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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남원 만복사지, 금오신화 만복사저포기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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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닐 때 지금은 터만 남은 절, 폐사지도 나름 찾아다니는 맛이 있습니다. 폐사지는 대개 외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만복사지는 남원시내에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시내에서 남원역 쪽으로 가다 보면 왕정동 큰길가에 바로 보입니다.

 

만복사지

 

절 이름이 만복萬福이라니 좀 특이합니다. 만복사는 고려 문종 때인 11세기에 처음 세운 사찰입니다. 1000년 전 일이군요. 이층법당에 동으로 만든 거대한 불상을 모셨고 오층목탑이 있었다고 합니다. 

 

발굴 조사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는 가운데 목탑을 두고 동, 서, 북쪽에 법당을 두는 일탑삼금당 배치를 했다는군요. 조선 중기까지 번창했지만 정유재란(1597년) 때 불타 없어졌습니다. 소실된 문화재를 보면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는 설명이 붙은 것이 많은데 만복사 역시 그 중 한 곳이군요. 

만복사는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있는 다섯 작품 중 '만복사저포기'의 무대입니다.  

 

만복사는 사적 제349호로 지정되어 있고 경내에 있는 오층석탑은 보물 제30호, 석조대좌는 보물 제31호, 당간지주는 보물 제32호, 석조여래입상은 보물 제4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만복사지는 길을 가다가 커다란 석인상이 서있어 금세 눈에 띕니다. 그곳에 폐사지가 있는 걸 모르고 우연히 지나가더라도 저게 뭐지? 하면서 걸음을 멈출 만하지요.

 

 

만복사지 석인상

석인상은 고개를 약간 틀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체 크기가 5.5미터라고 합니다. 경주 괘릉에 있는 석인상이 서역인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이 석인상은 어떤가요?

 

만복사지 석인상

 

석인상은 원래 "당간지주에서 남쪽으로 4미터 떨어진 곳에 2기가 나란히 있었는데 도로변에 노출되어 있어서 사고위험이 높은 1기의 석인상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럼 다른 1기가 더 있다는 건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길 건너편까지 가봤는데도 석인상이 보이지 않습니다.

설명이 잘못된 걸까요, 제가 못 찾은 걸까요?

 

오래전 만복사지를 왔던 기억으로는 석인상이 땅에 파묻힌 채 머리만 나와 있었습니다. 그때 위치는 당간지주 남쪽이 아니었고, 생김새도 다른 듯합니다. 그때 찍어 둔 사진이 없으니 확인이 안되고 그저 아리송~~~~~

 

석인상에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구멍 모양을 봐서는 당간지주 같네요. 더구나 2기가 나린히 있었다니 혹시 당간지주 역할을 했던 게 아닌가 상상력(^^)을 발휘해 보지만, 진실은 역사 속에.......

 

석인상에 대한 안내문를 봐도 별 설명이 없습니다. 안내문 내용은 대부분 석인상의 모습을 묘사해 놓은 겁니다. 아니, 석인상 생긴 거야 눈앞에 보고 있는데, 그걸 굳이 적어 주느니 석인상의 의미나 용도 등을 알려주면 좋을 텐데요

 

 

당간지주입니다. 당간지주는 당간을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돌기둥입니다. 절에 행사가 있을 때 절 입구에 다는 깃발을 당幢이라 하고, 이 깃발을 달아두는 장대가 당간幢竿입니다.

 

 

만복사지 오층석탑입니다. 그런데 4층까지만 남아 있네요. 1층 탑신이 유난히 높습니다. 1968년 탑을 보수할 때 탑신의 1층 몸돌에서 사리장치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탑 옆에 전각이 있습니다. 법당은 아니고, 이런 경우 보통은 안에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과연, 전각 안에 석불입상이 있습니다. 만복사를 창건할 때 함께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1000년 전 조성된 불상이군요. 팔이 떨어져 나가고 없는데 부러졌다기보다는 끼워놓았던 것이 빠진 것 같습니다.

 

 

석불입상의 광배 뒤쪽에도 선각으로 불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병을 들고 계신 것을 보니 약사여래시군요. 불교에는 부처님이 여러 분 계시고, 불상 종류가 많아서 구분이 쉽지 않지만 그나마 쉬 알 수 있는 게 약사여래입니다. 손에 병 같은 걸 들고 있으면 약사불인 겁니다. 약병^^

앞쪽에 조각된 부처님도 손모양으로 보건대 약사불일 것 같습니다. 

 

연꽃 대좌까지 제법 섬세하게 그려놓았습니다. 역시 부처님이 계실 곳은 연꽃 대좌.

 

만복사지에 남아 있는 석물들 중 석등대석입니다. 석등을 세워 놓았던 받침이지요.  

 

 

탑의 일부였을 석재들이 제자리를 못찾고 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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