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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남원 신계리 마애여래좌상, 대곡리 암각화 (ft. 남원의 숨은 보석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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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 비를 뿌릴 듯 말 듯 하늘이 잔뜩 찌푸린 주말에 다녀온 남원 답사입니다.

 

우연히 남원 신계리 마애여래좌상 이름을 듣고는

우리나라에 흔하다면 흔한, 많고 많은 마애불 중 하나려니 생각하던 중

사진을 봤는데

.

.

으~아~니!

 

불상이 제법 멋져 보입니다. 

 

그리하여 잽싸게 가서 뵙고 왔습니다.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은 남원시 대산면 신계리, 풍악산 기슭에 있습니다.

풍악산 산행을 하는 분들은 신계리 신촌마을에서 출발해 30분 정도 걸어올라가면 이 마애불을 만난다는데,

마애불 바로 아래쪽에 임도가 있으니

마애불만 보러 가는 거라면 승용차로 이곳까지 가면 됩니다.

 

신촌 버스정류장에서 남서쪽으로 800m 쯤 가면 순천-완주고속도로 밑으로 지나게 되는데

고속도로를 지나자마자, 즉 교각을 끼고 우회전 해서 직진하면 임도를 만납니다.

우회전해서 100m 정도 가면 마애불 입구이고, 

차를 댈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신계리 마애여래좌상 이정표가 큼지막해서 입구를 못 찾을 염려는 없겠네요^^

이 길은 풍악산 등산로이기도 해서 표지기가 여러 개 매달려 있네요.

 

 

이정표의 거리 표시가 모호합니다.

큰 이정표에 0.45km라고 썼다가 0과 k자를 지운 듯한데

그 바로 뒤의 나무 이정표에는 50m라고 적혀 있습니다.

 

 

겨우 50m라고?!

쾌재를 부르며 올라가는데, 어째 좀 이상합니다.

50m 정도면 입구에서도 마애불이 보여야 할 텐데, 소나무들만 울창합니다.

 

 

여러 걸음 더 옮겨보아도 마애불은 보일 기미가 없습니다.

0.45km가 맞는 거였나?

500m인데 0을 하나 빠트렸나?

 

그것참, 이상하네~ 하면서 500m를 걸어볼까나 하며 걷고 있는데

곧 소나무들 사이로 마애불이 자태를 드러냅니다.

 

2단으로 된 축대 위에 마애불이 있습니다.

 

 

입구에서 마애불까지 거리는 느낌에 200m 남짓 되는 듯합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인지 예불 드릴 때 쓰던 자리를 개켜서 한쪽에 쌓아 놓았습니다.

 

 

늘 관리를 하는 듯 마애불 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불상 앞에 촛불도 밝혀 놓았습니다.

 

 

자연 암벽의 한쪽면을 깎아 양각으로 불상을 새겨 놓았는데

마애불 중에서도 유난히 두드러진 입체감에 볼륨이 상당해 보입니다.

어휴, 조금만 더 바위를 파냈으면 부조가 아닌 환조가 됐겠습니다^^

 

 

사진으로 처음 볼 때도 그렇고 직접 보면서도 그렇고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은 뭔가 특이한 느낌이다 싶었는데,

아마도 광배가 특이해서 그랬던 건가 싶습니다.

 

 

 

 

광배를 표현할 때 그 윤곽을 둥근 구슬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두광은 연꽃잎 모양으로 표현했군요.

두광 주변도 둥근 구슬로 장식해 놓았습니다.

 

 

수인도 독특합니다.

항마촉지인이니 지권인이니 해서 불상에는 일정한 손모양이 있는데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의 손모양은 그 어느 수인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 부처님은 손이 참 크십니다^^

 

 

고려시대 전기 불상에는 이렇게 기본틀에서 벗어난 손모양이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손모양도 그렇고 옷의 주름을 새긴 기법도 그렇고,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은 고려 전기의 작품으로 봅니다.

 

불상 아래부분이 일정한 간격으로 네모나게 파여 있는데, 웬 흔적일까요?

뭔가 시설물을 끼웠던 거라고 보기에는 너무 얕게 파여 있네요

 

 

비오는 날 특유의 숲향기 속에서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을 뵌 후

근처에 있는 대곡리 암각화를 보러 갔습니다.

 

암각화는 바위에 새긴 그림입니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바위나 동굴벽에 기호, 물건, 동물 등의 그림을 새겨놓은 것으로

주로 농사의 풍요와 생산의 의미를 지니는 주술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곡리 암각화라는 말이 퍽 낯익습니다.

