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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삼복더위란 말의 유래, 초복 중복 말복 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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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덥습니다. (이 무슨 지당한 말씀?)

그 중에서도 가장 더운 때를 삼복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습도가 높아 유난히 더 덥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삼복三伏은 초복, 중복, 말복을 함께 아우르는 말인데,

여름 한가운데 가장 더운 때, 더위를 상징하는 말로 쓰입니다.

 

초복, 중복, 말복을 한자로 쓰면 初伏 中伏 末伏

초복은 처음 오는 복날이니까 처음 초初를 써서 初伏 

말복은 끝에 오는 복날이니까 끝 말末을 써서 末伏

중복은 가운데 끼어 있는 복날

 

초복은 하지가 지나고 세번째 오는 경일(庚日)입니다.

중복은 넷째 경일(庚日), 말복은 입추 후 첫 경일(庚日)입니다.

그래서 삼복을 달리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합니다.

 

경일이란 갑자, 을축 하는 식으로 10간 12지로 날짜를 셀 때

10간의 경이 들어가는 날을 말합니다.

 

10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2지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0간 12지에 대해 알아보기

 

'경'자가 들어가는 날짜는 10일마다 오니까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20일이 될 터인데,

말복은 입추 후의 첫 경일이다 보니 어떤 해에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됩니다.

삼복 기간이 30일로 늘어나는(?) 겁니다.

 

이런 경우 월복越伏이라고 하는데,

어른들 말씀이 월복하는 해에는 여름이 더 덥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요즘 날씨를 생각하면 월복이고 뭐고 무조건 더운 것 같아요ㅠ.ㅠ

 

 

[ 사진 출처 Pixabay ]

 

그렇다면 복伏의 유래는?

 

복伏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된 속절입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사기>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성 4대문 안에서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개 잡는 일이 곧 복날의 옛 행사요,

오늘날에도 개장을 삼복 중에 가장 좋은 음식으로 친다.”​

 

충재는 벌레로 인한 농작물의 해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농작물에 큰 피해 없이 풍년 들게 해달라고, 즉 나라가 평안하게 해달라고 비는 제사였던 셈인데,

이 제사에 바치는 희생이 ​개였던 겁니다.

 

개는 소멸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충재를 소멸시키라는 의미로 개를 바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름을 왜 복伏이라고 했을까요?

 

伏의 어원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알려진 바가 없는데,

서늘한 가을 기운이 뜨거운 열기에 밀려 엎드려 있다는 뜻으로 풀이하곤 합니다.

伏은 엎드린다는 뜻의 글자입니다.

 

음양오행설로 보면, 

​경庚은 금의 기운으로 가을을 상징합니다.

이 기운이 대지로 나오려다가 아직 불의 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있는 때이고,

그래서 伏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입니다.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복을 "음기가 장차 일어나고자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양기에 눌려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최남선도 <조선상식>에서 복날에 대해

"더운 기운이 하늘의 서늘한 기운을 제압하여 굴복시켰다[暑氣制伏]"는 뜻으로 풀이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복伏자가 개가 엎드린 모양이라는 겁니다.

복의 유래에서도 개를 희생으로 바쳤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 이름인 복伏자에도 역시 개 견犬자가 들어가 있네요^^

 

실제로 삼복에는 개가 납작 엎드려 있긴 합니다.

워낙 더워서이기도 하고, 복날 목숨이 위태로운 경우도 있으니까요...ㅠㅠ

하긴, 요즘의 추세를 보면 복날을 개보다는 닭들이 더 무서워할 것 같습니다만ㅎㅎㅎ

 

한여름 더운 때를 영어로는 dog days라고 합니다.

개들이 미칠 것처럼 더운 기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여기에서 dog은 하늘에 있는 개, dog star입니다.

시리우스라고 하는 별이지요.

시리우스가 겨울밤에 청정한 빛을 내뿜는 모양을 보고 빛나는 눈을 가진 늑대에 비유했던 겁니다. 

한자로는 천랑성天狼星이라 합니다. 

 

큰개자리에서 가장 큰 별인 시리우스는 겨울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인데,

한창 더울 때인 7, 8월에는 태양과 함께 뜨고 집니다.

서양에서는 이때 태양 열기에다가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의 열기까지 합쳐져 더 더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한여름 더위는 개랑 상관있는 셈입니다.

 

 

[ 사진 출처 Pixabay ]

 

시드니 루멧이 감독하고 알 파치노가 주연한 영화로 '뜨거운 오후'라는 게 있습니다.

1975년 작품으로 어느 무더운 여름날 벌어진 은행 인질극이 주요 내용인데 원제가 Dog Day Afternoon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한여름날의 오후' 쯤 되는 제목인 셈입니다.

 

 

우리나라 이민용 감독이 만든 '개같은 날의 오후'라는 영화 역시 더운 날 오후가 배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영어 제목이 Dog Day Afternoon 비슷한 거려니 했는데 A Hot Roof네요.

영화 속 주요 공간이 건물 옥상이라 그런 건가?......^.^

 

그런데 네이버에서 영화포스터를 검색해 보니 이런 게 뜹니다.

 

원래 포스터는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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