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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천연비누라는 솝베리, 우리나라에도 자라는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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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우연히 천연비누라며 파는 걸 봤다. 

솝베리 혹은 소프넛(솝넛)이라고 하는 건데, 세탁기에 넣고 함께 돌리기도 하고 비누처럼 사용하기도 한다나. 

천연이라는 말 그대로 어느 나무의 말린 열매를 사용한다는데 열매 모습이 어째 많이 낯익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나무가 맞나 하고 자세히 찾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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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그것은 바로 무환자나무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키큰나무인데 5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10월에 맺힌다. 

추위에 약한 나무라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 지방에서 볼 수 있다. 

 

 

진도 초하리 무환자무. 전라남도 기념물 제216호. 문화재청 사진

 

무환자나무가 영어로는 ​soapberry

-berry가 딸기 종류에 붙는 글자니까 직설적으로 풀면 비누 딸기 혹은 비누 열매 쯤 된다.

이거, 너무 직설적인 거 아냐?

 

그런데 학명도 마찬가지다. 무환자나무의 학명은 Sapindus mukorossi Gaertn라는데 사핀두스는 비누라는 뜻 되시겠다.

 

이쯤 되면 이 나무를 비누 용도로 썼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 

무환자나무에 대해 중국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기원전부터 더러운 것을 정화해주는 나무로 생각해 왔다.

열매 껍질을 끓여서 세제로 사용했는데, 무환자나무 열매에서 거품이 생기는 건 사포닌 성분 때문이다.

<본초강목>(1596)에 보면 진주의 더러움을 빼는 데 사용한다고 적혀 있단다. 

 

 

무환자나무 열매. 2개가 한 세트로 달린다.

 

실제로 무환자나무 열매 껍질을 만지면 몹시 끈적끈적하고 이걸 씻어내려고 물에 씻으면 거품이 장난 아니게 생긴다.

나중에는 거품 씻어내는 게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열매 껍질을 비누로 사용했고, 안에 있는 단단한 열매는 염주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그리고 아이들 장난감으로도 썼다는데 어떤 놀이를 했을까?

열매가 크고 단단해서 구슬치기가 가능했을 것 같고, 실에 꿰어 노는 것만으로도 장난감이 될 수도 있었겠지.

 

무환자나무 씨를 가지고 염주를 만든 적이 있는데, 씨앗이 어찌나 단단한지 구멍을 뚫느라고 애를 먹었다.

드릴에 아주 가는 바늘(? 드라이버? 스크루? 정확한 이름이 뭐지?)을 장착하고 간신히 뚫어서 염주를 만들었더랬다. 

 

 

무환자나무 열매. 검고 단단한 씨앗이 들어 있다.

 

씨를 빼낸다고 열매를 갈랐을 때 이 열매에서 나오는 끈적끈적하고 거품이 이는 찐한 즙(?) 때문에 성가셨던 걸 생각하면 충분히 비누로 쓰고도 남았을 것 같다.

부걱부걱 끝도 없이 나오는 거품을 보며 이 거품에다 빨래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ㅎㅎ

 

그래서 이 열매 말린 것을 천연비누라며 파는 모양인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솝베리 성분을 이용한 공산품까지 개발해서 팔고 있다.

솝베리 샴푸, 솝베리 클렌징폼, 솝베리 클렌징오일 같은 것 말이다.

 

 

나무 이름인 무환자를 ​한자로는 無患子라고 쓰는데 이 나무를 심으면 자식에게 화가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무환자나무라고 한단다. 

한자를 無患者라고 표시해 놓은 것도 있다.

어쨌든 이 나무가 있으면 집안에 근심걱정이 없다 그런 뜻 되시겠다. 

한자 표현에서 ​子는 보통 식물의 열매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고 나무 자체를 말할 때는 무환수無患樹라고 한다.

 

무환자나무는 중국에서 도교를 믿는 사람들이 이 나무에 귀신을 쫓아내는 힘이 있다고 해서 많이 심었다.

옛날에는 온갖 근심걱정과 질병이 귀신의 장난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 집안에 귀신 쫓아내는 나무가 있으면 무환無患 상태가 되긴 했겠다.

귀신 쫓아내는 그 힘을 이용하려고 무환자나무로 그릇을 만들어 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100년 전 쯤 들어왔다고.

 

무환자나무 열매를 생약명으로 부를 때는 연명피延命皮라고 한다. 

열매에 건열, 소화, 소종의 효능이 있다 하여 감모발열(感冒發熱), 기관지염, 이후동통 등에 치료제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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