당(중심 법당)은 어떤 부처님을 모시는가에 따라 이름이 다른데

천은사의 금당은 극락보전입니다.  

극락보전은 서방의 극락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입니다.

 

 

최근에 국가문화재인 보물로 지정된 것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네요.

 

 

그런데 극락보전이라 쓰인 현판의 글씨가 참 낯익습니다.

뭔가 낯익은 서체에다 특히나 강진 백련사 대웅전 현판이 생각나는 글씨입니다.

원교 이광사가 썼다는 현판.

 

나중에 찾아보니 천은사 극락보전 현판도 이광사 글씨가 맞네요.

응? 내가 이런 걸 알아본다고? 

서예에 문외한인데도 여기저기 답사를 다니다 보니 눈에 익은 서체도 생기네요.

 

하지만 아까 지나온 일주문 현판 역시 이광사의 글씨였던 건 전혀 눈치 못 챈 걸 보면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

 

 

이광사는 천은사에 들렀다가 절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절을 크게 중수하고 천은사라 이름을 바꿨는데 수차례 화재가 발생하는 등 불상사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절의 수기(水氣)를 지켜주던 이무기를 죽인 탓이라 생각했습니다.

이광사는 물이 흘러 떨어질 듯 한 필체로 지리산 천은사 글씨를 써주더니 그 글씨를 일주문 현판으로 걸라 했습니다. 그러면 다시는 화재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요.

사람들이 의아해 하면서도 그대로 따랐더니 신기하게도 이후로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교는 자신의 글씨에 그만큼이나 자신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극락보전 벽에 그려진 그림은 심우도군요.

소를 찾아다니는 소년에 빚대 본성을 찾아 수행하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

 

 

이곳이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극락보전 앞에 서있습니다.

이 드라마 꽤 인기 있었던 걸로 아는데, 촬영지를 찾아 천은사에 오는 사람도 있는 모양?

 

 

극락보전에 모신 부처님은 아미타불입니다.

양옆에 계신 보살님들은 아마도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겠지요.

천은사 극락보전의 협시불은 목조관세음보살좌상과 대세지보살좌상(보물 1889호)이라 했는데 지금 모셔져 있는 불상은 입상입니다. 

이전의 불상들은 따로 모시고 새로 조성한 모양입니다.  

 

보살들 뒤로 보이는 탱화는 보물 92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아미타불이 서방극락에서 설법하는 모습인데 중앙의 아미타불 좌우로 8보살과 10대제자, 사천왕 등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습니다. 

 

천은사 극락보전 아미타후불탱화는 영조 52년(1776)에 신암화련 등 승려화가 14명이 그린 것으로 제작연대와 그린 이가 명확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등장인물에 명칭이 적혀있어서 아미타불화를 연구하는 데 귀한 자료가 된다 합니다.

 

 

대웅전 측면 벽에 있는 삼장보살도입니다. 

아미타후불탱화와 같은 시기에 같은 승려들이 그린 것입니다. 

 

 

삼장보살도는 천장보살, 지지보살, 지장보살 세 분을 그린 불화입니다.

세 보살은 각각 천상, 지상, 지하(유명계)의 교주로 받들어지는데 소의경전(근본으로 삼는 경전)이 없고 정확한 유래도 모른다 합니다. 

삼장보살도는 수륙재를 지낼 때 의례용으로 쓰인다는데, 수륙재라는 것이 물과 육지에서 떠도는 외로운 영혼들을 달래기 위해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니까, 민간신앙 요소가 섞인 것 아닐까 싶네요.

 

천은사 극락보전의 불단 좌우 기둥에는 동물 조각이 있습니다.

불단 오른쪽 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듯한 동물의 모습.

 

 

이 동물의 정체는 해태라고 합니다.....음......해태라고 하니까 해태려니. 

왼쪽 기둥에는 수달이 조각돼 있다는데 덜렁대다 놓치고 못 봤습니다ㅠㅠ 

 

 

극락보전 뒤로 올라가면 제법 큰 바위가 있고 그 뒤로 팔상전과 응진전이 있습니다.

 

 

팔상전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여덟 장면으로 나누어 그린 팔상도를 모신 법당입니다.

응진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 16나한을 모시는 곳으로 나한전이라고도 합니다. 

 

팔상전 옆으로 관음전과 삼성전이 보입니다.

관음전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법당이고 삼성전은 산신, 칠성, 독성(나반존자)을 모신 전각입니다. 

 

 

극락보전 앞 마당 한쪽에 템플 스테이를 안내하는 배너가 서있습니다.

 

 

언젠가부터 템플 스테이가 유행이던데, 천은사는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듯합니다.

법당들이 모여 있는 공간 뒤쪽으로 템플 스테이를 위한 공간이 제법 넓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울타리를 치고 대문도 있지만 비참가자들도 출입을 할 수는 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템플 스테이 참가자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요.

 

 

오래된 듯한 건물도 보이고 새로 지은 건물도 있는데

지금은 프로그램이 없는 듯 비어 있습니다. 

 

 

템플 스테이 공간까지 둘러본 후 되돌아나와 일주문을 나가기 전 옆쪽으로 난 소나무숲길을 걸어봅니다.

주변에 소나무들이 제법 많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날씨 때문인지 푸르름보다는 쓸쓸한 느낌이네요.

 

 

산책로에서 본 수홍루. 여름에 보면 제법 멋있을 것 같네요.

아니, 나무가 우거지면 가려서 안 보이려나요?

 

 

산책로에서 본 천왕문

 

 

엉뚱하게 숲길 입구가 아니라 조금 위쪽에 있던 이정표

 

 

천은사 소나무숲길 정비 공사를 한다더니 아직 다 안 끝난 모양입니다.

군데군데 안내문이 비어 있고 공사중인 데크도 있습니다.

천은사 소나무숲길은 절 바깥길을 한 바퀴 도는 코스인데 30분 정도 걸립니다. 

 

 

[ 천은사 관람시간 ]

입장 시간이 따로 안내되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해진 뒤에까지 절 안을 돌아다닌들 뭐가 보일 리 없고 스님들께도 실례일 듯합니다.

일단 9시 이후에는 들어오시지 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 천은사 입장료 ]

지금은 입장료가 없습니다.

추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군요.

 

[ 천은사 가는 버스시간표 ]

구례에서 천은사 갈 수 있는 버스 시간표입니다.

천은사가 도로와 가까워서 버스 내리면 바로 보입니다.

광의 노선 혹은 노고단 노선을 이용하는데, 노고단 노선은 겨울철에는 운행하지 않습니다.

대개 11월부터 4월까지 운행을 안 하던데 자세한 날짜는 구례터미널에 문의하면 되겠습니다.

구례공영버스터미널 전화 061-780-2730, 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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