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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하동 형제봉(성제봉) 기슭 청학사_ft.청학동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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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형제봉(성제봉) 아래 청학사를 둘러봅니다.

청학사는 성제봉 기슭 해발 300m쯤 되는 곳에 있고

성제봉을 등반할 때 이곳을 들머리 혹은 날머리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 입구에 형제봉(성제봉) 3km 이정표가 서있고 표지기들이 잔뜩 매달려 있습니다.

 

 

커다란 돌을 세워놓은 모습이 세 사람을 형상화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삼존불을 표현하려 한 것 같네요. 

 

 

이 공터는 주차장처럼 쓰이고 있고 바로 위에 절이 있습니다.

오른쪽 왼쪽 어느 방향으로 가도 되지만,

조금 덜 가파른^^ 왼쪽 길로 갑니다.

 

 

역사가 좀 된다 싶은 절들은 입구에 안내문이 서있곤 하는데

청학사는 별다른 소개가 없습니다.

현대에 와서 세워진 절인 듯?

 

그런데 절 이름이 왜 청학사일까 궁금해집니다.

'화엄'사나 '해인'사처럼 불경에서 따온 이름은 아닌 것 같은데......

 

청학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전설 속의 이상향 청학동이 떠오릅니다.

 

청학은 태평시절에 태평한 땅에만 나타난다는 전설의 새입니다.

그래서 청학이 깃든 곳, 즉 근심걱정 하나 없는 태평성대의 이상향을 청학동이라 불렀지요.

 

지금은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일대가 청학동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 유불선갱정유도교 신도들이 모여살던 일명 도인촌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그 독특한 생활모습과 함께 학동마을이 청학동이란 이름으로 유명해진 겁니다. 

 

예로부터 청학동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추측만 많을 뿐 정확히 어디라고 알려진 곳은 없습니다.

전설 속의 이상향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정감록>에서는 청학동에 대해 "진주 서쪽 100리........석문을 거쳐 물속 동굴을 십리쯤 들어가면 그 안에 신선들이 농사를 짓고 산다"고 했습니다.

 

고려시대 문인 이인로는 청학동이 지리산에 있다 했습니다.

"지리산 안에 청학동이 있으니 길이 매우 좁아서 사람이 겨우 통행할 만하고 엎드려 수리를 가면 곧 넓은 곳이 나타난다. 사방이 모두 옥토라 곡식을 뿌려 가꾸기에 알맞다. 청학이 그곳에 서식하는 까닭에 청학동이라 부른다."

 

 

 

 

 

옛사람들이 청학동이라 짚었던 곳은 여러 곳이 있는데

피아골, 불일폭포, 세석평전 등도 후보지 중 한 곳이고 악양의 청학이골도 그 중 하나입니다.

 

청학이골은 지금 행정구역상 악양면 등촌리에 속하는데, 청학사가 있는 매계리와도 거기서 거기인 거리입니다.

지금 청학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묵계리는 악양에서 회남재 너머에 있고요.

 

아마도 이런 연유에서 절 이름을 청학사라고 하지 않았을까,라며

절 이름을 가지고 혼자 마구 추측을 해봅니다^^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청학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는 이상향을 바라는 마음이 담겼을 테니 결국은 같은 이유일 수도...........

 

 

청학사 경내로 들어서니

조성한 지 얼마 안 된 듯한 5층석탑을 배경으로 대웅전이 보입니다.

기단을 특이하게 만들었는데, 너무 높은 것 같기도.

 

 

탑 주변에 웬 인물상들이 있는데 나한상 같습니다.

나한은 아라한의 줄임말로

불교 수행자 중 가장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을 말합니다.

부처님의 제자들 중 특히 깨달음이 높은 16명을 16나한으로 따로 칭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각 스타일 때문인가, 느낌이 참 묘하네요.

불도를 닦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무도를 닦는 사람 같기도 하고....^^;;;

 

대웅전 앞에 서서 왼쪽을 바라보니 약사전이 보입니다.

법당 지붕 위에 길쭉한 탑을 세워 놓았는데, 이건 뭔 방식인 건지?

 

 

약사전 옆으로 층층이 올려놓은 돌에는 天上天下唯我獨尊천상천하유아독존 글자가 새겨져 있고

맨 위에는 아기 부처님 상이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 걸은 뒤 손을 번쩍 치켜 올리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했다는 이야기를 표현한 겁니다.

 

 

 

 

대웅전의 오른쪽으로는 작은 연못이 있고 돌다리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돌다리 위쪽에 돌을 쌓아 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너머로 다시 돌탑들이 보입니다.

 

 

돌탑들 사이에 서있는 불상

 

 

옆쪽으로 둥근 건물이 보이는데 그 앞에도 역시나 석문이 있습니다.

악양이 바위가 많은 동네긴 해요^^

 

 

그런데 불상 옆쪽에 무념굴이라 써놓은 것이 보입니다.

 

 

굴?

작은 동굴 속에서 수행하는 그런 건가? 하고 들여다보니

동굴은 아니고 반대편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로 일종의 석문인 셈입니다.

 

 

무념굴을 지나 방금 전에 본 핑크빛^^ 둥근 건물을 보니 삼성탑이라 적혀 있습니다.

삼성각이 아니라 삼성탑?

뭐, 꼭대기에 탑을 이고 있긴 하네요. 

 

 

뒤쪽에는 산신각이란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한 건물을 나누어 두 용도로 쓴 겁니다.

 

 

담 위의 돌탑들

 

 

축대 위에 석탑 3개를 나란히 세워 놓았는데 法 佛 僧 글자를 새겨 놓았습니다.

불교의 불佛 법法 승僧 3보

 

 

축대에는 역시나 작은 공간이 있고 삼보굴이라 써있습니다.

 

 

삼보굴 안의 부처님

 

 

청학사 전체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칠성봉에서 구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입니다.

 

 

핑크빛 건물, 삼성탑 쪽으로 되돌아가보니 작은 정자가 있습니다.

봉정鳳亭이라는 현판을 단 정자에는 신선대, 하심, 절아 같은 글자들이 붙어 있습니다.

 

 

정자 위쪽에 또(!) 돌탑 모양으로 지붕을 올린 석굴이 있습니다.

 

 

신선동이라 새겨놓은 석굴 안에 모셔진 부처님

 

 

청학사 뒤쪽으로는 형제봉(성제봉) 올라가는 등산로가 보입니다.

 

 

청학사를 둘러보다 보면 드는 느낌은,

참 열심히 성의를 가지고 꾸미기는 했는데 뭔가 센스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

워낙에 땅을 파면 돌이 많이 나는 곳이니 돌을 활용한 건 좋은데 디자인 솜씨가 많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구석구석 공간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잘 꾸며놓으면

나름 명소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물론 이곳의 본질은 불법을 닦는 도량이지 관광지는 아니지만

정성을 들인 건 보이는데 결과가 못 따르는 듯해서

좀 안타까운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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