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른나라 구경하기

벵밀리아, 폐허로 남은 사원을 찾아서 (ft. 입장료)

반응형

벵 밀리아Beng Mealea는 앙코르 와트 여행을 앞두고 이리저리 정보를 뒤지다 여정에 넣게 된 곳입니다.

벵 밀리아에 끌렸던 이유는,

아마 대부분의 벵밀리아 방문자가 그럴 것 같은데,

폐허로 남아 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웅장하게 서있는 사원도 물론 감동을 주지만

이제는 흔적만 남아 버린 먼 옛날의 역사는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니까요.

 

벵밀리아는 씨엠립에서 북서쪽으로 65km 쯤 되는 곳,

프놈쿨렌 국립공원 아래쪽에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벵밀리아 입장료를 앙코르 패스(통합 입장권)와 별개로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앙코르 패스가 있어도 벵밀리아를 가려면 5달러짜리 티켓을 또 사야 했지요.

2020년 1월 1일부터는 벵밀리아 입장이 앙코르 패스에 통합되었다 합니다.

 

▽ 앙코르 패스에 대해서 보기

  앙코르와트 입장료, 관람시간, 관람범위

 

입장권 이미지 중 배경은 벵밀리아 사원 모습이고 왼쪽에 있는 사진은 나가입니다.

 

 

나가는 뱀신, 신성한 뱀으로서 사원의 수호신 역할을 합니다.

나가는 산스크리트로 뱀(그 중에서도 특히 코브라)을 뜻합니다.

 

나가상은 앙코르 유적지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원 입구에도 있고, 해자를 건너는 다리에도 있고, 사원 난간에도 있습니다.

나가상을 조성한 방식에 따라 시대를 구분하기도 한다네요.

 

벵밀리아 들어가는 입구에 나가상이 보입니다.

 

 

또 다시 보이는 나가상.

나가는 얼굴은 신, 몸통은 코브라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나가는 보통 머리가 7개로 표현됩니다.

물론 3개, 5개, 9개도 있는데 몇 개가 됐든 홀수입니다. 

이 나가상처럼 머리가 5개인 경우에는 메루산의 다섯 봉우리를 상징하는 거라네요.

 

 

 

나가는 캄보디아 건국신화에 등장합니다.

인도의 브라만 계급의 청년이 뱀왕(나가라자)의 딸과 결혼해서 나라를 세우자 나가라자가 딸의 결혼을 축복하며 물에 잠겨있던 땅을 지참금으로 주었는데, 이 땅이 바로 지금의 캄보디아라고 합니다.

기왕 지참금을 주시려면 좋은 땅을 주시지 왜 물에 잠긴 땅을?

신화 속 내용이니 분명 숨겨진 의미가 있을 텐데 말입니다.

 

불교에서는 나가가 부처의 수호신으로 묘사됩니다.

석가보니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할 때 비바람이 몰아치자 뱀왕 무차린다가 자신의 몸으로 석가모니를 감싸 보호해 주었다 합니다. 

뱀왕은 석가의 가르침을 받고 불교에 귀의했지요.

캄보디아 불상 중에는 명상에 잠긴 부처님을 나가가 뒤에서 보호하는 모습이 꽤 있습니다.

 

 

 

 

 

벵 밀리아로 들어가는데 중국인 단체가 보입니다.

가이드 말로는 벵 밀리아까지 오는 한국인은 자유여행객들인데 중국인은 단체로 많이 온다네요.

중국팀은 벵 밀리아를 거의 코스에 넣는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가 중국에서 인기가 좋았다나요.

영화 제목이 투 브라더스라고 했던가.

툼레이더에 나왔다는 따 프롬과 프놈 쿨렌 폭포도 그렇고 거 참....

 

감우성이 주연했던 <알 포인트> 중 일부도 이곳에서 찍었다는데

이 영화를 보긴 봤는데 어느 장면이었을라나....

 

벵밀리아는 복원이 되지 않은 채 폐허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본래는 동서 1.2km 남북 900m 정도 규모의 해자로 둘러싸여 있었다 합니다. 

 

벵밀리아는 연꽃 연못이라는 뜻이라는데

사원 이름을 이리 붙인 사연이 무엇이었을까요?

 

처음부터 제자리를 찾지 못한 석재들이 잔뜩 쌓여 있는 모습입니다.

 

 

스펑나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폐허를 배경으로, 높이 자란 나무가 신기한 듯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둥만 남은 흔적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원 벽에 나무가 뿌리를 내렸습니다.

잔뜩 쌓인 돌무더기들은 원래 어느 자리에 있었을까요.

 

 

앙코르 사원 특유의 창틀 모습

 

 

창문이 작고 유난히 높아 보입니다.

다른 사원에서도 이런 위치에 있었던가?

 

 

사원의 운명은 알 길 없다는 듯 나무들은 푸르기만 합니다.

 

 

프론톤 조각이 섬세한 건 벵밀리아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아치형으로 맞물리며 지붕을 이루었을 석재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습니다.

그 틈으로 풀들은 여지없이 뿌리를 내렸고요.

 

 

앙코르 유적의 사원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이곳은 설치해 놓은 데크를 따라 움직입니다. 

 

 

나무뿌리가 단단히 사원벽을 껴안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면 복원을 할래도 어렵고 나무를 떼어내려다 자칫 더 붕괴될 위험도 있겠습니다.

 

 

 

대단한 기술과 노력으로 쌓아올렸을 사원은 무너져 버리고

그 공간을 나무들이 장악하고 있는 모습에 묘한 느낌이 드네요.  

 

 

그나마 온전해(?)보이는 일부 모습이지만 이곳 역시 나무의 습격(^^)을 피하진 못합니다.

 

 

위치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 도서관인 듯한 건물입니다.

더 붕괴되는 걸 막으려고 입구를 각목으로 받쳐 놓았습니다.

 

 

나무에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입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벵밀리아 구경을 마치고 나설 즈음에는 나무마저 사원의 일부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나네요^^

 

 

 

벵밀리아를 배회하며 계속 드는 생각은,

우기에 왔다면 정말 굉장했겠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세월이 켜켜이 쌓인 폐허 위에 이끼까지 덮인다면

느낌이 정말 남다를 것 같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