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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서광동리 곶자왈 탐방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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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 곳곳에서 새로 조성된 곶자왈 탐방로를 보게 됩니다. 곶자왈은 다른 곳에 없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풍광이니, 숲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정비하고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곳인지 직접 가봐야 그 가치도 느낄 테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어째 곶자왈 탐방로 조성이 마을사업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딱히 별 의미 없이 저곳에서 하니 우리도 하자는 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서광동리 곶자왈을 다녀와서입니다.

 

곶자왈 탐방로 입구입니다. 도로 바로 옆에 공터가 있고, 그 안쪽에 탐방로 입구가 있습니다. 이 공터가 주차장으로 이용되는데, 주차장이랍시고 일단 시멘트부터 바르는 곳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천막으로 덮어 놓은 저 덩어리는 무엇일까요?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저 뒤로도 덩어리가 꽤 크게 쌓여 있습니다. 탐방로 공사하고나서 남은 자재들을 쌓아놓은 걸까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덩어리가 크던걸요.

 

탐방로 안내도입니다. 곶자왈이란 어떤 곳인지 설명이 적혀 있군요.

서광이 비치는 숲길이라고 길이름을 붙여놓았는데, 

한자를 따지고 들면 마을 이름의 서광은 한자로 西廣으로 쓰니 길 이름에 쓰인 瑞光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마을 이름을 이용해 나름 의미있게 지은 재치가 돋보입니다. 

거리가 2.3킬로미터이니 가볍게 걸을만합니다.

 

 

 

탐방로는 제법 넓은 편이고, 바닥에는 송이가 깔려 있습니다. 오르락내리락이 없는 평탄한 길입니다.

 

 

 

중간에 안내도가 보입니다. 길이 워낙 잘 닦여 있어서 헷갈릴 염려는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보이는 안내도는 반갑습니다. 

 

 

 

그런데 이 탐방로를 걸으면서 제 느낌은 어째 곶자왈다운 느낌이 안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군데 가본 경험으로는 곶자왈이 곳곳마다 식생이 조금씩 다르고 느낌도 다릅니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길을 내놓은 곳도 있고, 양치식물이 우거져 공룡이 살던 원시지구를 연상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서광동리 곶자왈처럼 차가 다녀도 될 만큼 길이 넓은 곳도 있고요. 그래도 어느 곳을 가든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광이라는 느낌인데, 이곳은 그냥 평범한 여느 숲길을 걷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탁 트인 길이라 탐방로를 걷는 내내 그늘이 없습니다. 제가 갔던 날이 제법 더웠는데 겨우 2킬로미터 남짓 걷고서 지치더군요. 겨울이나 봄날에는 좀 괜찮으려나요?

 

 

2012년 9월 개장 당시의 뉴스를 보니 "제주만의 독특한 곶자왈 숲길을 만끽하고 누구나 찾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도보여행 명소로 개발하기 위해 조성하게 됐다"고 하던데, 일단 저의 소감은 글쎄올시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마을사람들이 산책로로 이용한다면 그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굳이 멀리서 온 여행객에게 '곶자왈'을 느껴보라며 추천할 만한 곳은 아니라는......

 

그런데, 탐방로가 별로라는 둥 그런 건 개인적인 느낌이나 취향일 수도 있다고 백번 양보한다 치더라도,

관리 부실은 문제더군요.

살살 배가 아파오는데 마침 공터 한쪽에 화장실이 있길래 다행이다 하면서 들어갔는데........문을 여는 순간 으앗!!! 

결국 다른 곳을 찾아갔습니다ㅜ.ㅜ 

마을 이름으로 이런 탐방로를 만들었을 때는 관리 책임까지 있는 걸 텐데..........

 

 

그리고 사소한 듯하면서 결코 사소하지 않은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공터 안쪽 입구의 표지판 말고 어디에도 이곳에 곶자왈 탐방로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없습니다.

도로 어디에도, 탐방로 입구인 공터 초입에조차도 표지판이 없습니다. 공터 안쪽으로 들어가 위 두번째 사진의 표지판을 봐야만 이곳이 곶자왈 탐방로임을 알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여기 어디 서광 곶자왈이 있다던데 하면서 찾아오는 사람은 공터를 보고 알아챌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웬 공터네 하면서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거창하고 요란한 안내판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런 안내판을 싫어하는 저이지만, 그래도 근처 도로에 작은 표지판이라도 만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만 해도 이 앞을 자주 지나다니는데도 곶자왈 탐방로가 있는지 전혀 모르다가 어느 날 저 공터는 뭐지 하면서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탐방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또 하나, 아래 이미지는 (제가 찍은 게 없어서) 다음 지도의 로드뷰를 캡처한 것인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위 이미지의 Daum 차량이 곶자왈 탐방로로 들어서려면  중앙선 침범을 해야 합니다. 머~얼리 가서 U턴 하면 된다는 그런 말씀은 마시고요^^

이 도로가 통행량이 별로 없어서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들 사고 날 위험이 별로 없긴 합니다. 지키는 경찰도 없고요. 하지만 그건 현실적인 '융통성'일 뿐이고, 기본은 기본입니다. 이런 경우 중앙선을 일부 지워 좌회전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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