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검은이(거미오름)의 신록이 우거진 모습을 보고 싶어서 찾아갔습니다.
동검은이는 오름 자체의 모습과 오름 위에서 보는 풍광 모두 만점짜리입니다.
제주도 오름들 중 가본 곳은 아직 반도 못 되지만 여지껏 가본 오름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고
짧은 기간에 가장 여러 차례 찾은 곳이기도 합니다.
동검은이오름은 흔히 동검은이라고 불리고 거미오름이라고도 합니다.
오름 주소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70번지군요.
해발고도는 340m이지만 오름 기슭에서부터 실제 오르게 되는 높이는 115m입니다.
검은오름이란 오름이 검게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방향을 표시하는 ‘동-’자가 붙은 것은
송당 서쪽의 선흘리에 또 다른 검은오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검은이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을 말합니다.
거미오름이라는 또다른 이름은
사면이 둥그렇고 층층이 언덕진 데다 사방으로 뻗어 나간 모습이
거미집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 합니다.
어떤 기록에는 거미 '주'자를 써서 蛛岳(주악)이라고 표기되어 있다는군요.
동검은이(거미오름)는 도로에서 바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입구를 찾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제가 가본 바로는 오름 진입로가 세 곳 있습니다.
지도에 A라고 표시한 곳은 구좌읍 공설묘지를 통해 가는 길입니다.
비자림로(1112번 도로)와 중산간도로(1136번 도로)가 만나는 송당사거리에서
중산간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구좌읍 공설공원묘지 입구가 있습니다.
이 입구로 들어가 시멘트 도로를 따라 2.5킬로미터 가량 계속 가면 됩니다.
B라고 표시한 곳은 손자봉교차로에서 서쪽으로 1킬로미터 되는 곳입니다.
송당 쪽에서 오자면 공설묘지 입구를 지나 1.3킬로미터쯤 진행하면 됩니다.
표시한 곳에 도로변으로 작은 공터가 있고 농장 같은 곳이 보입니다.
오름쪽으로 난 비포장 길을 따라 걸으면 되는데
주변이 온통 풀밭이라 억새철에는 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답니다.
하늘색으로 표시한 곳이 손자봉교차로인데 이곳에서 동쪽으로 가면 다랑쉬와 용눈이를 갈 수 있습니다.
손자봉교차로에 있는 손자봉 표지석 옆의 시멘트 길 역시 동검은이까지 이어지지만
중간의 목장에서 길을 막아 버렸기 때문에 이 길로는 다닐 수 없더군요.
C라고 표시한 곳은 비자림로에서 수산리로 이어지는 금백조로에 있는 입구입니다.
백약이오름 입구와 마주보고 있는데
이정표가 이곳에 있고 네비에서 동검은이를 검색하면 이곳으로 오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길은 입구부터 울퉁불퉁 만만치 않고, 오름쪽에서 오는 길 역시 진창입니다.
차량으로 진입했다가는 자칫 애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동검은이(거미오름) 표지석 옆으로 안내판이 여러 개 보이네요.
그런데 표지석이 있는 이곳으로는 오름 오르는 길이 안 보입니다.
이 표지석을 마주보는 위치에서 왼쪽으로 250미터 가량 가면 입구가 있고
오른쪽으로 600미터 가량 가면 정상 밑의 또 다른 입구가 있습니다.
저는 왼쪽으로 가는 방법이 더 좋더군요.
맨땅이 드러난 채 패여 있는 소로를 따라 가다 보면
왼쪽으로 둥그스름한 언덕처럼 생긴 봉우리와 오른쪽으로 오름 정상 사이 갈림길입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봉우리에 오르면 주변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공설묘지 쪽으로 들어올 때 입구를 지나친 높은오름입니다.
다랑쉬오름과 그 오른쪽으로 아끈다랑쉬도 보이는군요.
다랑쉬 왼쪽으로 돝오름이 보입니다.
돝오름 오른쪽 아래는 비자림입니다.
다랑쉬와 아끈다랑쉬 오른쪽으로는 손자봉(손지오름)이 보입니다.
손자봉 뒤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용눈이오름입니다.
성산일출봉도 눈에 들어옵니다.
시야가 좋은 날에는 뚜렷이 보이는데 이 날은 뿌옇게 보이더군요.
성산 앞으로 보이는 오름은 지도를 보니 대왕산(왕뫼) 같습니다.
풍력발전용 바람개비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오름 곳곳에 제주양지꽃인 듯한 노란 꽃들이 가득합니다.
생김새를 보니 양지꽃이고
잎이 작고 줄기가 땅을 기는 걸로 보아 제주양지꽃 같은데 자신은 없네요^^
오름 정상이 보이는 쪽으로 갑니다.
오른쪽의 뾰족한 봉우리가 동검은이(거미오름) 정상이고
왼쪽으로 어둡게 보이는 것은 좌보미오름입니다.
울퉁불퉁해 보이는 봉우리를 반대편으로 가서 보면 길쭉한 옆모습이 보입니다.
남쪽으로 백약이오름이 보입니다.
정상으로 올라가며 본 오름 모습
정상에 있는 조망도
높은오름 아래로 구좌읍 공설공원묘지입니다.
동검은이(거미오름) 서쪽에는 문석이오름이 맞붙어 있습니다.
문석이라니까 꼭 사람 이름 같네요^^
가을에 갔을 때 문석이오름은 억새로 뒤덮여 있더군요.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이 제법 가파릅니다.
각도 때문인지 사진에는 별로 가팔라 보이지 않네요.
정상 밑에도 오름 입구 표시가 있습니다.
백약이오름 쪽에서 들어오면 이곳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 표지판 맞은편에 문석이오름으로 올라가는 길과 이정표가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여드릴 능력은 안 되지만, 동검은이는 무척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모양은 남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이지만
말굽형을 만든 삼태기 모양의 굼부리와 함께
깔때기 모양의 원형 굼부리 2개를 함께 가진 복합화산체입니다.
굼부리는 분화구를 일컫는 제주도말입니다.
봉우리 역시 피라미드형 봉우리도 있고, 돔형 봉우리도 있습니다.
이 봉우리들 중 피라미드처럼 생긴 봉우리가 정상입니다.
또, 사방으로 뻗은 등성이 주변으로 새끼오름들이 수없이 딸려있기도 합니다.
작년 가을 문석이오름에서 찍은 모습인데
가운데 움푹한 곳이 원형 굼부리 중 작은 것이고
왼쪽의 정상 봉우리와 가운데 어둡게 보이는 봉우리 사이에 제1분화구인 큰 원형 굼부리가 있습니다.
동검은이(거미오름)은 그 자체의 모습도 멋지지만
주변의 수많은 오름들과 어우러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화산이 터지며 섬이 생성될 때의 기억이 새겨진 땅이라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원시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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