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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부조 - 마하바라타 속 쿠루크셰트라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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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사원 1층 회랑은 4면 모두 부조로 장식되어 있고

그 중 전면인 서쪽 회랑에는 쿠루크셰트라 전투와 랑카 전투가 새겨져 있습니다.

랑카 전투는 라마야나 속 장면이고 

쿠루크셰트라 전투는 마하바라타 속 장면입니다.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는 힌두 문화권에서 널리 알려져 있고 인기가 높은 서사시입니다. 

 

 

그 중 마하바라타에 관해 알아봅니다. 

 

마하바라타는 위대한 바라타 가문이라는 뜻입니다.

이 서사시는 BC 1400~1000년에 실제로 있었던 바라타 가문의 왕위 쟁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마하바라타는 단순히 왕위 쟁탈전에 관한 스토리만 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인물들이 다르마와 카르마에 대해 논하는 것이 복잡하게 등장합니다.  

(불교식으로 하면 다르마는 法법, 카르마는 業업으로 번역되는데, 내용이 꽤 어렵네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주인공들이 전투를 앞두고 혹은 죽어가면서 철학적인 내용을 한창 읊고는 합니다^^;;;

 

마하바라타는 왕위 쟁탈이라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 주고, 윤회를 벗어나 해탈을 얻으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등등 철학적인 내용을 밝히고 있습니다.

힌두교의 3대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가 이 마하바라타의 내용 중 일부일 만큼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나머지 두 경전은 베다와 우파니샤드.

 

마하바라타 이야기 중 앙코르와트 회랑에 새겨진 장면은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쿠루크셰트라 전투입니다. 

 

 

 

마하바라타의 줄거리를 보겠습니다.

 

바라타 왕국에 드리타라슈트라와 판두 두 왕자가 있었습니다.

형인 드리타라슈트라는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멀었기 때문에 동생 판두가 왕위를 물려받게 됩니다.

그런데 판두가 종교 수행자가 되겠다며 왕위를 포기하는 바람에 드리타라슈트라가 왕에 오릅니다.

 

드리타라슈트라에게는 아들이 100명 있었는데 이들을 '카우라바'라 하고

판두의 아들 5명은 '판다바'라고 합니다.

판다바 다섯 왕자의 이름은 유디스트라, 비마, 아르주나, 나쿨라, 사하데바입니다.

다섯 왕자 중 특히 셋째인 아르주나가 뛰어난데 활을 잘 쏘았습니다.

 

카우라바와 판다바 형제들은 왕궁에서 함께 자랐는데 나중에 왕위 계승 문제로 갈등이 벌어집니다. 

 

카우라바 형제들의 맏이인 두르요다나는 질투와 시기심이 많고 끝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드리타라슈트라는 조카들을 미워하는 건 아닌데 아들 두르요다나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며 따릅니다.

 

두르요다나는 신의 선택을 받은 판다바 형제들을 질투했습니다.

두르요다나는 판다바의 장남인 유디스트라를 꾀어 도박을 하게 만드는데, 이 도박은 두르요다나가 판을 짜놓은 것이었습니다.

유디스트라는 내기에 져서 형제들과 함께 궁전에서 쫓겨납니다.

 

추방되어 있을 때 5형제는 드라우파디라는 여인을 만나 공동 결혼했고(한 부인에 다섯 남편!)

비슈누 신의 화신인 사촌 크리슈나를 만나 동지가 됩니다. 

 

나름 평화롭게 살던 중 맏형 유디슈트라는 다시 두르요다나의 꾐에 빠져 도박을 하게 되고,

이 도박에서 모든 것을 잃고 다시 12년 동안 숲에 은둔하게 됩니다. 

이 맏형은 우유부단한 건지, 무능한 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자신이 한 말에는 책임을 집니다. 

그래도 맏형이라고 동생들은 이 형을 믿고 따릅니다.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어째 한고조 유방이 연상되기도 하는 인물입니다.

 

카우라바와 판다바 형제를 둘러싼 불화는 결국 전쟁으로 치닫게 됩니다. 

