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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구례 운흥정과 하연 유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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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의 정자들 중 운흥정, 그리고 그 맞은편에 있는 하연유적비입니다.

 

운흥정은 구례군 산동면 시상리에 있는데,

외산리와 경계를 이루는 곳입니다.

 

서시천을 경계로 시상리와 외산리가 나뉘는데,

이 서시천변 암반 위에 운흥정이 있습니다.  

 

서시천은 산수유마을로 유명한 위안마을에서 시작해 

산동면, 광의면, 용방면, 마산면, 구례읍 등 구례 지역을 흐르다 섬진강으로 합류합니다.

 

산동을 흘러나가는 서시천 물길이 잠시 모이는 이곳을 용소라 합니다.

 

 

우리나라에 웬만한 소에는 다 용이 살고 선녀가 다녀가신지라

용소니 선녀탕이니 하는 곳이 많은데

이곳 용소는 그 중에서도 참 아담합니다^^

 

그런데 이곳 용소에는 지명을 설명해줄 만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조선 초기 문신인 하연(河演)이 이곳에서 용을 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그래서 이곳을 용견지라고도 한다네요.

이 용소를 사이에 두고 운흥정 맞은편에는 하연유적비가 있습니다. 

 

각설하고, 먼저 운흥정을 둘러봅니다.

암반 위에 돌로 축대를 쌓고 시멘트로 평평하게 다진 위에 정자를 세웠네요.

 

 

서로 다른 서체로 쓴 현판이 앞뒤로 걸려 있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는 옛사람들이 음풍농월하던 정자가 꽤 많이 남아 있는데

운흥정은 그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세운 것입니다.

 

안내문에 적힌 내력은 이렇습니다.


운흥정은 1926년 지역의 선비들이 문학단체인 시사계(詩社契)를 조직하여 지역의 미풍양속과 시외 기풍을 발전시키기 위해 산동면 시상리와 외산리의 경계지점인 운흥 용소(용견지위에 만든 정자이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정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운흥정 맞은편에는 세종 4년(1422년) 하연이 전라도감사로 있을 때 꿈에 용을 보았다는 일화를 새겨 둔 하연비가 있다.

운흥정 안에는 운흥정이 세워진 때를 알 수 있는 상량문과 이를 기록한 글인 기문, 그리고 시사계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제영문 등이 있다.


1926년에 세웠으면 아직 100년이 채 안 된 거네요.

 

안내문에 적혀 있듯이 운흥정 안에 현판들이 가득 걸려 있습니다.

여기에도 또 다른 운흥정 현판이 있군요.

 

 

정자 뒤편에 '운흥정시사원방명록'비가 보입니다.

 

 

비석 뒤쪽에 글자가 빽빽한데 가만 보니 사람들 명단입니다.

운흥정을 짓고 또 함께 모여 글을 짓던 시사계 회원 명단인가 봅니다.

 

운흥정 맞은편으로 하연 유적비가 보입니다.

 

 

운흥정 옆에 서시천을 건널 수 있는 구름다리가 있습니다.

 

 

운흥정은 시상리에 속하고, 다리 건너 하연유적비는 외산리에 속합니다.

 

 

 

길에서는 약간 높은 곳, 비탈 끝자락에 비각이 있습니다.

 

 

현판에는 경재비각이라 적혀 있습니다.

경재는 하연의 호입니다.

 

 

경재 하연(河演, 1376~1453)은 고려말 우왕 시기에 태어나 조선 세종, 문종 때 활약한 문신입니다.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을 역임했다니, 완전 고위관료셨네요.

 

문효공 하연과 정경부인 이씨 [사진출처 문화재청]

 

하연은 조선 초기 인물이지만,

이 비는 순조 11년인 1811년 '경재 하상공 석애시 이각비'라는 이름으로 세운 것입니다.

 

이 유적비에는 하연이 세종 4년(1422년) 전라감사로 있을 때 신이한 꿈을 꾸고 용을 본 이야기가 적혀 있다 합니다.

어떤 이야기일까?

 

유적비 옆에 그 내용을 풀어 놓은 비석과 안내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안내문을 읽어 보아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하연의 꿈 속에 나타난 노인과 용과 잉어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면서

원래 바위에 새겨져 있던 시를 비석에 옮겨 적었다고 합니다.

 

응?

 

그래서 어떤 꿈을 꿨다는겨?

갑자기 시는 왜 등장하는겨? 누가 지은 시?

 

비문을 풀어 놓은 내용과 

이리저리 찾아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422년 하연이 전라도 관찰사(감사)로 있을 때 남원 중방현에 머문 적이 있습니다. 

꿈속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더니 자신의 다섯 손자가 대감의 반찬거리로 잡혀갔는데 부디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

시를 한 수 주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九登龍門上  용문산을 아홉 번 오르고

三飮天海水  바닷물을 세 번 마셨는데도

未及成龍時  아직 용이 되지 못한 이때

命付發孺子  장유자라 하는 자에게 잡혀갔나이다.

 

놀라서 잠을 깬 하연은 자기를 대접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들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과연 그 속에는 잉어 다섯 마리가 있었습니다. 

잉어를 잡아 온 사람을 데려오라고 하자 한 어부가 나타났는데

놀랍게도 어부의 이름이 장유자였습니다. 

하연은 너무 놀라 잉어를 잡아온 산동못에 지체없이 갖다 넣으라고 했습니다.

 

사흘 뒤 백발 노인이 다시 꿈에 나타나더니 감사의 뜻으로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높은 벼슬을 하게 해달라거나 금은보화를 잔뜩 달라고 할 것 같은데(^^;;;)

하연은 청백리로 이름이 높았던 사람답게 별 욕심이 없었는지 

이제껏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용을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다네요. 

노인은 하연에게 날이 밝으면 산동못가로 오시라고 했습니다.

 

낡이 밝아 못가로 가니 새벽 안개 속에서 황룡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운흥정과 유적비가 있는 이곳이 바로 하연이 용을 본 산동못인 겁니다.

 

이곳 바위에는 많은 글이 새겨져 있고

개중에는 하연이 쓴 용흥사라는 글과 

용을 본 뒤 쓴 용견죽하龍見竹下라는 글이 있다는데

.......

바위에서 글자를 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음.....-..-

 

 

< 운흥정과 하연유적비 가는 길 >

 

운흥정은 카카오맵에 표시가 돼있는데 하연유적비는 검색이 안 됩니다.

 

스카이뷰에는 다리가 보이지만
일반 지도에는 다리 표시가 없네요.

 

운흥정을 목적지로 치고 가면 되겠지만 그러면 정자 뒷마당으로 도착할 듯합니다. 

 

용소 위의 정자를 마주보며 다가가는 것과 

뒤통수를 먼저 보고 앞으로 돌아가는 것은 느낌이 다를 듯.....

 

방법 1

내비가 가리키는 대로 가서 운흥정 뒤통수(^^)부터 앞쪽으로 돌아서 보고 다리 건너 하연유적비 보기

 

방법 2

하연유적비 앞으로 도착해서 용소 건너편 운흥정을 조망하고 다리 건너가서 자세히 보기

산동교차로에서 지리산온천 방면으로 - 350m 정도 가서 - 첫번째 우회전 (광의, 수상레저타운) 표시 - 500m 정도 직진 후 - 오른쪽으로 급하게 (180도에 가깝게) 꺾이는 우회전 하면 하연유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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