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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눈발 날리는 날 지리산 노고단에 눈꽃 구경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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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에 눈꽃 보러 가자!"

토요일 밤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는 순간 일요일 노고단행을 결정합니다.

마을에는 비가 와도 노고단 정도 높이면 당연히 눈이 오겠지요.

 

얼마 전에 갔을 때 눈은 못 보고 바람만 잔뜩 맞고 왔었는데

(올겨울에는 눈이 정말 안 오네요)

이번에는 제발 눈을 볼 수 있기 빌며

행여 그새 녹아 버릴까싶어 아침부터 서둘러 노고단으로 향합니다. 

 

구례에서 남원 넘어가는 861번 도로를 타고 올라갑니다.

이 도로는 경사가 제법 있고 커브가 많다 보니 겨울철에는 조심스럽습니다.

구례에서 노고단 입구 성삼재 가는 버스도 11월부터 4월까지는 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천은사 지나 도계암 지나 구불구불 오르다 보니 어느 순간 희끗희끗 눈꽃 핀 나무들이 보입니다. 

 

아래쪽은 날씨가 갰다 흐렸다 종잡을 수 없었는데 

위로 올라가니 확실하게 흐린 날씨입니다.

 

시암재를 막 지나니 도로에 붉은 플라스틱 바리케이트가 서있습니다.

그렇다고 도로를 전면 통제하는 것은 아니라 조심조심 올라가 봅니다.

소심한 마음에 시암재에 차를 세우고 걸을 걸 그랬나 걱정을 하다가 성삼재 쪽에서 내려오는 차를 보니 안심이 됩니다.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우려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주차장도 멀쩡하게 운영을 하고 있고 승용차들이 제법 보입니다.

 

성삼재 주차장을 노고단 주차장이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차로 갈 수 있는 곳은 성삼재까지이고,

이곳에서 한 시간 남짓 올라가야 노고단입니다. 

 

산 위에는 분명 바람이 불 터이니 윈드자켓을 단단히 여며 입고 출발합니다.

날이 흐려서 그렇지 기온은 그리 낮지 않으니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

.

.

.

흐려도 웬간히 흐려야지!

 

 

눈이 잔뜩 쌓여 있으면 차라리 괜찮은데 바닥에 얕게 깔려 있는 게 외려 더 미끄럽습니다.

더구나 성삼재 휴게소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는 찻길입니다.

물론 일반 차량은 다닐 수 없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차량만 다닐 수 있습니다.

눈이 살짝 덮인 경우에는 찻길이 흙길 등산로보다 더 미끄럽네요.

 

20여 분을 걸으니 왼쪽으로 길을 가로질러 오르는 나무계단이 보입니다.

이정표를 보니 성삼재에서 1.5km 지점입니다.

 

 

계단 쪽에는 노고단고개까지 1.1km, 큰길 방향은 3.2km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3.2km는 찻길로만 계속 갔을 때 거리이고,

이런 식으로 가로질러 가는 길이 위쪽에도 계속 있습니다.

 

어쨌든 큰길은 차가 다니는 길이라 완만하긴 하지만 빙 둘러 가기 때문에 계단길로 갑니다.

계단이 별로 가파르지도 않고 거리도 짧아서 이리로 가는 게 훨씬 낫습니다. 

 

길가 나무들에 죄 눈꽃이 피었습니다.

 

 

흐려서 시야는 안 좋지만 그래도 신이 납니다.

 

 

무넹기 어디메 길옆에는 물이 흐릅니다.

물이 얼지 않고 잘도 흐르는 걸 보면 날이 푹하긴 한가 봅니다.

 

 

 

나무계단을 올라온 지점에서 400m쯤 가서 다시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돌계단길로 오르면 노고단고개까지 600m이고 큰길로 가면 2.4km입니다.

거리 차이가 꽤 나지만 돌계단이 힘들다며 큰길로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눈이 덮여 돌계단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걸음을 뗍니다.

평소에는 비탈을 오르느라 힘들던 곳인데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다 보니 그 힘듦을 외려 까먹게 되네요^^

 

 

채 10분이 안 되어 노고단대피소가 보입니다.

대피소 옆에 취사장이 있는데 구름이 덮고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취사장 앞쪽에 있는 선도샘입니다.

이 지점의 해발 높이가 1,507m라고 합니다. 

