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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돈의문 박물관 마을로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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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돈의문, 새문

어릴 때부터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서대문은 어디 있나? 였습니다.

한양의 사대문 중 남대문인 숭례문, 동대문인 흥인지문은 자주 보는데 서대문은 본 적이 없거든요.

북대문에 해당하는 숙정문은 청와대 뒤쪽이라 일반인 출입을 통제해서 못 본다지만

(지금은 한양도성길이 개방되어 가볼 수 있습니다)

서대문은 지명은 남아 있는데 실물을 본 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서대문의 이름은 돈의문입니다.

돈의문은 1396년 처음 세워졌는데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고 해서 1413년 폐쇄되었다가 1422년 지금의 정동사거리 쪽에 새로 세워졌습니다.

서대문(돈의문)에는 다시 세운 문이라고 해서 새문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그 안쪽 동네를 새문안동네라 부르게 되었다지요.

 

돈의문은 1915년 일제가 도로를 확장한다며 철거해 버렸습니다.

 

이미 600년이나 지났지만 새문안이라는 지명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광화문 사거리(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서대문 사거리(서대문역 교차로)까지 도로의 이름이 새문안로입니다.

 

제게 새문안이라는 지명이 익숙한 것은 새문안교회 때문입니다.

오며가며 많이 보기도 했고 꽤 큰 교회라 일종의 랜드마크처럼 여겨지기도 했거든요.

 

돈의문 박물관 마을 조성

새문안동네는 2003년 그 일대가 돈의문 뉴타운으로 선정되며 근린공원이 될 계획이었습니다.

기존의 집들을 모두 헐어버리고 말이지요.

하지만 낡은 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헐고 보는 재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보자는 고민이 있었고

다행히 마을의 원형을 유지하며 개발하는 쪽으로 결정이 되어 지금의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만들어졌습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우리의 지난 모습 중 1960~80년대 분위기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위치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광화문 사거리와 서대문 사거리 사이, 서울역사박물관과 강북삼성병원 사이에 있습니다.

박물관 마을 앞쪽 횡단보도 있는 곳이 정동사거리, 이곳에서부터 덕수궁까지 정동길이 이어집니다.

 

정동길 초입에서 본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모습입니다.

이 사진은 지난 11월에 찍은 것이고, 2020년 1월 말 현재는 수직정원 공사중이라며 가림막이 쳐져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면 어떤 모습이려나요?

 

 

건물벽에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라 쓰여 있고 그 옆쪽 계단에도 다시 돈의문 박물관 마을 간판(?)이 있긴 하지만

건물 하나로 된 박물관이 아니다 보니 출입로는 사방팔방으로 열려 있습니다.

 

 

마을안 어느 벽에 붙어 있던 마을지도입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구경하기

서울역사박물관 앞 정류장에서 내려 흥화문 옆쪽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가 봅니다.

경찰박물관 뒤쪽 길이네요.

예전에 이 골목에 있는 식당 가느라 종종 갔던 길^^

 

 

삼거리 이용원과 서대문사진관, 새문안극장 간판이 보입니다.

 

 

삼거리 이용원 내부는 이렇게 생겼네요.

정면에 크게 걸린 태극기가 인상적이네요.

언제 어디서나 애국심이 필요했던 시절?

 

 

서대문사진관에 들어가 보니 어떤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고,

순서를 기다리는 분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외부는 옛날식 사진관으로 코닥필름 표시가 되어 있지만 지금 찍는 건 디지털 방식이겠죠?^^ 

 

 

길거리 벽에 붙은 표어들

 

 

물건을 잘 보호해서 운반하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화물트럭들 안전하게 제대로 적재하라는 요즘과 다를 게 없네요.

아이를 그만 낳으라는 표어와 제발 아이를 낳으라는 표어가 나란히 보입니다.

산아제한 한다고 온갖 캠페인을 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산장려라니

우리나라가 얼마나 급격히 변하고 있는지 실감납니다.

 

극장 옆 골목에는 오락실이 있습니다.

오락실 간판에 지능개발, 두뇌개발이라니....ㅋㅋㅋ

 

 

오락실로 들어가니 접수대 밑에 추억의 아이템이 보입니다.

