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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실

왕릉의 묘비에는 무엇을 적을까 여느 무덤의 비석과 마친가지로 왕릉에도 비석이 있습니다. 비석에는 무덤 주인의 본관과 이름, 생전에 벼슬을 했다면 그 벼슬명을 적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벼슬을 한 적이 없을 터이고, 그 경우에 남자는 학생學生, 여자는 유학儒學 등의 존칭을 붙입니다. 그러면 왕릉 비석에는 어떤 내용을 적어넣을까요? 왕릉의 묘비는 봉분을 만든 언덕의 아래쪽, 정자각 동쪽에 있습니다. 봉분 앞에 묘비를 세우는 보통의 무덤들과는 다릅니다. 정자각은 제수품을 차리고 절을 올리는 등 제례 의식을 거행하는 집입니다. 하늘에서 봤을 때 고무래 정丁자처럼 생겨서 정자각丁字閣이라고 합니다. 정자각은 봉분과 나란한 방향으로 앞쪽에 있지요. 이 정자각을 바라보고 우측에 있는 작은 집이 비각으로, 그 능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려 주.. 더보기
전라도와 제주도 사이를 왔다갔다 한 추자도 비행기가 뜨기 전 내륙에서 제주도에 가는 방법은 배를 타고 가는 것뿐이었습니다. 특히 동력선에 나오기 전에는 오로진 바람에 의지해 갈 수밖에 없었죠. 제주도 가는 뱃길은 전라도에서 연결되었고, 주로 배가 뜨던 곳은 강진과 해남입니다. 남해안을 떠나 제주도를 향해 망망대해를 가다보면 중간에 섬을 하난 만나는데, 바로 추자도입니다. 바람이 좋은 날은 추자도를 바라만 보며 지나갔고, 날이 궂으면 이곳에 피신했다 다시 떠나기도 했지요. 추자도는 여러 섬으로 되어 있어서 추자군도라고도 하는데 사람이 사는 섬이 4곳이고 무인도가 38개입니다. 유인도는 상추자도, 하추자도, 추포도, 횡간도입니다. ​ ​ 추자군도의 섬들 중 면적은 하추자도가 가장 크지만 행정, 교통, 상업 등의 중심지는 상추자도입니다. 지금은 상추자.. 더보기
왕자를 때리고도 목숨을 부지한 내시 (ft. 세종대왕)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건 안됩니다! 도덕적으로도 그렇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됩니다. 특히 장유유서 의식 때문인지 어쩐지 어린 사람이 연장자를 때리거나 직위가 낮은 사람이 상사를 때린다면 더욱 크게 비난 받습니다.(사실 폭력은 나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나쁜 건데) 유교 사회였던 조선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심했을 겁니다. 특히 신분제 사회였으니 아랫사람이 상전을 때리는 행위는 일반 폭행 사건보다 더욱 큰 처벌을 받았습니다. 평민이 양반을 때렸다면 같은 평민을 때린 것보다 훨씬 엄하게 처벌받는 겁니다. 만일 노비가 상전을 때렸다면 목숨을 내놔야 하는 거고요. 그런데 그 상전이 왕자님이라면 어떨까요? 그야말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듯한데, 왕자를 때려놓고도 관대한 임금님 덕분에 목숨을 건진 내시가 있었습니다... 더보기
사약, 죽을 죄인에게 임금님이 내리는 마지막 은혜 사약은 조선시대 사형방법 중 하나입니다. 마시면 죽는 약-..- 역사를 보면 사약을 받고 죽은 인물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폐비 윤씨, 조광조, 송시열, 장희빈.....(그리고 또 누구였더라?^^;;;;;) 특히 연산군 생모인 폐비 윤씨나 장희빈처럼 사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 사약을 받았기 때문에 사극에서 꽤 익숙하게 보게 되지요. 이 사약을 한자로 死藥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死刑에 처하는 약이니 죽을 '死'를 쓸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사약은 한자로 賜藥이라고 씁니다. 글자 그대로 풀면 하사받은 약이 되는데, 그 약을 하사하신 분은 바로 임금님입니다. ​먹고 죽으라고 보낸 약이지만 그래도 이 사​약이라는 게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신분이 높으신 분들에게만 베푸는 임금님의 은혜였.. 더보기
'난중일기'와 '이충무공전서'와 '임진장초'와 국보 76호 충무공 이순신에 대해 설명하면서 저서로 와 를 언급한 사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서라면서 '전서'를 언급하는 것도 그렇지만, 난중일기와 이충무공전서를 별개인 양 나열해 놓은 걸 보니 이게 뭔 소리인가 싶네요. '난중일기'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순신李舜臣(1545∼1598) 장군이 임진왜란 중 쓴 일기입니다. 난중일기亂中日記라는 제목 자체가 난리중에 쓴 일기, 즉 전쟁을 치르며 쓴 일기라는 뜻입니다. 본디 일기란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전쟁을 하는 중에 한 나라의 병사들을 통솔하는 장군이고 보니 그 내용이 사적일 수만은 없을 터이고, 당시 전쟁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많아 소중한 역사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본래 이 일기에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따로.. 더보기
옛날 선비들이 오매불망 바라던 것은 관광 관광觀光이라는 말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경치 좋은 곳을 여행하며 구경하는 것 말이지요. 요즘은 인터넷상에서 전혀 맥락이 다른, 새로운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어떤 상대와 경쟁할 때 그 일을 상대보다 현저히 잘해서 그 경쟁자가 굴욕을 느끼게 하는 걸 관광시킨다고 하더군요. 그 유래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어쨌든 모두가 알고 쓰는 관광이라는 말은 좋은 경치를 구경 다니는 겁니다^^ 관광이란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또 다른 뜻이 보입니다. 나라의 성덕(盛德)과 광휘(光輝)를 봄. 이라는 뜻입니다. 이 뜻은 옛날 선비들과 관련 있습니다. 옛날 선비들은 과거 시험을 보기 .. 더보기
