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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영화 빅식 - 사랑 앞에 국경은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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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언설 중 사랑 앞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사람인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미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무슨 문제랴, 그런 건데

사실 이런 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랑에 국경이 장애가 되기 때문 아닐까요?

 

지금이야 워낙 글로벌하게 왕래하고 국제결혼도 많아졌지만

서로 교류가 적었던 예전에는 국적 차이도 제법 큰 장애가 되었으니까요.

지금도 뭐 국제결혼을 꺼리는 경우가 제법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경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한국사람, 호주사람, 가나사람 그런 국적을 말하는 걸까?

 

영화 빅식을 보다 보니 그 국경이란 결국 '문화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그 차이 중 하나가 한쪽에서 "절대 국제결혼은 안된다"는 문화라면?

 

빅식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주인공 역할을 한 배우가 겪은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쿠마일은 자기 이야기를 직접 연기한 것이고 

쿠마일과 에밀리라는 주인공들 이름 역시 사연의 주인공들 이름 그대로입니다.


빅 식 The Big Sick (2017)

[ 감독 ]

마이클 쇼월터

 

[ 등장인물 ]

쿠마일  (쿠마일 난지아니)

에밀리  (조 카잔)

베스, 에밀리 엄마  (홀리 헌터)

테리, 에밀리 아빠  (레이 로마노)

아즈맛, 쿠마일 아빠  (아누팜 커)

샤민, 쿠마일 엄마  (제노비아 쉬로프)

 

[ 미디어에 소개된 빅식 줄거리 ]

사랑이 허락되지 않은 파키스탄 남자 쿠마일,
결혼에 실패한 전적이 있지만 사랑을 쫓는 미국 여자 에밀리.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어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지만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으로 인해 이별을 택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밀리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녀가 잠든 14일 동안 쿠마일의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데…


쿠마일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는 파키스탄 출신 청년입니다.

부모님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되기를(아마도 파키스탄의 친척들이 보기에 번듯한 직업을 갖기를) 바라지만

쿠마일은 자신의 꿈을 쫓습니다.

 

 

어느 날 쿠마일이 공연을 하던 중 어떤 여성이 큰 소리로 대답하며 끼어듭니다.

쿠마일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 에밀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요.

 

 

하지만 이 사랑이 집안에서 받아들여질 리 없습니다.

 

부모님은 미국에 왔으면서도 여전히 파키스탄식으로 살아가고 또 자식들에게도 그것을 요구하는데,

이슬람신자로서 매일 기도를 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결혼은 반드시 arranged marrage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arranged marrage를 정략결혼이라 번역해 놓았던데

중매결혼이 맞는 말 아닌가?

정략결혼이라면 대단히 권력과 재력이 있는 집안끼리 혼맥을 맺는 개념일 텐데요.

 

이 영화 자막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arranged marrage를 정략결혼으로 번역해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내용으로 보아 분명히 중매결혼이 맞는데도요.

 

쿠마일은 부모님이 기도를 하라고 하면 몰래 딴짓을 하고

중매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부모님께 반항을 하지도 못합니다.

 

쿠마일은 집을 나와 친구와 살고 있지만

가까이 살고 있는 부모님 집에 자주 갑니다.

 

쿠마일이 에밀리에게

자기는 이틀 데이트 하고 나면 이틀간은 만나지 않는 이틀법칙을 지킨다는 둥 그런 말을 하는데

알고 보니 부모님 집에 가야 해서 그랬던 것.

 

쿠마일이 가족과 식사를 하러 갈 때마다 젊은 아가씨가 집에 찾아옵니다.

지나는 길에 들렀다나요.

사실은 엄마가 쿠마일에게 결혼상대를 소개하려고 귀여운(^^) 연극을 하는 겁니다.

쿠마일이 여자 소개받으러 가라면 안 나갈게 뻔하니까요.

 

 

아가씨들은 자신의 사진을 주고 가는데,

쿠마일은 이것을 무심히 자기 방에 있는 종이상자 안에 넣어버립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상자 안에는 꽤 많은 사진이.......

 

쿠마일의 형은 이미 부모님의 뜻대로 파키스탄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고 수염이나 기르라는 형에게 쿠마일은 이슬람과 수염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합니다.

그러고 보니, 왜 무슬림들은 다 수염을 기르지?

 

 

쿠마일이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하자 형은 그럽니다.

미국에서 살고 있으니 다양성을 맛보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결혼은 파키스탄 여자랑 해야 한다고요.

자기가 다른 여자들이랑 놀다가 지금 부인과 결혼한 것처럼요.

자기네 부부도 처음에는 말도 잘 안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친한 친구라고.

에밀리랑 안 헤어지면 엄마가 널 차단할 거라고.

 

 

실제 쿠마일 사촌은 아일랜드 여자랑 결혼했다고 집에서 쫓겨났고

쿠마일의 아버지는 친척의 미국인 부인을 같이 살고 있는 미국여자라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아무개의 부인이 아니라 말이죠.

친척들 사이에서는 집에서 시키는 대로 중매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겁니다.

