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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영화 우리집 - 아이들이 짊어진 집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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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The House of Us (2019)

[ 감독 ]

윤가은

 

[ 등장인물 ]

하나 (김나연)

유미 (김시아)

유진 (주예림)

오빠 (안지호)

엄마 (최정인)

아빠 (이주원)

 

[ 미디어에 소개된 영화 우리집 줄거리 ]

“우리집은 진짜 왜 이럴까?”
매일 다투는 부모님이 고민인 12살 하나와
자주 이사를 다니는 게 싫기만 한 유미, 유진 자매는
여름방학,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마음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풀리지 않는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터놓으며 단짝이 된 세 사람은
무엇보다 소중한 각자의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우리집은 내가 지킬 거야. 물론 너희 집도!”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영화 우리들(2016)로 장편영화에 데뷔하며 호평을 받았던 윤가은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우리집입니다.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다 보면 혹시 스포일러는 아닐까 조심하게 되는데,

영화 우리집은 스릴과 서스펜스가 있는 영화도 아니고 딱히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라

줄거리를 다 이야기한들 과연 스포일까 싶습니다.

 

하나네 집은 부모님의 다툼소리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늘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심란한 하나.

 

 

극중에서 하나는 여름방학을 맞은 5학년 아이입니다.

5학년이면 사춘기가 시작될 나이 아닌가요?

하지만 하나는 아직 사춘기 반항이 시작된 것 같지는 않고,

어떻게든 엄마 아빠 사이가 좋아질 수는 없을까 고민입니다.

 

하나는 요리에 관심이 많고, 늘 바쁜 엄마를 대신해 집에서 음식을 하기도 합니다.

방학숙제로 요리노트도 만들 겸 장을 보러 간 마트에서 하나는 우연히 혼자 온 어린 여자아이 유진을 보게 되고,

유진이 걱정되어 뒤를 쫓다가 그 언니인 유미를 만나게 됩니다. 

 

 

유미 유진 자매는 부모님이 공사현장을 따라다니며 일을 하느라 늘 집을 비우는 바람에 외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사를 자주 다니는 바람에 제대로 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습니다.

하나는 유미 유진 자매에게 좋은 언니이자 친구가 됩니다.

자신의 취미를 십분 활용해 동생들에게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이고요.

 

하나는 유미 자매의 집을 자주 찾아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어른들의 보호막 안에 깃들 수 없는 아이들끼리 만드는 평화.

 

 

그런데 유미 유진 자매의 환경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늘 바쁜 거야 흔한 일이지만

어린 자매만 집에 남겨 두고 부모는 지방에 가서 일을 하다니요.

물론 삼촌에게 부탁을 해놨다지만 가끔씩 들여다보는 걸로 되나?

더구나 아이들이 부모의 작업 현장을 따라다니는 것도 아닌데 왜 이사를 자주 다니는 걸까요?

잘 이해가 안 돼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네요.

 

그러던 어느 날 하나는 우연히 엄마가 해외근무를 신청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일로 또다시 다투는 엄마와 아빠 

 

 

하나는 오래전 가족여행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가족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가족여행을 간다면 다시 엄마 아빠 사이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오빠에게 그 이야기를 해보지만 그저 시큰둥한 반응.

 

 

중학생인 오빠는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

매사에 시큰둥하고 엄마 아빠의 다툼에도 이력이 났다는 듯 무관심한 척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속으로 상처를 받고 있는 거지요.  

 

부모님은 말다툼 끝에 급기야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낳았다는 식의 이야기까지 하게 됩니다.

하나와 오빠도 그 이야기를 듣게 되지요.

 

 

하, 이건 정말 너무했어.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아이들에게는 그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말들을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너희를 어쩔 수 없이 낳았다,

즉 낳고 싶지 않았는데 억지로 낳아서 키우는 거야.

물론 아이들에게 직접 한 말은 아니지만,

이런 말을 들은 아이는 어쩌면 좋습니까ㅠㅠ

 

사실 하나네 부모님은 둘이 그렇게 으르렁거리는 거에 비해 아이들에게까지 험하게 굴지는 않습니다. 

둘 사이가 험악하면 그 분풀이가 아이들에게 가는 경우가 많고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하나네는 그 점에서는 신기할 정도로(응?) 아이들을 차분하게 대합니다.

물론 늘 바빠서 아이들을 섬세하게 챙겨주거나 하지는 않지만요. 

그나마 마음이 덜 아프고 안심이 되는 지점이긴 한데.....이 점이 약간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건 내 마음이 너무 강팍한 건가?ㅠㅠ

 

 

 

 

어쨌든 엄마 아빠는 서로에게 지쳐있고 지긋지긋한 상태인 것 같은데

그 상황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고 어찌해 볼 수도 없는 아이들이 상처를 입습니다.

 

내동댕이쳐진 가족사진과 깨진 액자 유리

 

 

엄마 아빠 사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간 듯합니다.

그런 상황을 암시할 때 흔히 쓰이는 장면이네요.

 

심란해하는 하나에게 쓰윽 종이로 접은 작은 상자를 건네는 유미

 

 

작은 상자 속에는 유미의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꽁꽁 마음이 닫혀 있던 유미가 하나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여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미네 집에는 유난히 상자가 많았습니다.