 

 

주민들 사이에 선도샘이라는 이름이 전해지는데 정확한 유래는 모른다 합니다.

"선도샘은 물맛이 좋고 이 물로 세수를 하면 피부가 맑아지고 얼굴이 예뻐진다."는 말이 전해진다지만

지금은 이 샘물로 세수를 하면 안 되고 식수용으로만 사용합니다.

 

밖에 선도샘이 있지만 취사장 안에도 물이 있습니다. 

국립공원 대피소에 있는 취사장에서 음식을 해먹으려면 샘에 가서 물을 떠와야 하지만

노고단은 취사장까지 물을 끌어다 놓았습니다. 

수도꼭지만 돌리면 물이 콸콸~~ 

다른 산장들은 능선에 있지만 노고단산장은 능선 아래쪽에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찌개를 끓여 든든하게 밥을 챙겨먹고 노고단으로 올라갑니다.

취사장 옆에 노고단 올라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이 길 말고 대피소 앞쪽으로 성삼재에서부터 올라온 찻길이 지나가니 그 길을 따라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길로 가면 경사가 제법 있지만

산에서 가파른 길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200m만 가면 노고단고개입니다. 

 

 

정면으로 주능선 들어서는 입구가 보이고 공단 직원들이 뭔가 하고 있습니다.

2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는 봄철 산불예방 출입통제 기간이라 주능선에 갈 수 없습니다. 

 

 

노고단고개에는 제법 큰 돌탑이 서있는데 오늘은 날이 많이 흐려 보이지 않습니다.

 

노고단 정상 올라가는 길 입구에는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시설이 있습니다.

원래 노고단 정상까지 가려면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노고단 탐방예약을 해야 합니다. 

모바일로 예약 확인증(?)을 받아 이 입구의 기기에서 확인을 하고 올라가는 겁니다.

아마도 지하철 개찰구 들어가는 것처럼 작동되는 듯.

 

하지만 사람도 별로 없고 하니 공단분들께 허락을 받고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노고단 올라가는 길도 온통 구름속,

가까이 있는 나무들만 보이지만 그래도 눈꽃이 한가득이니 즐겁기만 합니다.

 

노고단 올라갈 때면 늘 보던 구상나무도 눈꽃을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제격이라더니

눈꽃 핀 모습을 보니 정말 그 말이 실감이 납니다.

 

 

노고단 정상에 올라갔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바람이 어찌나 센지 정신을 차릴 수 없습니다.

아, 정말 날아갈 뻔ㅠ.ㅠ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가누며 데크난간을 부여잡으며 걸음을 옮깁니다. 

눈꽃이고 뭐고 무사히 내려갈 수 있을까 걱정뿐.

 

노고단 정상을 겨우 벗어났을 때는 정신이 쏙 빠져 있었네요^^ 

 

나무데크가 제법 미끄러운데 군데군데 짧은 각목을 덧대 놓아서 미끄러지지 않고 다니기 참 좋네요.

 

 

사소해 보이는 장치지만 참 요긴합니다.

이런 섬세함은 칭찬, 칭찬! 

 

다시 대피소 취사장으로 내려와 따뜻한 물을 마시며 정신을 차린 뒤 하산.

 

성삼재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노고단을 향해 출발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다들 우리처럼 눈구경을 온 게야.

 

성삼재 주차장 요금은

승용차 기준으로 최초 1시간 1,100원

1시간 이후에는 10분당 비수기 250원, 성수기 300원씩 올라갑니다.

혹시 반야봉까지 다녀온다거나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면 주차요금이 부담일 것 같은데

9시간 이상 주차해도 13,000원까지만 받습니다.

경차는 절반 정도 생각하면 되고 하루 최대요금은 5,000원입니다.

 

조심조심 아주 느린 속도로 도로를 내려오는데 시암재 휴게소에 차들이 가득합니다. 

평소라면 성삼재 주차장으로 갔을 차들이지만 날이 날이다 보니 시암재에 차를 두고 걸어가거나 포기하고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아침에 올라갈 때에 비해 눈꽃이 더 많아진 듯합니다.

 

 

그런데, 시암재를 지나 조금 내려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도로가 말끔합니다.

아니 이런!

도로가 "위에는 눈이 좀 있나 봐?" 하고 놀리는 느낌?

 

그래도 어쨌든 겨울이 끝나기 전에 눈구경 한 번 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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