이성계의 목자득국木子得國과 조광조의 주초위왕走肖爲王 뜻글자인 한자漢字는 자획 하나하나가 저마다 뜻을 갖기 때문에 이 글자를 나누거나 합쳐서 새로운 글자를 만들거나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파자破字라 하는데, 파자를 이용해 꿈을 해몽하거나 점을 치기도 합니다. 어떤 사실을 직접 말하기 어려울 때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 파자破字에 관한 옛날이야기 하나 고려말 역성혁명을 꿈꾸던 이성계 일파는 목자득국木子得國이라는 말을 퍼뜨리고 다녔다 합니다. 木과 子를 위아래로 놓으면 李가 되기 때문에 이 말은 즉 이李씨가 나라를 얻는다는 뜻이 됩니다. 이제 왕씨 왕실은 기운이 다했으니 장차 이씨가 왕이 될 거라 이거지요. 어찌되었든 이성계는 역성혁명에 성공하였고, 진짜로 목자득국木子得國이 실현되었습니다. 전설인 듯 사실인 듯 전해지는 .. 더보기
두문불출杜門不出은 고려 멸망과 함께 생긴 말 집에만 들어박혀 일절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을 뜻하는 두문불출杜門不出이라는 말은 고려 멸망과 관련해 생겨난 말입니다. 물론, 역사적 배경 빼고 글자만 그대로 풀어도 이런 뜻이 되기는 합니다. 1392년 7월 이성계가 고려를 뒤엎고 조선을 건국하자 고려의 관리와 학자들 중에는 이 새 왕조에 합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끝내 자신이 고려인임을 부정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신념을 목숨처럼 지켰던 것입니다.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신하들을 회유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성 경덕궁에서 과거를 실시했지만 아무도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고 그 앞의 고개를 그냥 넘어가 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고개를 부조현不朝.. 더보기
광화문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사용했나 인터넷을 뒤적이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뉴스를 보니 광화문 현판에 금이 갔다는 뉴스가 뜹니다. 광화문 현판은 2010년에도 복원 3개월 만에 금이 가서 수리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다시 1미터 정도 길게 금이 갔다는군요. 그런데 이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니 정부 및 정권을 비난하는 글이 주루룩 달려 있습니다. 물론 문화재 관리가 부실한 건 욕먹어 마땅한 일이지만 이 일에 대한 비난치곤 과하다 싶은데, 그도 그럴 것이 숭례문 부실 복원 문제를 보며 이 나라의 문화재 관리 실태에 한숨을 쉬고, 세월호 참사를 보며 이 나라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에 분노했는데.... 정말이지 이 나라는 이런 사소한(하지만 물론 사소하지 않은) 문화재 관리조차 엉망인가 싶어 분노가 더 커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더보기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 그리고 또하나의 시조 사극 과 관련된 포스팅을 연달아 하게 되네요. 역시 역사는 끊임없는 스토리텔링의 원천인가 봅니다^.^ 이번주 을 기다리며 많은 분들이 이번에는 하여가와 단심가가 나오는 건가? 드디어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가 나오겠군,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딱히 시조에 관심이 없어도 하여가와 단심가 정도는 외우는 분이 많은데, 역사적 배경 때문에 많이 언급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하여가와 단심가는 문학작품이라기보다는 역사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입니다.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가 읊어진 배경은 이렇습니다. 이성계가 낙마 사고로 꼼짝 못한다는 소식을 들은 정몽주는 그 틈을 이용해 이성계 일파를 없애려 하지만, 이방원이 서둘러 이성계를 개성에 돌아오게 함으로써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됩니다. 정몽주.. 더보기
포사 때문에 양치기 소년이 된 주나라 유왕 양귀비, 달기, 서시, 포사........ 중국 역사에는 나라를 망하게 할 만큼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여인이 여러 명 나옵니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빠진 왕은 정사를 돌볼 생각은 않고 주색에 빠져 지내다가 급기야는 나라를 말아먹고 말지요. 이렇듯 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뛰어난 미모, 이런 여인들을 일컬어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합니다. 중국 고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주나라가 망하는 데 한몫했던 포사 역시 경국지색이라 할 수 있을 텐데, 포사를 심히 총애했던 유왕은 포사를 위해 양치기 소년 같은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던가요, 장난으로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치며 마을사람들을 놀리다가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양을 잃고 만 양치기 소년 말입니다. 포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