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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여행_왓 록몰리 : 거대한 탑으로 유명한 사원인데 내 눈에 보인 건 12지상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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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유심을 구매하려고 미리 검색해 둔 AIS 지점을 찾았는데, 마침 바로 옆이 사원입니다. 하긴 태국에서는 웬만한 곳을 가도 다 사원이 있고, 특히나 치앙마이는 사원투성이 도시긴 하지요^^

 

치앙마이 올드타운을 둘러싼 해자 바로 바깥쪽에 있는 왓 록몰리(Wat Lok Molee)입니다.

 

왓록몰리에서 해자 너머로 보이는 치앙마이 올드타운

왓록몰리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란나 왕국의 쿠에나 왕 때(1355∼1385) 버마(현 미안마)에서 온 승려 10분이 이 사원에 머물면서 불교를 가르쳤다는 겁니다. 원래 초빙했던 승려 대신 제자들이 왔다는데, 고령이라 못 오신 건지?

이전부터 있던 사원에 승려들이 머문 건지 이 승려들을 위해 사원을 지었는지는 모르겠군요.

쿠에나 왕은 란나 왕국의 전성기를 이끈 분이라고 합니다.

 

딱 보기에도 제법 규모가 있어 보입니다. 입장료는 없습니다.

 

 

법당 건물이 꽤 큰데, 먼저 흰색으로 돼있는 입구로 가봅니다. 어두운 바탕에 흰색 장식들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곡선이 많은 문양을 정교하게 장식한 것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짙은 바탕에 흰색으로 장식해 놓으니 그 대비가 눈길을 확 잡아끕니다.

위쪽에는 뭔가 이야기를 묘사한 것 같은 그림이 있습니다.

 

입구 앞쪽에는 흰 코끼리상이 마주보고 있고, 그 너머 출입문도 만만치 않은 장식성을 뽐냅니다.

 

 

아치 본체는 벽돌을 쌓아서 만들고 겉면을 흰 조각으로 장식했습니다.

 

 

이 문이 사원의 출입문인데 저는 옆문(차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널찍했던)으로 들어왔나 봅니다.

 

법당 옆쪽에는 난데없이 12지신상이 도열해 있습니다.

 

 

12지신 개념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사원에 왜?

보아하니 옛날에 만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알고보니 왓록몰리 자체가 오랫동안 폐사 상태였다가 최근에 복원된 모양입니다.

 

 

그런데 용 자리에 나가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코브라 같기도 한데 12지에 코브라를 포함시켰을 것 같진 않고(설마?) 바로 옆에 뱀이 있으니 나가 맞겠지요?

 

치앙라이 깟루앙 시장 거리에 있는 wat muang muang

 

동남아쪽 사원에 나가상이 많이 보이는데, 가끔 나가상이 계단 같은 곳에 길게 표현돼있는 걸 보면서 ‘혹시 용의 원형이 나가인가?’ 싶었는데, 정말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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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위치에 있는 건 사슴 같기도 하고(양인가?), 마지막에는 돼지 아닌 코끼리가 서있습니다.

 

 

나라마다 12지에 등장하는 동물이 조금씩 다르다더니 정말 그렇네요^^

 

12지신이 있는 건물 앞에 작은 건축물이 있습니다. 크기로 봐서는 탑 정도 크긴데 탑은 아니고, 안쪽에 종이 매달려 있습니다.

 

 

서수가 지키고 있는 걸 보면 나름 의미있는 공간인 것 같은데, 종각 같은 건가?

 

 

그리고 작은 문 너머로 거대한 째디(혹은 체디)가 있습니다. 째디(Chedi)는 불탑을 가리키는 태국말.

 

 

거대한 째디 저 위에 불상이 있는데 줄이 연결돼 있어서 뭔가 했더니, 도르래를 이용해서 물이 담긴 통을 불상 있는 곳까지 올린 다음 물을 쏟는 겁니다. 부처님을 깨끗이 씻겨 드리는 거죠.

 

 

째디 아래쪽에 붙어있는 설명을 보니 째디는 1541년에 Phra Muang Ket Klao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서 건립됐다네요.

Phra나 Muang은 이름이라기보다 이름에 붙이는 호칭 같아서 찾아보니, 16세기에 재위했던 케트(Ket) 왕이라는데 이분이 란나 왕국의 12대 왕이었는데 아들한테 왕위를 빼앗겼다가 아들이 죽은 후 14대 왕으로 복귀했었다고 합니다.

 

이 케트 왕의 유해를 모신 째디(체디)라는 건데, 왓 프라싱도 그렇고 태국은 왕의 유해를 탑에 모시는 경우가 많나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승려의 유해를 모시는 것과 차이점이고, 불교왕국이었던 고려에서도 왕의 유해를 탑(부도)에 모시진 않았으니, 태국이 좀더 불교에 진심이었다고 해야 하나?

 

왓록몰리를 돌아보고 나와서 근처를 서성이는데 온통 닭으로 둘러싸인 동상이 있습니다.

 

 

웬 닭이 이렇게 많아? 그리고 누구세요?

분명 태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일 텐데 지나가는 청년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는 눈치고, 어찌어찌 찾아보니 아유타야 왕국의 나레수안 장군(이자 왕)입니다.

 

아유타야가 버마에게 힘에 밀려 속국이 됐을 때 볼모로 잡혀갔었는데, 나중에 돌아와서 왕이 된 후 버마와의 전쟁을 직접 지휘해 승리했다고 합니다. 태국에서는 위인전에 나올 만한 분.

 

그런데 닭은 왜?

나레수안이 버마에 있을 때 싸움닭을 키웠는데 버마의 챔피언 닭과 싸워서 이겼다고 하네요. 속국이 되고 볼모로 잡혀간 상황에서는 이런 일에도 감정이입이 되고 ‘우리 아유타야가 버마를 이겼어!’ 하는 심정이 돼죠.

 

그리고 나레수안이 태국으로 돌아온 후 버마와 싸워서 이겼으니 ‘그때 그 닭싸움이 좋은 징조였어’라고 생각했을지도^^

 

그래서 태국에서는 닭을 행운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생각한다네요. 간혹 사원에서 닭 모형을 바쳐놓은 걸 봤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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