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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지금 우리가 먹는 귤은 온주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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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서늘해지고 겨울이 다가오니 슬슬 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귤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것은 더 있어야 하고 지금 나오는 것은 극조생입니다.

제주도에서 귤 수확으로 바빠지는 건 11월부터더군요.

11월이 되고 컨테이너를 잔뜩 실은 트럭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귤 시즌입니다.

제주도가 한창 바빠지는 시기이지요.

 

 

제주도 귤밭

 

귤 하면 제주도, 제주도 하면 귤!

제주에서 귤을 재배한 역사는 꽤 오래전부터입니다.

백제 때 탐라에서 귤을 진상한 기록이 있는 걸 보면 어쨌든 그 전부터 재배했다는 것이네요.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귤 종류가 꽤 많이 등장합니다.

 

먼저, <탐라순력도> 중 조정에 귤을 진상하기 위해 포장하는 모습을 그린 '감귤봉진'에 보면 금귤, 감자, 금귤, 유감, 동정귤, 산귤, 청귤, 유자, 당유자, 치자, 진피, 청피 같은 이름이 보입니다. 

 

<탐라순력도> 중 제주목의 귤과원을 그린 '귤림풍악'에는 당금귤, 감자, 금귤, 유감, 동정귤, 산귤, 청귤, 유자, 당유자, 등자귤, 석금귤, 치자, 지각, 지실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탐라지>에는 고둔과원의 귤로 유자, 석금귤, 당유자, 지각, 치자나무, 산귤, 청귤, 유감, 동정귤 등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제주풍토록>에서는 금귤, 유감, 청귤, 동정귤, 당유자, 감자, 산귤, 왜귤, 황귤 9가지를 기록해 놓았네요. 

 

진피니 청피니 하는 것은 약재로 쓰기 위한 껍질입니다. 

지금 우리는 유자를 귤과 다른 종류라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다 귤 종류에 포함되었습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먹는 귤은 조선시대 기록에 나오는 이 귤들은 아닙니다.

귤뿐만 아니라 과일이란 것이 현대에는 열매가 크고 수확량이 많고 단맛이 나는 쪽으로 개량되어 왔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귤 혹은 밀감이라며 먹는 것은 온주밀감입니다. 

중국 동남부 온주가 원산지인 귤입니다.

온주밀감이 제주도에 들어온 것은 1911년입니다.

 

1902년 프랑스 출신의 Emsile, J. Touguet 신부가 제주에 왔습니다.

이 신부님 한국 이름은 엄탁가인데, 프랑스 이름은 발음이 어떻게 되나요?^^

엄탁가 신부님은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성당에서 13년간 근무했는데 제주도 식물에 대해 연구를 했답니다.

그 과정에서 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신부님이 1911년 제주산 벚나무를 일본에 있는 친구 신부에게 보내자 그 친구가 온주밀감 15주를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현재 제주에서 생산하는 온주밀감은 이렇게 시작된 겁니다.

서귀포 성당에는 그때 심은 온주밀감 나무가 남아 있습니다. 

 

 

서귀포성당의 온주밀감 나무

 

귤 종류로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같은 것도 있습니다.

이 귤들은 오래 두었다 수확한다고 해서 만감류라고 합니다.

만감류는 온주밀감과 오렌지를 교잡해서 만듭니다.

 

 

한라봉

 

만감류는 맛이 좋아서 인기가 좋은데(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요) 간혹 시큼하거나 쌉쌀하면서 맛이 별로인 경우가 있습니다.

맛이 완전히 들도록 오래 익혀서 수확해야 하는데 빨리 출하할 욕심에 다 익기도 전에 따서 그런 거랍니다.

특히 설 같은 명절에 선물용으로 내놓느라 무리하는 경우가 많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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