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서울 문묘)의 은행나무가 상당히 크고 특히 단풍이 들면 장관이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지난 주말 만나 뵈러 갔습니다. 마침 단풍철이니 샛노란 은행잎을 기대하면서요.
아니, 그런데 11월씩이나 됐는데 은행잎이 이렇게 퍼럴 일인가?ㅠㅠ
10월말이면 노랗게 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제대로 단풍이 들면 장관일 것 같은데 아깝군요.
보아하니 일부러 사진 찍으러 오신 분들도 제법 보이던데 말이지요.
성균관 곳곳에 오래된 나무들이 많고 은행나무도 여러 그루 있던데, 명성을 떨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59호 서울 문묘 은행나무'는 명륜당 앞의 나무를 말합니다.
그런데 명륜당 앞의 은행나무가 내 눈에는 분명히 두 그루로 보이는데, 아니 누가 봐도 두 그루인데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59호에 대한 설명에는 1주로 되어 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원래 있던 나무가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린 후 선조 35년(1602) 문묘를 다시 지을 때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합니다. 그러니까 400년 정도 되신 나무입니다.
원래 있던 나무?
그렇습니다. 성균관과 각 지방의 향교에는 은행나무를 심습니다.
성균관과 향교는 교육기관이지만(요즘 식으로 하면 성균관은 대학 과정, 향교는 고등 과정 정도로 비교를 합니다.) 유학의 시조 공자를 배향하는 사당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균관은 물론 지방의 향교도 모두 교육 공간인 명륜당과 사당인 대성전으로 구성됩니다. 이 사당을 문묘라 하고, 성균관을 흔히 서울 문묘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각 지방의 문묘는 향교에.
그러면 문묘에 왜 은행나무를 심는가?
공자님이 고향 곡부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 은행나무 아래에서 수업을 하셨다 합니다. 이것을 행단杏亶이라 하고, 공자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학교(성균관과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는 것이지요.
문제는, 행杏이라는 글자에 살구나무라는 뜻도 있다는 것. 그래서 행단이 은행나무인가 살구나무인가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우리나라 문묘에는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두 은행나무 사이로 보이는 명륜당. 지금으로 치면 강의실입니다.
두 나무 중 오른쪽 나무가 더 커 보이고, 아래로 처지는 가지들을 받치는 기둥만 해도 여러 개입니다.
서울 문묘의 은행나무는 드물게 유주乳柱가 자라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유주는 말 그대로 하면 젖이 나오는 기둥입니다. 여자의 젖가슴을 닮아 이렇게 불린다는데, 이게 어딜 봐서......?
아무튼 유주는 은행나무에만 있는 것이라 합니다. 유주는 가지에서 돋는 일종의 뿌리, 즉 기근의 일종라고도 하고, 나무가 상처를 입었을 때 자가치료를 위해 진이 나왔다가 뭉쳐서 목질화되었다는 말도 있네요.
제대로 된 단풍을 못 본 것은 아쉽지만 경내에 큰 나무들이 많고 다른 나무들은 어느 정도 단풍이 들어 가을 분위기는 제법 느끼고 왔습니다.
성균관 정문에 해당하는 삼문 옆에 있는 은행나무. 이 나무는 그나마 단풍이 좀 들었네요.
안쪽에서 본 삼문 옆의 은행나무
그러고 보니 문묘 안에서 은행 열매를 본 기억이 없는데....내가 무심코 지나친 것인가, 관리를 너무 잘해 깔끔하게 치운 것인가, 아니면 두 나무 모두 수나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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