종이 인형과 옷을 오려서 입히며 놀기^^

지금 아이들도 이런 놀잇감을 알까요?

 

 

오락실 안에는 옛날식 오락기들이 놓여 있고

갤러그, 테트리스, 버블버블 같은 게임들을 실제로 해볼 수 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하다 보면 아이를 찾아온 엄마의 등짝 스매싱!

"이놈 시키!!"

설정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락실 2층은 만화방입니다.

정말 오래된 만화들이네요.

 

 

새문안극장에서는 맨발의 청춘과 고교얄개를 상영중이네요.

영어 표현을 많이 쓰는 요즘과 달리 예전 영화 제목에는 한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극장 벽에 영화 포스터들도 붙어 있습니다.

제법 유명한 영화들입니다.

그 한쪽 끝에 깨알같이 붙어 있는 계몽포스터^^

 

 

선거 벽보도 붙어 있습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

이거 꽤 많이 유명한 구호 아닌가요. 

신익희 후보 이름에서 희熙자를 히로 표기한 게 눈에 뜨입니다.

표기법이 지금과 달랐던 듯

 

 

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영화에 대한 소개와 함께 릴테이프들이 보입니다.

 

지금은 디지털 방식으로 영화를 틀어 주지만

예전에는 이 릴테이프를 영사기에 걸어 촤르르륵 돌려가며 스크린에 비춰 주었습니다.

상영시간이 긴 영화는 중간에 테이프 바꿔 거는 시간도 있었고요. 

객석 뒤쪽에서 스크린을 향해 쏘던 불빛이 생각나네요.

영화 시네마천국에 보면 그 장면이 잘 나오지요.

 

이 극장에서는 상영시간표에 맞추어 예전 영화를 틀어 줍니다.

까치가 화면에 보이던데 영화 제목이 뭐였을까요?

공포의 외인구단?

 

 

객석 뒤쪽 방에는 비디오가게가 재현되어 있습니다.

참새 방앗간 가듯 비디오가게를 들락거리던 추억이 새록새록한데

언제부턴가 DVD가 등장하더니 그것도 잠시 이제는 파일로 전송하는 시대네요.

 

 

극장 옆에 있는 생활사 전시관에는 수십 년 전 주택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부뚜막이 있는 부엌과 병풍에 재봉틀이 있는 안방, 그리고 작은방을 재현해 놓았는데

검정색 교복과 교련복을 보니 고등학생 아들이 있는 집인 듯.

 

 

극장과 생활사 전시관 사이로 들어가니 스코필드 기념관이라 표시된 집이 나옵니다.

프랭크 스코필드는 삼일운동 당시 국제 정세를 수집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물론

만세운동 모습을 촬영하고 외국에 널리 알리는 일을 했습니다.

한국 이름은 석호필이고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민족대표 34인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스코필드 기념관 옆집은 독립운동가의 집이고 그 앞에 마을마당이 있습니다.

 

 

 

마을마당에 있는 마을안내소 앞에서는 설을 맞아 공연이 펼쳐지고 있네요.

 

 

마을안내소에서는 스탬프 용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표시된 곳에서 한 글자씩, 돈 의 문 박 물 관 마 을 8글자를 모두 찍어 오면 작은 기념품을 준다 하네요.

제가 갔던 날은 설명절을 맞아 떡국을 나눠 주고 있더군요.

 

 

마을안내소 안의 지도에는 박물관 마을로 바뀌기 전 이곳에 있던 공간들에 대한 설명이 함께 있습니다.

 

 

마을안내소 뒤쪽의 한옥길

한지, 자수, 서예, 도예 등 공방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체험 활동을 해볼 수 있습니다.

 

 

마을마당 주변으로 돈의문 전시관들이 여러 채 있습니다.

돈의문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돈의문 전시관은 유적전시장, 아지오, 한정, 교육관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식당으로 운영되던 건물들을 활용해 전시공간으로 꾸민 것이라 합니다.

 

 

경희궁 궁장 유구가 발굴되어 있습니다.

오른쪽의 길다란 석재가 경희궁의 남쪽 담장 흔적이라네요.

담장과 나란히 배수구가 보이고, 온돌의 흔적과 일제강점기 건물터도 함께 발굴되었다 합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중첩된 건물의 흔적인 겁니다.