그러니 쿠마일이 에밀리와 결혼하겠다는 건 집안과 연을 끊겠다는 거나 같은 겁니다.

 

 

두 사람이 각자 속한 문화가 많이 다른 경우라도

만나고 또 함께 살면서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절충해 나간다지만

한쪽 문화가 아예 다른 문화랑은 만나지 마! 하는 경우라면 참 난감합니다.

 

 

 

 

쿠마일은 가족에게 에밀리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에밀리에게도 자신의 그런 상황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에밀리와 헤어질 수도 없습니다.

농담처럼 만남을 그만두자 하다가 다시 만나기를 되풀이합니다.

 

 

하루는 에밀리가 부모님이 오신다며 함께 식사를 하자는데 쿠마일 반응이 영 시원찮고

그러다가 쿠마일이 상자에 담아 놓은 여자들 사진을 에밀리가 보게 되고

가족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걸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은 크게 다투고 헤어집니다.

 

쿠마일은 다른 여성과 데이트도 해보지만 쉽게 잊혀질리가요.

 

그러던 중 에밀리가 중태에 빠졌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무슨 감염병이라는데 치료를 위해 에밀리를 혼수상태에 빠트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치료법도 있는 모양?

의료적 처치를 위해 보호자의 사인이 필요하고, 에밀리의 부모님은 아직 안 오셨으니 쿠마일이 사인을 하게 되죠.

 

 

에밀리는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쿠마일은 에밀리의 부모님과 만나게 됩니다.

 

 

에밀리의 부모님은 쿠마일의 존재는 물론 왜 헤어졌는지까지 알고 있습니다.

여친의 존재를 부모님께 말도 못 꺼낸 쿠마일과 전혀 딴판인 분위기입니다.

두 문화의 차이를 보여 주는 장면 중 하나.

 

 

이제 자네는 가봐도 되네,라는 부모님 입장이지만

그래도 쿠마일은 계속 병원을 찾아오고

에밀리 부모님은 은근슬쩍 곁을 내줍니다.

 

 

알고 보니 에밀리 부모님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경우였네요.

 

에밀리 엄마는 에밀리의 어릴 적 사진들을 쿠마일에게 보여 줍니다.

딸의 흑역사를 대방출하는 엄마^^

 

 

쿠마일 공연을 보러 갔다가 어떤 싸가지 없는 백인이 인종차별 발언을 하자

에밀리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따지기도 하고요.

 

그때 쿠마일은 그럽니다.

간혹 저런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안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러면 자기가 어떻게 이곳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겠느냐고.

 

곧 좋아질 거라는 의사들 말과 달리 에밀리의 상태는 이상하게 점점 나빠지고,

에밀리 엄마는 이 병원을 믿을 수 없다며 병원을 옮기겠다고 하고,

아빠는 그러지 말라고 말리다 다툼을 벌이고,

그렇게 우울한 시간들이 흐르고

심란한 쿠마일은 공연을 망쳐 버립니다.

그토록 참가하고 싶었던 코메디 페스티벌 관계자가 보고 있는 앞에서요.

 

파키스탄 아가씨와 결혼을 추진하는 부모님께 쿠마일은 자신의 입장을 전합니다.

사실은 로스쿨에 다니지 않는다,

스탠드업 코메디언이 될 거다,

기도시간에 딴짓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등등

 

아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부모님.

그런데 엄마의 반응이 어쩜 이리 한국 부모들하고 같은지, 웃음이 쿡 나오네요.

 

 

엄마는 쿠마일에게 그럽니다.

네가 로스쿨을 안 다녀도 되고

코메디언이 돼서 집안 망신을 시켜도 좋지만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고.

그것은 바로 

무슬림이 되고 파키스탄 여자와 결혼하는 것

 

하지만 쿠마일의 입장은 단호하고 가족들은 쿠마일을 쫓아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쿠마일에게 위로랍시고 하는 친구 이야기가 영~

이것도 문화 차인가?

 

 

친구들은 쿠마일에게 함께 뉴욕으로 가자 합니다.

더 큰 무대를 찾아서요.

 

다행히 에밀리는 회복되고, 쿠마일은 다시 시작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에밀리의 대답은 No!

 

자신과 결혼하려면 쿠마일이 가족을 떠나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겁니다.

 

 

결국 쿠마일이 뉴욕으로 떠나던 날, 부모님이 찾아옵니다.

엄마는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아빠 손에 들려 전해 줍니다.

자신은 차안에 뾰로퉁한 표정으로 앉아서요.

아마 곁눈질로 아들을 훔쳐보셨겠지ㅋㅋㅋ

파키스탄 며느릿감 데려올 때도 그렇고 나름 귀여운 어머니^^

 

 

쿠마일은 뉴욕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데, 어느 날

공연을 하던 중 어떤 여성이 큰 소리로 대답하며 끼어듭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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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에밀리!

 

영화 내용이 실화라더니 엔딩 크레딧에 실제 주인공들의 사진이 올라옵니다.

파키스탄식 결혼식 장면이군요.

뭐, 사랑영화들이 대개 그렇듯이 해피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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