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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2020년이 되었지만 아직 경자년은 아니얏 (ft. 12지신, 육십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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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20년 새해가 되었습니다.

억지로 또 한 살 더 먹는군요.

이노므 나이 택배는 반품도 안돼요ㅋㅋ

 

새해가 되니까 참 많이 들리는 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또 여기에 종종 덧붙는 말은

'경자년'이라는 것

2019년 기해년이 가고 2020년 경자년이 밝았다 이거지요.

 

하지만!

2020년이 되긴 했지만 아직 경자년은 아니옵니다.

 

2019년, 2020년 이렇게 연도를 세는 것은 서양역법에 따른 것이고

기해년이니 경자년이 하는 것은 전통사회에서 쓰던 육십갑자에 따라 부르는 겁니다.

 

육십갑자는 하늘을 의미하는 천간 10개와 땅을 의미하는 지지 12개를 조합해서 만든 60개의 간지를 말합니다. 

 

10간은 甲갑  乙을  丙병  丁정  戊무  己기  庚경  辛신  壬임  癸계

.

12지는 子자  丑축  寅인  卯묘  辰진  巳사  午오  未미  申신  酉유  戌술  亥해

 

각각의 지지에는  동물을 대응시켜 놓았는데

차례대로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12지신상

 

10간의 글자와 12지의 글자를 하나씩 차례대로 짝을 짓는데

갑자, 을축, 병인.....계유까지 10간이 끝나면

다시 갑으로 돌아가 갑술, 을해....

이런 식으로 계해까지 60개가 됩니다.

그리고 다시 갑자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천간과 지지를 합쳐서 만들었지만 육십간지가 아니라 육십갑자라고 합니다. 

맨 처음 조합인 갑자를 대표로 삼아 그렇게 부르는 모양입니다. 

 

지금 같은 서기력을 사용하기 전에는 이 육십갑자로 연도를 표기했습니다.

갑자년, 을축년 이런 식으로요.

 

따라서 사람이 태어난 해도 육십갑자로 표현합니다.

갑자년생, 임진년생, 기미년생이다 하는 겁니다.

그리고 '자'나 '진' 또는 '미' 같은 해당 지지에 따라 쥐띠, 용띠, 양띠라고 합니다. 

 

60개를 가지고 헤아리다 보니 사람이 태어나서 만으로 60년이 되는 해에는 그 간지가 다시 돌아옵니다. 

이것을 환갑 또는 회갑이라고 합니다. 

 

수명이 무척 짧았던 옛날에는 환갑까지 살면 제법 장수를 한 것이었고

이를 기념해 크게 잔치를 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환갑잔치 말이지요. 그래도 기념 정도는 하더군요.

지금의 백수잔치 쯤 되는 느낌이었을 듯.

 

 

이런 연도표기는 역사책에 등장하는 용어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갑자사화, 임진왜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경술국치 등등

 

갑자년에 선비들이 화를 입은 사건이라 갑자사화

임진년에 왜병들이 쳐들어와서 난리가 난 거니까 임진왜란

병자년에 오랑캐가 쳐들어온 병자호란

병인년에 서양사람들이 일으킨 소요사건이 병인양요

경술년에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치욕스러운 사건 경술국치

그런 식으로 이름을 붙인 겁니다. 

 

열두 지지는 방위에도 사용했습니다.

동서남북 모든 방위는 360도이고 이를 12로 나누어 표시한 겁니다.

子자는 정북, 午오는 정남향에 옵니다.

 

지리산 봉우리들 중 토끼봉이라고 있습니다.

저 봉우리에는 토끼들이 많나? 왜 이름이 토끼봉? 

그건 반야봉에서 봤을 때 그 봉우리가 동쪽에 있어서 그런 거라고 합니다.

동쪽은 묘(卯)향이니까 묘봉이 되었고, 그것을 토끼봉이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지리산 토끼봉은 한자로 쓸 때 兎峰(토봉)이 아니라 .卯峰(묘봉)입니다. 

진짜 토끼랑 관련있어서 토끼봉이라 하는 봉우리가 있다면 그 봉우리는 토봉이겠지요

 

12로 나누는 것은 방향뿐 아니라 시간에도 맞아떨어집니다.

하긴 시계라는 게 해가 도는 것에 맞추어 만들어졌으니 360도가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을 24시간으로 나누었으니까요.

 

시간 역시 자시, 축시....오시.....등으로 표시했습니다. 

24시간이 아니라 12시간으로 나누었네요.

 

12지 동물은 12지신상으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12지신은 방위에 맞추어 동물의 머리에 사람 몸을 한 것인데 땅을 지키는 신들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도 12지 동물이 보이는데

나라마다 동물의 배치가 조금씩 다릅니다.

태국, 미얀마, 베트남에서는 네번째 동물이 고양이라고 하네요.

마지막 동물로는 코끼리가 있고요.

 

중국 운난성의 동파만신원에 12지신상이 있던데

이곳의 12지신은 우리나라의 12지신과 같았습니다. 

 

 

 

육십갑자로 연도를 헤아리거나 12지로 시간, 방위를 나타내는 건 지금도 일부 남아 있습니다.

나이를 이야기할 때 무슨띠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술시가 되니 술이 슬슬 땅긴다는 말도 쓰고요^^

 

어째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기해년이니 경자년이니 하는 말은 육십갑자에 따른 것이고

이것은 지금 쓰는 태양력이 아니라 전통사회에서 쓰던 음력 날짜에 적용되는 겁니다.

 

2020년 1월 1일은 음력으로 따지면 기해년 섣달 이레.

아직 쥐띠해가 아니라 돼지띠해인 겁니다.

진짜 경자년이 시작되는 건 음력설인 1월 25일이고요. 

그래서 1월 24일까지 태어나는 아가들은 쥐띠가 아니라 돼지띠입니다.

 

 

어느 해이든 음력설 전에 태어난 아기들은 그 이전 해의 띠를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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