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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동지 팥죽의 유래, 팥죽을 쑤지 않는 애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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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24절기 중 하나인데 12월 21일 혹은 22일입니다.

2019년 올해 동지는 12월 22일입니다.

 

24절기는 말 그대로 일 년을 24개로 나눈 것인데

정확히 말하면 12개의 절기와 12개의 중기를 합쳐서 부르는 말입니다.

절기는 계절의 표준이 되는 것으로 양력으로 매달 상순에 듭니다.

입춘, 경칩, 청명 같은 것이 절기입니다.

중기는 양력으로 중순부터 드는 것으로 우수, 춘분, 곡우, 동지 같은 것들입니다.

 

24절기가 각 달마다 2개씩 상순과 하순에 일정한 날짜에 있다 보니 양력이라고 아는 분도 있던데

24절기는 황도상 태양의 위치에 따라서 정하는 음력(정확히는 태음태양력) 절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같은 서양 달력을 쓰기 전에는 음력을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설이나 단오, 추석 같은 명절은 음력으로 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썼던 역법은 정확히는 태음태양력입니다.

 

순전히 달의 주기를 따르는 태음력의 경우 한 해의 날짜수가 양력의 365일과 달라지고

같은 1월 혹은 7월이라도 해마다 계절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해 준 것이 24절기로 계절을 구분한 것이고

3년에 한 번 꼴로 윤달을 두어 태양력과 날짜를 맞춘 것입니다.

 

설과 추석 외에는 옛 명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작은 흔적이라도 남아 있는 명절로 단오와 동지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동지는 일 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날입니다.

이 말을 달리 말하면 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태양이 주는 빛과 열이 지금보다 훠~~얼씬 소중했던 옛날 사람들로서는

낮의 길이가 다시 길어진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였을 겁니다. 

 

그래서 옛날 중국 주나라에서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고

800년 동안 동지를 설로 쇠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도 합니다.

 

 

사진은 <한국세시풍속사전>에서

 

동지라고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은 팥죽!

팥을 삶아 거른 팥물로 죽을 쑤는데, 새알심을 함께 넣습니다.

새알심은 찹쌀 반죽을 새알 크기로 빚은 것으로 자기 나이 수만큼 먹습니다.

(어이쿠, 그럼 나는 몇 알을!....새알심 먹다 배 터질 판...ㅠㅠ)

동지를 설로 지내던 풍습이 남아 팥죽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도 있었다고 합니다.

 

동짓날 많고 많은 음식 중에 팥죽을 먹는 이유는,

옛날 사람들은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몸 안의 나쁜 기운이 도망친다고 믿었고,

팥죽을 대문과 장독대를 비롯해 집안 곳곳에 뿌려 잡귀를 내쫓기도 했습니다.

 

잡귀를 쫓는다며 동지에 팥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유래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공씨가 못된 아들을 두었는데, 그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역병을 옮기는 귀신이 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 아들이 생시에 팥을 무서워했기 때문에 동짓날 팥죽을 쑤어서 쫓는 거라지요.

 

어째 이 사연 때문에 팥죽을 먹는다기보다는 팥죽을 먹다 보니 만들어진 이야기 같습니다.

 

 

사진은 <한국세시풍속사전>에서

 

보다 그럴 듯한 이유는 팥의 붉은색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붉은색은 예로부터 양기가 강한 색으로 여겨졌고

(그래서 붉은색을 남자의 색, 파란색을 여자의 색으로 여겼습니다.)

붉은색의 강한 양기가 잡귀들을 물리쳐 준다고 믿었던 겁니다. 이른바 벽사의 색!

 

동지라고 다 팥죽을 쑤는 건 아닙니다.

동지는 양력으로는 일정하게 1221일, 22일에 들지만 음력 날짜는 매번 바뀝니다.

동짓달(11)에 들긴 드는데 날짜는 초순부터 하순까지 달라집니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고 합니다.

동지에도 어린 아이와 노인이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리고 애동지가 들면, 즉 동지가 음력으로 11월 초순이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며 팥죽을 쑤지 않았습니다.

팥죽이 죽음과 관련된 일에 쓰이기 때문인데 

옛날에는 상가집에 갈 때 부조로 팥죽을 쑤어서 보냈다고 합니다.

저승길 가는데 악귀가 따라붙지 못하도록 말이지요.

그래도 어쨌거나 죽음과 관련된 것이라 해서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나요. 

 

올해 동지는 음력으로 11월 26일이니 확실한 노동지네요.

 

동지는 책력(달력)을 나누어 주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관상감에서 다음해의 책력(달력)을 만들어 궁중에 바치면

동짓날 관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책력에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은 물론

농사를 지을 때 언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적기를 알려 주는 중요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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