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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바몬드카레의 바몬드가 그 뜻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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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진열된 카레가루들을 보다가 문득

 

 

"바몬드카레는 다른 카레랑 뭐가 다른 거지?"

궁금해졌습니다.

 

사과를 넣었다는 둥 그런 말을 들은 것도 같은데

카레에 사과를 넣으면 맛이 몹시 이상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음식점 메뉴라면 모를까 어차피 분말을 파는 건데 사과가 뭔 상관인가 싶어요.

설마 사과 가루가 포함된 거?

 

아무튼 바몬드라는 게 무슨 조리법 같은 건가? 했는데,

그런데 이 바몬드의 정체를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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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트Vermont, 미국 지명입니다ㅋㅋㅋ 

버몬트는 미국의 50개 주 중 하나로 미국 북동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왜 카레 이름에 미국 지명이 붙게 된 것일까?

인도 지명도 아니고 카레를 먹지 않는 (외식으로 한번쯤 먹겠지만) 미국 지명이 말입니다.

 

이건 일본 특유의 상술이 발휘된 겁니다. 

 

일본에서 버몬트라는 말을 이용하게 된 건

한때 미국에서 '버몬트 건강법'이라는 것이 유행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버몬트 주에서 활동하던 자비스(DeForest Clinton Jarvis)라는 의사가 1958년 <민간의학 : 버몬트 의사의 건강 가이드>라는 책을 냈는데

이 책에서 사과식초와 벌꿀을 섭취하면 모든 병을 물리칠 수 있다는 민간요법을 제시했습니다.

자비스의 이 책은 백만 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만 먹으면 만병통치, 무병장수라는 이야기가 품목을 바꾸어 가며 등장하고

그걸 믿고 따르는 사람도 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전세계 어디에나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미국에서 버몬트 건강법이 크게 히트를 치자 일본 하우스식품에서 이것을 이용해

바몬토(バーモント) 카레를 출시한 겁니다.  

벌꿀 성분을 첨가하고, 사과식초는 사과로 바꿔서요. 

 

하우스식품의 카레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고형으로 된 그 카레를 저도 몇 번 샀던 적이 있습니다.

 

버몬트Vermont가 일본식 발음 때문에 바몬토가 되더니,

이 바몬토가 우리나라에서는 바몬드로 변신(?)합니다.  

 

이 바몬토 카레의 유사품을 오뚜기에서 출시하면서 바몬드 카레라고 한 겁니다.

사과와 벌꿀이라는 컨셉을 그대로 쓰면서요. 

 

그런데 바몬트를 우리나라에서 바몬드로 바꾼 첫 사례는 오뚜기 카레가 아니라

영진약품의 에너지 음료(이 표현이 맞나요? 혹은 자양강장제?)인 구론산바몬드입니다. 

 

일본 주가이(中外)제약에서 구론산이라는 드링크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1964년 '버몬트 건강법'의 사과와 벌꿀 컨셉을 활용해 구론산바몬토(グロンサンバーモント)를 출시했고

이걸 영진약품에서 기술제휴로 출시하면서 구론산바몬드라고 한 겁니다. 

 

그리고 오뚜기에서 새로운 카레를 출시하면서 바몬드라는 명칭을 사용한 거고요. 

 

영진약품에서 왜 바몬토를 바몬드로 바꿨는지는 모르겠네요.

무단으로 유사품을 만든 것도 아니고 엄연히 기술제휴로 생산했다는데 말이지요. 

 

어쨌든 그리하여 바몬드카레라는 게 생겨났던 겁니다.

 

버몬트 건강법이라는 것 때문에 바몬드 카레가 생겨났는데,

요새는 카레 제조에 강황이 대세인 듯

저마다 강황 많이 넣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오뚜기 아닌 다른 회사에서도 바몬드카레를 만듭니다.

(상표등록 같은 걸 안 했나?)

그래서 '바몬드'라는 말이 더더욱 조리법이나 기술 이름처럼 들리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기야 사과와 벌꿀이라는 컨셉을 생각하면 제조법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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