선사시대 암각화 중 꽤 유명한 암각화 아닌가?

그 유명한 암각화가 남원에 있었나? 이상하네.....

 

고개를 갸웃거리다 보니,

울주군에도 대곡리가 암각화가 있습니다. 

그 유명한 반구대 암각화!!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문화재청 ]

 

어쩐지 대곡리 암각화라는 말이 이상하게 익숙하다 싶더라니ㅋㅋㅋ~~~

 

남원 대곡리 암각화가 있는 곳입니다.

신계리 마애여래좌상 입구에도 보이던 노란 하트가 이곳에서도 보입니다.

 

 

마을 앞에 낮고 평평한 바위언덕이 솟아 있는데, 위쪽은 평평합니다.

여러 사람 놀러앉아 놀기에 딱 좋은 모양새.

이런 곳에는 보통 ~~대라는 이름이 붙기 십상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봉황대라고 불립니다.

울주군 대곡리에는 반구대, 남원시 대곡리에는 봉황대! 

 

바위 벽에 봉황대라고 새겨놓은 것이 크게 보이고,

암각화는 그 옆쪽에 있습니다. 

 

 

암각화가 제작된 곳은 풍요의식을 거행하던 제의 공간으로 봅니다.

남원 대곡리 암각화도 그것을 말해주듯 봉황대의 가장 높은 바위면에 조각되어 있습니다.

 

 

 

 

바위들 사이로 길이 있어서 위쪽까지 올라가 볼 수 있습니다.

봉황대라 새겨 놓은 글자가 뚜렷합니다.

 

 

봉황대 글자가 새겨진 옆쪽으로 선사시대 암각화가 보입니다.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처럼 고래나 사람 같은 구체적인 형상을 새긴 암각화와는 다릅니다. 

선사시대 암각화 중에는 이렇게 기하학무늬를 새긴 것이 꽤 됩니다.

 

 

남원 대곡리 암각화는 1991년 처음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되었다 합니다.

호남지방의 유일한 선사시대 암각화인데 

경상북도 일원에서 발견되는 기하학무늬 암각화와 모양이나 조각양식이 같다네요.

흥해 칠포리, 영주 가흥동, 고령 장기리, 안림장터, 영천 봉수리 등에도 이런 무늬의 암각화가 있다 합니다.  

 

 

이런 암각화를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책이나 사진에서 봤겠지요.

 

남원 대곡리 암각화는 두 곳에 새겨져 있다는데

이 암각화 말고 다른 것은 찾을 수가 없네요.

 

봉황대 아래 정자가 세워져 있고 그 뒷면에 차양 같은 게 있길래

혹시 그 아래 암각화가 있나 하고 기웃거려 보았지만 발견을 못했습니다.

 

많이 마멸되어 잘 안 보인다고는 하던데......

 

아쉬움을 남기며 대곡리 답사를 마칩니다.

 

그런데,

신계리 마애여래 좌상도 그렇고 대곡리 암각화도 그렇고

노란 하트 모양에 '남원의 숨은 보석 10선'이라는 표시가 있길래 뭔가 하고 찾아봤습니다.

 

남원시에서 남원의 잘 안 알려진 문화현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선정한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광한루처럼 이미 잘 알려진 곳들은 빠져 있습니다.

그 열 곳은 이렇습니다.

 

- 사대부 가문의 전통한옥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몽심재 (수지면 호곡리)

- 자비로운 부처의 미소가 주는 평온함과 법열을 맛볼 수 있는 양각 석불인 마애여래좌상(대산면 신계리)

- 교룡산성을 들어가는 석축 출입문인 홍예문 (향교동 교룡산성 내)

- 초가지붕을 유지하고 있는 덕치리 초가 (주천면 회덕리)

-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써 평화로움을 보여주는 서어나무 숲 (운봉읍 행정리)

- 선사시대의 문화유적인 암각화( 대산면 대곡리)

- 소설 혼불에 등장하는 배경지 서도역 (사매면 서도길)

- 만복사를 수호하던 우뚝 선 수호자 석인상 (왕정동)

-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던 남녀 석장승 (운봉읍 서천리)

- 정자관을 쓴 훈장이 학동들을 가르치는 공안서당(운봉읍 수철길)

 

이미 가본 곳도 있고 곧 가보려고 생각중인 곳도 있네요. 

그런데 덕치리 초가 같은 곳은 노부부가 살고 계신다던데, 

물론 남원시에서 그 분들께 미리 말씀을 드리긴 했겠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선뜻 걸음이 가질 않네요^^

 

아무튼 기회가 닿는 대로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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