전쟁을 하게 되자 카우라와의 맏이인 두르요다나와 판다바의 셋째인 아르주나는 크리슈나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크리슈나는 비슈누의 화신이니 능력이 대단하겠죠?

 

크리슈나는 무적의 군대 백만 명과 크리슈나 자신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단 크리슈나는 전차를 모는 마부로만 참전한다는 조건입니다. 

카우라바는 백만 명의 군대를 선택하고 판다바는 크리슈나를 선택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판다바 형제를 돕기 위해 연합군이 결성되었고

카우라바 집안에서는 큰할아버지 비슈마가 총사령관이 되어 전투에 나섭니다. 

 

양 진영이 전열을 정비하는 가운데 총사령관들은 전쟁의 규칙을 정합니다.

전투는 해가 떠서 질 때까지만 한다.

전사들은 같은 무기, 같은 수로 싸워야 한다.

항복하거나 도망치는 자는 공격하지 않는다.

무기와 군수품을 운반하는 보조요원은 죽이지 않는다.

 

이런 내용들인데 나름 신사협정을 맺고 싸우는 것이 참신하네요.

 

양가의 전쟁은 쿠루크세트라 전투에서 절정에 달합니다.

이 쿠루크셰트라 전투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게 되지요.

쿠루크셰트라는 지금의 인도 하리아나 주 지역으로 델리 북쪽이라고 합니다. 

 

 

 

판다바 형제 중 셋째인 아르주나는 뛰어난 전사였지만 차마 친척들을 죽일 수는 없다고 갈등합니다. 

그러자 크리슈나는 거듭해서 크샤트리아로서의 의무를 말하며 행과 불행, 손해와 이익, 승과 패에 상관없이 의무감으로 싸워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때 아르주나와 크리슈나의 대화를 따로 묶은 것이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입니다. 

 

계속된 크리슈나의 가르침에 아르주나는 죄의식과 두려움을 물리치게 됩니다.

 

쿠르쿠셰트라 전투는 말 그대로 골육상잔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형제끼리, 스승과 제자가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한 겁니다.

 

전투는 18일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카우라바은 백만 군대를 얻었지만 크리슈나가 모는 전차를 타고 싸우는 아르주나는 그 수적 열세를 만회하고도 남습니다.  

 

10일째 전투에서 카우라바의 총사령관 비슈마는 아르주나의 화살을 맞고 전사합니다.

어찌나 화살을 많이 맞았던지 침대에 눕혀도 화살 때문에 몸이 바닥에 닿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전쟁은 판다바 형제 중 둘째인 비마가 두르요다나의 다리를 부러뜨리면서 끝납니다.

두르요다나는 가문의 대가 끊긴 것을 슬퍼하면서 생을 마감하지요. 

 

카우라바 쪽은 전멸했고 승리한 쪽도 판다바 형제들과 크리슈나만 살아남습니다. 

 

유디스트라는 왕으로 즉위하고, 훌륭하게 나라를 다스립니다.

유디스트라는 아르주나의 손자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히말라야에서 승천했다고 합니다. 

 

앙코르와트 부조에서는 왼쪽에서 행군해 오는 군사들과 오른쪽에서 행군해 오는 군사들이 중간 지점에서 만나 전투를 벌이는데,

왼쪽의 군대가 카우라바 군사들이고 오른쪽이 판다바 군사들이라는군요.

 

 

그런데 부조들을 보던 중 눈에 띈 것이 있습니다. 

코끼리 위에 탄 전사가 들고 있는 둥근 물체가 방패 같은데 그 문양이 많이 본 듯합니다.

 

 

사찰에서 보는 용머리 장식 같기도 하고 도깨비 장식 같기도 한 그 모양입니다.

무엇을 나타낸 것인지 문득 궁금했더랬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인드라신의 수하인 칼라 같습니다.

흔히 사원 벽면에 새겨 수호신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귀면도 근원을 찾아 거슬러가다 보면 힌두교의 칼라이려나요?

 

 

쿠루크셰트라 전투 장면은 1층 전면 남쪽 회랑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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