하나가 유미 자매의 집에 처음 갔던 날 발견한 상자들.

세상을 향해 열지 못한 채 꽁꽁 닫아 버린 유미의 마음들은 혹시 아니었을지?

 

 

유미는 재활용품을 모아놓은 곳에서 쓸만한 상자를 찾곤 합니다.

 

 

유미는 그렇게 모은 종이상자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집을 만듭니다.

함께 종이상자집을 만들며 행복한 아이들

 

 

어쩌면 이 상자집은 아이들이 갖고 싶은 마음속의 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고 화목한 우리집

더 이상 이사다니지 않고 한곳에 머물러 사는 우리집

하나, 유미, 유진 아이들의 '우리'집인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유미 유진 자매는 다시 이사를 가게 생겼습니다.

집을 내놨다며 부동산 아저씨가 사람들을 데리고 집을 보러 옵니다.

이에 집이 계약되지 못하도록 결사적으로 방해 작전을 펼치는 꼬마 아가씨들ㅎㅎㅎ 

 

하나는 어떻게든 가족여행을 가고 싶어서,

사실은 부모님을 화해시키고 싶어서 오빠에게도 부모님을 조르게 시킵니다.

오빠의 약점(?)을 잡아서 부모님께 이르겠다는 귀여운 협박을 하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작전을 전개한 보람이 있었는지 웬일로 가족여행을 가자는 엄마 아빠.

 

이 장면에서 뭔가 쎄~~했습니다.

바쁘다 어쩌다(사실은 두 사람이 같이 여행을 가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하시던 엄마 아빠가 갑자기 가족여행을 가자니요?

뭔가 있을 것 같았어.

 

 

그 이유를 알게 된 하나는 그토록 원하던 가족여행을 떠나는 날 가출인 듯 가출 아닌 가출 같은 방황을 하며 유미에게 갑니다.

 

유미 자매는 자매대로 급히 부모님께 연락을 해야 하는데 전화가 불통이라 애를 태우게 되고

하나는 유미 자매에게 직접 부모님이 일하시는 곳으로 찾아가자 합니다.

 

망설이는 유미를 설득해 과감하게 길을 떠나게 되고

유진은 자신들이 만든 집을 엄마 아빠에게보여 줘야 한다며 가지고 가겠다 합니다.

 

아이의 가녀린 어깨에 매달려 있는 종이상자집

 

 

집을 잃어버릴 뻔했다 간신히 되찾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따뜻하고 든든한 집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데

아이들은 어떻게든 그 집을 지키겠다며 그 작은 어깨에 떠메고 부둥켜 안고 다닙니다. 

 

용감하게 길을 떠나긴 했지만 역시나 길을 헤매게 되고

그 와중에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방전되고......

이 언니만 믿으라며 동생들을 설득해 길을 떠났지만 하나 역시 어린아이입니다.

힘들고 지치고 겁도 났을 아이들은 급기야 서로를 비난하며 말다툼을 벌입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아픈 상처를 토해내게 되지요.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힘들게 메고 온 종이상자집을 밟아버리는 아이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가지고 다니던 종이집을 없애고 나니 외려 홀가분합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자신들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어떻게든 해보겠다며 떠메고 다녔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은 어두워지고 잠자리가 걱정인데 우연히 발견하게 된 주인 없는 텐트

이 텐트 안에서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을 짓습니다.

힘겨운 짐을 벗어버린 홀가분함 때문일까요?

 

 

 

[ 아래 내용은 결말이라면 결말....이지만 딱히 숨길 내용이 있을지....^^;;;; ]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아이들이 길을 떠나고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로드무비 전개방식입니다.

어떤 계기로 주인공들이 길을 떠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치며 어려움을 겪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 갈등이 폭발하며 다투고 그러다 화해하고.

그렇게 전형적인 방식으로 여행 혹은 가출을 겪은 뒤 아이들은 현실로 돌아옵니다.

 

가족들은 하나를 찾으러 나간 듯 비어 있는 집에서 

요리노트 속에 끼워 두었던 가족사진을 꺼내봅니다.

사진 속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 아빠

하나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이지만......

 

 

하나가 밥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색이 되어 하나를 찾아다니던 가족들은 천연덕스럽게 집에서 밥을 하고 있는 하나를 보고 기가 막힙니다.

그런 가족에게 일단 밥부터 먹자는 하나.

이거, 주로 엄마들이 하는 대사 아닌가?

 

 

어안이 벙벙한 채 밥상 앞에 앉은 가족에게 하나는 말합니다.

밥을 먹자고, 밥을 먹고 여행을 준비하자고요.

 

 

하나가 말한 여행이란 어떤 여행일까요?

이미 깨져버린 가족여행을 말하는 것은 아닐 테고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말하는 걸까요?

 

엄마 아빠의 이혼을 비롯해 앞으로 벌어질 온갖 일들을 잘 맞서 보자는,

그런 뜻으로 제게는 들렸습니다.

 

힘든 여행 끝에 하나는 한 뼘 더 마음이 자랐을 것이고 

사진 속 그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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