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쪽 대정읍에 곶자왈 도립공원이 있습니다.
대정읍의 보성리, 신평리, 구억리 일대 곶자왈이 도립공원에 속합니다.
곶자왈이란 암석과 각종 나무, 덩굴식물이 뒤엉켜 자라는 제주도 숲을 말합니다.
'곶'은 숲을 뜻하는 제주어이고
'자왈'은 돌이나 자갈들이 모인 곳을 뜻합니다.
곶자왈 도립공원의 면적은 1,546,757평방미터,
미터법보다 익숙하게 쓰이는 평으로 계산하니 46만 8천 평쯤 됩니다.
도립공원임을 알리는 표지판
요즘 어디를 가든 진드기를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네요.
탐방로가 시작되는 입구입니다.
숲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본격적으로 탐방로를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탐방로를 몇 개의 길로 나누어 놓은 안내도가 있습니다.
탐방로를 5개로 구분하고 이름을 붙여 놓았네요.
빌레는 넓적하고 평평한 돌
테우리는 가축을 돌보는 목자
가시낭은 가시나무를 일컫는 제주어입니다.
가시나무라고 하면 가지에 뾰족한 가시가 달린 나무를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가시나무는 참나무과 가시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들을 말합니다.
이 일대 곶자왈이 종가시나무 군락지라고 하더군요.
오찬이와 한수기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제주어 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군요.
탐방로 중간중간 표지기가 달려 있는데
안내도에 있는 길 표시의 색과 비슷한 색으로 리본을 달아 놓았습니다.
숲에서 만나는 나무 이름표
먼저 나무와 설명을 보고 이름을 생각해 본 뒤 확인하도록 해놓았습니다.
이름표만 붙여놓은 것보다 이런 방식이 재미있긴 한데
나무에 대한 설명이 너무 사전적이라 좀더 재미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탐방로는 곶자왈답게 돌이 울퉁불퉁한 흙길도 있고
데크를 만들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작은 출렁다리도 있군요.
가는쇠고사리 군락입니다.
제주도 곶자왈에 가보면 양치식물이 무척 많은데
제주도에 분포하는 식물 1,800종 가운데 양치식물이 200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양치식물이 252종이라니까 제주도에 80%가 있는 셈이네요.
이곳은 다른 곶자왈에 비하면 나무가 훨씬 더 많고 양치식물이 상대적으로 적은 느낌입니다.
나무들이 빽빽이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 밀도가 워낙 높다 보니 굵게 자라지 못하고 줄기가 가는 나무들뿐입니다.
곶자왈이라고 해서 나무들이 다 이렇게 가늘고 촘촘하게 자라는 건 아니고
인근 곶자왈에서 굵은 나무들을 제법 보기도 했는데
이곳은 유난히 이런 모습이네요.
단풍나무가 종종 보입니다.
그런데 줄기가 굵게 하나로 자라지 못하고 덤불나무처럼 포기를 이루었습니다.
한 그루인데 이리 된 걸까요,
아니면 여러 개체가 한데 자라는 걸까요?
다른 나무들도 이런 모습을 한 것이 꽤 많습니다.
길이 갈라지는 곳에 쉼터를 만들어 놓았는데 탁자와 벤치가 어딘지 어색합니다.
좀 뜬금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빌레길이 시작되는 곳
현재 다닐 수 있는 탐방로는 이 길까지입니다.
곶자왈 도립공원은 내년까지 탐방로 공사를 한다 하고
현재 가시낭길과 오찬이길은 아직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빽빽한 숲길을 걷다 보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곶자왈답게 울퉁불퉁 돌길이 많지만
탐방로를 만들 때 최소한의 정비만 한 것 같아 그마저 즐겁습니다.
하지만 이 도립공원의 입지를 알면 뒷맛은 별로 개운치 않습니다.
곶자왈 도립공원 입구는 제주영어교육도시 안에 있습니다.
영어도시라는 게 유치원부터 모든 교육과정을 외국학교로 유치해
굳이 어린 자녀를 외국까지 보내지 말고 이곳에서 공부시키라는, 그런 취지로 개발했다는데
외국학교도 제대로 유치가 안 되는 것 같고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들리는 이야기로는 학교를 하나 유치할 때마다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적자가 커진다는 말이 있는데
왜 그런 식의 개발을 하는지도 알 수 없고
가끔 이 곳을 지나가다 보면 교육도시를 만들자는 건지 주택단지를 개발하자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느낌도 들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주영어교육도시는 곶자왈을 밀고 들어선 곳입니다.
지도에서 보면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점선으로 구역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미 숲을 밀어낸 곳 말고 위쪽의 아직 푸른 부분까지도 마저 개발할 모양입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곶자왈을 밀어제껴 놓고 이제 와서
혹은 이렇게 밀어 놓고 보니 이제 남은 곳이라도 지켜야겠다 싶었는지
곶자왈을 더 이상 개발 말고 보호해야 한다며 그 일환으로 도립공원을 만들어 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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