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메는 깊고 넓은 굼부리(분화구)가 인상적인 오름입니다. 오름에 대한 설명을 보면, 산세가 움푹 팬 가운데를 중심으로 둘레에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있어 마치 왕관 같은 모양이라고도 하고,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도 합니다만, 굼부리가 워낙 인상적이었던 탓에 그냥 가운데가 움푹한 둥근 모양이었다는 느낌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왕이메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에 소재하고, 해발고도는 612미터지만 오름 입구가 중산간에 있어서 비고는 91미터에 불과합니다.
왕이메 오름을 찾아갈 때는 제주시에서 가든 서귀포시에서 가든 평화로(1135번도로)를 타고 가다가 봉성교차로에서 화전마을 표시를 보고 진입하면 됩니다. 화전길로 접어들자마자 왼편으로는 공사현장임을 알리는 팬스가 쳐져 있고, 조금 더 가면 오른쪽으로 아덴힐 리조트가 보입니다. 나인브릿지 골프장 쪽으로 계속 가면 평화로에서 1.5km 되는 지점에 오른쪽으로 왕이메 표지판이 보입니다.
오름 입구를 지도에 표시해 보았습니다. 길에서 오름 표지판이 바로 보이기 때문에 찾는 데 별 어려움은 없습니다.
(지도 오른쪽 하단의 표시를 클릭하면 큰 지도로 보실 수 있습니다.)
왕이메가 호명목장 소유의 사유지임을 알리는 안내문도 보입니다.
오솔길을 조금 올라가면 나무로 된 문이 보입니다.
나무문을 들어서자마자 산행안내도와 이정표가 보입니다.안내도에는 탐라국의 삼신왕이 찾아와 사흘간 기도를 드렸던 곳이라고 해서 이름을 왕이메라 하였다는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왕이메는 왕이악王伊岳, 왕이산王伊山, 왕악王岳, 왕림악王臨岳 등으로도 불립니다.
소가 누운 것처럼 낮게 퍼진 모습이라 해서 와우악臥牛岳, 와이악臥伊岳이라고도 부른다 합니다.
안내도와 이정표 사이로 직진해 올라가면 정상으로 가게 되고, 오른쪽으로 가면 굼부리를 먼저 들렀다가 정상으로 가게 됩니다.
산책로라고 표시된 오른쪽 길로 가니 굼부리 가는 길 이정표가 보입니다.
이정표 옆 나무에는 A4 용지에 그려서 붙여놓은 안내도가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1단체 1오름 가꾸기'라고 해서 오름마다 관리단체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어떤 곳은 지정만 되어 있지 전혀 관리가 안 되는 곳도 있는데, 왕이메는 오름오름회에서 잘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길이 헷갈릴 만한 곳에는 적절히 안내도를 붙여 놓아 위치 파악이 잘되고, 수직동굴 같은 곳에는 간단한 설명도 함께 붙여 놓았습니다.
비탈길을 오르다 보니 다시 굼부리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는데, 이 길은 꼭 내려가 봐야 합니다. 굼부리야말로 왕이메의 정수라 할 만하니까요.
제주도 서쪽 지역에서는 굼부리를 암메 또는 암메창이라고 한다네요. '암'은 암컷과 수컷으로 구분할 때의 그 '암'입니다. 솟아오른 모양에 '숫--'자를 붙이고 움푹한 모양에 '암--'자를 붙이는 경우입니다. '메'는 산을 뜻하는 말이고, '창'은 밑바닥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암메창이란 움푹 패여 들어간 바닥을 뜻합니다.
달리 베리창이라고도 한다는데, 베리는 벼랑이라는 뜻의 벼루를 말하는 것으로 가파르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베리창은 가파르게 움푹 팬 바닥이라는 뜻입니다.
굼부리 바닥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벼랑을 올려다보는 느낌입니다^^
굼부리 바닥에는 키작은 나무들과 풀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른 봄에는 변산바람꽃과 세복수초가 지천으로 핀다는데 지금은 비탈에 큰천남성만 보이네요.
다시 올라가 분화구 둘레를 걷다 보면 수직동굴이 두 군데 있습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 말기에 패색이 짙어지자 미군의 상륙에 대비해 제주도 곳곳에 진지동굴을 파놓았는데 이곳도 그 중 하나입니다. 관리단체인 오름오름회에서 실측한 바로는 깊이가 15미터라고 합니다.
동굴 앞에는 안전을 위해 목책을 둘러 놓았습니다. 수직동굴이니 실수로 빠지기라도 하면 나올 방법이 없을 것 같네요.
정상 직전에는 길이 약간 가팔라 밧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정상에 서니 역시나 조망이 좋습니다. 오름은 높건 낮건 조망을 즐길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한라산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고
서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도너리오름, 당오름, 정물오름이 보입니다.
왕이메 정상에서 굼부리를 보니 바닥은 어림도 없고 위쪽만 보이는군요^.^
정상을 지나 능선길 같은 느낌으로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살짝 보입니다. 길이 별로 넓지 않아 자칫 지나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곳에도 역시나 A4용지에 그려 놓은 안내도가 있어 도움이 됩니다.
내리막을 걷다 보니 난데없이 평평한 땅이 나타납니다. 육지의 어느 산속을 걷다가 만나는 풍경 같기도 합니다.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관목과 억새가 우거진 사이로 고사리들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제철에는 고사리꾼들이 제법 모일 것 같습니다.
이곳을 지나면 얼마 가지 않아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왕이메에서 지나온 길을 표시해 보았습니다.
붉은 화살표가 오름 표지판 있는 곳이고, 붉게 표시된 길이 이번에 다녀온 길입니다.
붉게 표시된 길과 하늘색 길이 만나는 지점이 굼부리로 올라가는 이정표가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산책로를 따라 직진하면 고압선 철탑(지도에서 노란 네모)을 지나 괴수치로 갈 수 있고, 괴수치와 돔박이도 연결해서 갈 수 있습니다. 괴수치로 갈라지는 길에서 계속 가면 나인브릿지 골프장 쪽인데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르겠네요.
지도 필요하신 분은 ☞ 오름지도-왕이메.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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