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가 멋진 곳을 표현하는 말로 ○○팔경이라는 것이 많이 쓰입니다.
멋지고 빼어난 경치들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8곳을 꼽아 대표로 내세우는 표현입니다.
8경이라고 할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단양8경이지 싶습니다.
물론 꼭 8경만 꼽는 건 아니고, 영주10경이나 울산12경 같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단양팔경처럼 '팔경'을 꼽는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팔경의 원조는 중국의 소상팔경입니다.
소상 지역의 경치 좋은 8곳을 꼽은 소상팔경이 널리 알려지면서 아류(?)들이 생겨난 셈입니다.
그렇다면 소상은 어디인가?
소상은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을 말합니다.
중국 후난성湖南省의 둥팅호洞庭湖 남쪽에 소수(샤오수이강)가 상강(샹장강)으로 흘러드는 곳이 있는데, 이 일대의 아름다운 경치를 표현한 것입니다.
소상8경
산시청람山市晴嵐 : 아지랑이에 감싸인 산골 마을의 아침
연사만종煙寺晩鐘 : 안개에 감싸인 저녁 산사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소상야우瀟湘夜雨 : 소상정 위로 쓸쓸히 내리는 밤비
원포귀범遠浦歸帆 : 저녁 무렵 멀리서 돌아오는 돛단배
평사낙안平沙落雁 : 백사장에 내려앉는 기러기
동정추월洞庭秋月 : 달이 비치는 동정호의 가을 정취
어촌석조漁村夕照 : 석양에 물든 한적한 어촌
강천모설江天暮雪 : 눈발이 날리는 강가의 저녁 풍경
소상팔경에는 장소와 더불어 봄부터 겨울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이 아울러 표현되어 있습니다.
소상팔경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장소를 드러내기보다는 뭔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표현했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소상팔경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널리 알려졌고 그림, 시, 노래 등 다양한 분야에 등장했습니다.
중국 북송의 송적宋迪이 처음 소상팔경도를 그렸고, 문인화의 중요한 소재로 유행하게 됩니다.
소식(소동파)이 송적의 소상팔경도를 보고 시를 읊었는데, 이 소상팔경시가 고려말에 우리나라에 전해졌습니다.
소상팔경은 노래로도 불린 모양입니다.
소상팔경이 판소리 심청가의 중요한 대목으로 등장하고, 단가로 따로 불리기도 한다네요.
소상팔경가는 심청 이야기 중 어느 장면에 등장하려나요?
'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산양말 3종(파타고니아, 단터프, 팜트리) 실사용 후기 (0) | 2024.05.29 |
---|---|
대한극장과 70mm 영화 (0) | 2024.05.12 |
부자와 초오, 뭐가 다르지? (0) | 2021.09.19 |
피나물 매미꽃 애기똥풀 (0) | 2021.09.19 |
제주도 천지연폭포에 대한 옛사람들의 글 (0) | 2021.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