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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사원의 부조와 수리야바르만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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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사원 1층에는 사면을 빙둘러 회랑이 있고 이 회랑 벽면 가득 부조가 새겨져 있습니다.

규모도 크고 내용도 무척 세밀합니다. 

 

앙코르와트의 부조도 그렇고 씨엠립 유적지 어디를 가든 섬세한 조각들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세밀한 조각이 가능했던 것은 사암의 특성 때문이라 합니다.

앙코르 유적들은 대부분 현무암으로 뼈대를 세운 뒤 겉에 사암을 입혔습니다.

사암은 화강암이나 대리석에 비해 더 무르고 입자가 고와 조각에 유리하다네요.

 

꼼꼼히 들여다보려면 이 부조만 봐도 하루가 걸릴 것 같습니다.

대개의 여행객들은 어떤 부조가 있다는 식의 설명을 듣고 핵심 작품만 훑어보게 됩니다.

저 역시 자세히 본다고 봤는데도 워낙 내용이 많으니까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고

몸은 몸대로 힘들어서 나중에는 그게 그거인 듯 사진도 찍는둥 마는둥...ㅠㅠ

 

이 부조의 내용들을 보려면 먼저 앙코르와트를 세운 수리야바르만 2세(재위 1113~1150년)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1113년 당시 크메르 제국은 다닌드라바르만 1세가 다스리고 있었는데 나라 안에 여러 세력이 일어서며 내분 상태였습니다. 

지금은 태국에 속하는 롭부리 지역에서 수리야바르만 가문이 성장하고 있었는데

이 가문의 17세 청년이 쿠데타를 일으켜 백부인 다닌드라바르만 1세를 죽이고 왕위를 차지합니다.

이 청년이 바로 앙코르 제국의 전성시대를 연 수리야바르만 2세입니다. 

 

크메르 제국의 왕들은 생전에 사원을 한두 개쯤 세웠다고 합니다.

당시 종교가 인도에서 받아들인 힌두교였는데 왕이 시바신의 뜻에 따라 나라를 다스린다 그런 의미로요.

879년 건립된 프레아 코, 976년의 반테이 스레이, 881년의 바콩 사원 등이 그런 경우라는군요.

 

그런데 수리야바르만 2세는 비슈누 신을 숭상했습니다.

 

힌두교의 3주신 중 브라흐만은 세상만물을 창조한 신이고, 시바는 파괴를 담당하는 신입니다. 

비슈누는 우주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일을 합니다. 

보통 팔이 네 개 달린 모습으로 묘사되고 태양의 새인 가루다를 타고 다닙니다.

비슈누는 세계의 질서와 도덕이 문란해지면 아바타(화신)로 나타나 세상을 구원한다 합니다.

비슈누의 아바타(화신)는 10가지가 있습니다.

힌두교에서는 불교의 석가모니도 비슈누의 화신 중 하나로 본다 합니다. 

 

 

 

비슈누를 열렬히 숭배했던 수리야바르만 2세는 

수도 근처에 거대하고 화려한 사원을 세워 이 신에게 봉헌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앙코르와트입니다.  

 

앙코르와트 사원 보러가기

앙코르와트 사원 3층 성소에 올라가보기

 

앙코르와트 1층 사면을 둘러싼 회랑에는 부조가 가득 새겨져 있는데

라마야나 중 랑카의 전투

마하바라타 중 쿠루크셰트라 전투

수리야바르만 2세 군대의 행진

천국과 지옥

힌두의 창조신화인 우유바다 휘젓기

악신과 싸우는 비슈누 

등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면 서쪽 회랑과 남쪽 회랑이 만나는 모퉁이의 출입구

 

앙코르와트의 부조를 볼 때는 대개 반시계 방향으로 돌게 됩니다. 

앙코르와트는 서쪽으로 정문이 나있으니까 서남쪽 부조를 보고 남쪽으로 돈 뒤 동쪽과 북쪽을 보고 다시 서북쪽 부조를 보는 식입니다. 

 

 

서남쪽 회랑에 새겨진 부조는 쿠루크셰트라 전투로 <마하바라타>의 클라이맥스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서북쪽 회랑에는 <라마야나> 속 랑카의 전투가 새겨져 있습니다.

 

앙코르와트 전면을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의 내용 중 스펙타클한 전투 장면으로 채운 겁니다.

 

앙코르와트 서북회랑의 랑카의 전투 장면

 

라마야나는 라마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인간으로 태어난 비슈누의 화신 라마의 일대기입니다.

마하바라타는 위대한 바라타 가문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있었던 바라타 가문의 왕위 쟁탈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는 인도를 비롯해 힌두 문화권에서 인기가 높은 이야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로도 유명합니다.

마하바라타가 더 길고,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가 바로 이 서사시 중 일부입니다.

 

두 이야기는 힌두교와 함께 동남아 전역에 전파되어 문학, 연극, 무용, 그림 등 여러 형태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특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타이에서 인기가 좋다 합니다. 

 

앙코르와트 부조에는 라마야나의 랑카의 전투, 마하바라타의 쿠루크셰트라 전투 말고도 전투신이 더 있습니다.

 

동쪽에는 아수라를 정복한 비슈누가 새겨져 있고

북쪽에는 크리슈나와 바나, 신과 아수라의 전쟁이 새겨져 있습니다.

모두 선신인 비슈누(크리슈나)가 악신과 싸워 이기는 내용입니다. 

 

이렇듯 신들의 전쟁을 새긴 것든 수리야바르만 2세 자신이 권력을 잡고 주변을 평정해 가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또 비슈누신이 악신과 싸워 이긴 것처럼 자신이 타락한 세상을 평정하고 세상의 구원자로 나선다는 것이지요. 

혼란한 내분을 수습하고 주변국을 물리쳐 세상의 질서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지를 보여 주듯 남쪽 회랑에는 수리야바르만 2세의 군대 행렬이 웅장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행군하는 군사들 속 파라솔까지 쓴 걸 보면 꽤 높은 신분 같은데 누구일까요?

흔히 수리야바르만 2세라고 소개되는 부조 속 인물은 다른 모습이던데,

왕을 여러 번 새겨넣은 건지 다른 고위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장면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인물이 발을 딛고 있는 의자(?) 때문이었습니다.

이 섬세한 조각이라니!

 

 

병사들 중에는 명품을 걸친 분들도 있습니다.

이거 완전 루이비똥 아닌가요!

그 와중에 고개돌리고 딴짓하는 사람은 꼭 있군요.ㅋㅋ

 

 

배경으로 보이는 나무가 어째 익숙한 모습입니다.

이 나무 모습을 사용한 디자인을 여기저기서 본 듯도 하네요.

 

 

앙코르와트 부조들을 보면 번들번들 검은색으로 빛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만져서 그런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데

탁본을 뜨느라 기름을 칠했던 흔적이라 합니다. 

지금은 손상을 막기 위해 탁본을 하지 않는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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