 

 

돈의문의 역사와 역사 속에 나타난 돈의문

 

 

돈의문 뉴타운 사업으로 사라진 곳들 중 홍파동 일부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1960년대 새문안 동네에는 과외방이 밀집해 있었다 합니다.

당시에는 중학교 고등학교도 입시가 있었고,

지금은 서울 각지로 분산되었지만 이 일대에 명문학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 학교를 지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방이 하나 둘 생겨났던 겁니다.

1980년 과외금지법이 시행되고 학교들이 강남 지역으로 옮겨갈 때까지 사교육의 중심지였다는군요. 

지금으로 치면 대치동 학원가 쯤 되려나요?

 

 

물론 지금처럼 건물 자체가 학원처럼 운영되던 것은 아니고 주택을 빌려 과외를 했던 것이라 과외방들이 떠난 뒤에도 주택가로서 명맥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관공서와 기업체들이 주변에 들어서면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가로 변화합니다.

2000년대까지 식당골목이었다가 재개발 사업으로 모두 떠나고 지금은 박물관 마을이 된 것이지요.

 

새문안동네에 있던 식당들에 대한 전시공간

 

 

지금은 유물이 되어 버린 금전등록기

 

 

마을마당 앞쪽에 돈의문 구락부라 쓰인 집이 있습니다.

구락부는 클럽Club을 한자로 음역한 것입니다.

지금은 클럽이라고 하면 춤추는 곳이지만 구한말 구락부가 처음 생겼을 때는 사교모임을 뜻했습니다.

 

 

돈의문 구락부에서는 마을에 주소를 두었던 프랑스인 부래상(Plaisant), 미국인 테일러(Taylor) 등의 외국인들과 20세기 초의 무도학관 등에 대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부래상은 서울사람들을 상대로 땔감 장사를 크게 했고, 테일러는 자동차, 영화, 보험 등 서양의 새로운 품목들을 중개했습니다.

 

 

돈의문 구락부 2층은 대관신청을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1시간에서 3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고 음식물은 들고 들어오지 말라는군요.

간단한 모임을 이곳에서 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겠네요.

 

 

돈의문 구락부 옆 시민 갤러리에서는 통신을 주제로 한 작은 전시들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전화카드 한장으로 나누던 이야기들'은

공중전화를 이용하던 시절의 전화카드들을 보여 주고

 

 

'어서 와, 이런 통신기기는 처음이지?'는

초창기 대포(?) 같다고 표현되던 묵직한 휴대전화부터 지금의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통신기기들을 보여 줍니다.

핸드폰이 출시되던 초창기 치열했던 광고전의 흔적이 보입니다.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이동전화기들을 구경하며

"난 이 전화기부터 사용했어."

저마다 자신들의 첫 휴대전화를 추억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전시들은 4월 19일까지라는 걸 보니, 주제를 바꿔 가며 계속 전시를 하나 봅니다.

 

제가 박물관 마을을 둘러보며 찍어온 사진은 일부일 뿐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건물도 여러 채이고 저마다 다른 내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관심 가는 주제를 골라 꼼꼼히 보는 식으로 관람해도 좋을 듯하고

예전에는 이랬구나 하면서 쓰윽 한 바퀴 돌아보며 분위기만 느껴봐도 좋을 듯합니다.

마을안내소 옆 공방 골목에서는 다양한 체험활동이 운영되고 있으니 하나 골라서 참가해 보는것도 좋겠고요.

체험 신청은 돈의문 박물관 마을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이용하기

[ 관람 시간 ]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월요일은 쉽니다.

 

[ 돈의문 박물관 마을 주차장 ]

마을 주차장은 따로 없고 주변의 강북삼성병원이나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강북삼성병원 주차비는 10분에 1,000원씩입니다. 

서울역사박물관 주차비는 처음 1시간까지는 1,000원이고 이후에는 5분당 400원씩 추가됩니다.

서울시내 교통도 복잡한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 지하철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 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 강북삼성병원 방향으로 420m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로 나와 서울역사박물관 방향으로 900m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6, 7번 출구로 나와 서울역사박물관 방향으로 1km

지하철 1호선, 2호선 시청역 1, 2, 3번 출구로 나와 정동제일교회 방향으로 8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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