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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구례역이 아니라 구례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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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는 지리산 등산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리산 종주의 출발점 노고단으로 통하는 버스가 있으니까요. 택시를 타더라도 구례에서 가는 게 좋고요. 

산행을 위해 구례를 찾는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할 듯한데, 버스를 탈까요 기차를 탈까요? 

 

남원에 갈 때는 남원역이나 남원터미널로 갑니다. 함양처럼 기차역이 없는 곳은 버스밖에 선택지가 없군요.

구례에 갈 때는 버스와 기차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구례 가는 길은 순천-완주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꽤 빨라졌습니다. 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구례까지 휴식 시간 포함 3시간 20분 안팎이 걸립니다. 

 

그렇다면 기차 타고 구례에 갈 때는 구례역으로 가면 되나?

NO!

우리나라 기차역 중 구례역은 없습니다. 

구례구역이 있지요.

구례구라니? 

구례 입구라는 말입니다. 

 

 

이런 이름을 가진 이유는, 구례를 가기 위해 내리는 역이기는 하지만 순천에 있기 때문입니다. 구례와 순천이 옆동네이긴 하지만 구례 가는 기차가 순천에 선다고? 

사실 순천 땅이라고는 해도 구례가 코앞입니다. 구례구역 앞에 있는 다리만 건너면 구례 땅이거든요. 하지만 기차역이 서있는 땅은 엄연히 순천시 황전면 선변리입니다. 

이런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저 편하게 구례 기차역으로 알고 있고 사실 그 역이 순천에 있든 구례에 있든 목적지만 가면 되니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역에는 순천에서 이 역이 자기네 땅에 있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게 사방에 보입니다. 

역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표지석입이다. 

여기는 순천시 황전면인데 구례로 가는 입구라서 구례구라고 한다는 겁니다.

 

 

표지석 앞면, 도로 쪽에서 보면 아주 큼지막하게 써놓았습니다. 

혹시 누가 여기 구례 땅 아니냐고 우기기라도 했나? 그래서 억울한 일이라도 당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역 앞쪽에 섬진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 구례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구례구역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입니다. "여기 순천시야!"라고 강조합니다. 

 

 

시내버스 노선도 순천 것만 소개되어 있습니다. 

물론 순천 지역 주민도 당연히 구례구역을 이용하겠지만, 경험상 이 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례로 갑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구례로 가는 버스도 안내해 주면 좋으련만 얄짤 없습니다. 

 

여느 역이나 터미널처럼 구례구역 앞에도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당연히 순천 택시들입니다. 택시들 구역 다툼 얄짤없는 거야 뭐......

 

 

이 정류장에 구례로 가는 버스도 서긴 합니다. 하지만 순천 버스만 안내되어 있으니 구례에 가려고 이곳에 내린 초행자는 살짝 당황스럽습니다. 

구례구역에서 구례읍내로 가는 버스시간표는 역 안에 붙어 있습니다. 기차역은 지자체 소관이 아니라 그나마 허락이 된 건가 싶기도 하고 참.

 

구례구역에서 구례로 가는 버스는 기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놓은 것 같습니다.  

 

아래쪽은 구례에서 노고단 가는 버스시간표

구례에서 노고단(정확히는 성삼재) 가는 첫버스는 3시 40분에 있습니다. 서울 용산역에서 구례까지 가는 마지막 밤차가 22시 45분에 출발, 3시 4분 도착입니다. 그 시간에 맞춘 겁니다. 노고단 가는 첫 버스에 맞춰 구례구역에서 구례 가는 3시 10분 버스가 있습니다. 

 

 

구례구역이 문을 연 것은 1936년 12월 16일. 그나마 오래 전에 생긴 역이라 구례 들어가는 입구라고 구례구라는 이름을 붙였지, 지금처럼 지자체간 영역 다툼이 심한 시절 같으면 이 간판조차 못 걸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황전역이라고 불렀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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