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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하동 악양의 동정호와 악양루 (ft. 소상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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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끝에 뒤늦게 올리는 봄나들이 포스팅, 하동군 악양 나들이입니다.

 

악양이라는 지명은 왠지 중국 지명의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뭐, 순전히 주관적인 느낌(!)이지만요.

 

예전에 한양 천도에 대한 강연을 듣다 보니

한자로 된 지명에서 양陽은 남쪽을 의미한다 하더군요.

남쪽은 해가 잘 드는 양지니까 그럴 듯하네요. 

 

그러면 악양岳陽은 산 남쪽이라는 뜻이 됩니다.

실제로 악양은 큰 산줄기 남쪽에 있지요.

 

반대로 음陰은 북쪽을 의미하는데

경남 산청의 옛이름 산음山陰을 생각해 보면 이 역시 그럴 듯합니다.

 

각설하고,

악양을 산책한 이야기, 그 중에서도 먼저 동정호와 악양루입니다.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19번 국도를 타고 가다 악양 쪽으로 들어서면

(평사리 최참판댁 가는 길입니다)

인공 호수와 누각으로 조성해 놓은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이 호수의 이름을 동정호, 누각을 악양루라 붙여 놓은 것입니다.

 

주차장 앞에 작은 잔디광장이 있고 그 뒤로 악양루가 보입니다.

 

 

동정호는 북동-남서 방향으로 길쭉한 모양인데

긴 쪽은 320m 정도, 짧은 쪽은 그 절반 정도 되는 크기입니다. 

 

얼마 전에 공사를 하더니 호수 가운데 섬을 만들고 건너가는 현수교도 설치해 놓았습니다. 

 

 

배경으로 보이는 산줄기는 칠성봉에서 구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호수 중간에 작은 수차 모양으로 된 장비 몇 개가 계속 돌아가던데

물이 가만히 고여 있지 않도록 움직여 주기 위한 걸까요?

 

동정호 한쪽에 악양루를 세워놓았습니다. 

 

 

악양루 옆에 작은 습지가 있고 그 속에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악양루 안쪽에 이런저런 현판이 걸려 있는데 악양루중건기라 쓰인 것도 보입니다.

악양루가 세운 지 오래되어 낡고 허물어지니 새로 세웠다

대충 그런 내용입니다.

 

 

그런데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은,

중건기 날짜가 2012년인데 그 전에는 이 자리에 누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전의 악양루는 어찌된 걸까?

 

 

혼자 궁금해하던 차에 문득 오래 전 찍어둔 사진이 생각났습니다.

 

큰길에서 악양으로 꺾어지기 전 개치마을 언덕 위에 있던 누각!

 

 

동정호를 만들면서 그 옆으로 이 악양루를 옮겨서 중건한 모양입니다. 

 

위치도 다르겠다, 새로운 이름으로 누각을 지어도 좋았겠지만

아마도 악양루라는 이름 때문에 중건의 형식을 취한 것 아닐까요?

 

사실, 동정호니 악양루니 하는 이름들의 원조는 중국에 있습니다.  

동정호(둥팅호)洞庭湖는 중국 후난성에 있는 호수이고

악양루는 이 동정호에 있는 누각입니다.

두보의 '등악양루(악양루에 올라)'라는 오언율시는 꽤 유명하기도 합니다.

 

동정호는 소상팔경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소상팔경은 어떤 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뽐낼 때 사용하는 OO팔경의 원조입니다.

 

동정호 남쪽에 소수(샤오수이강)가 상강(샹장강)으로 흘러드는 곳이 있는데,

이 일대의 아름다운 경치를 8항목으로 표현한 것이 소상팔경입니다.

 

소상팔경 중 하나인 동정추월洞庭秋月은 

가을날 동정호에 달이 비치는 풍경을 말합니다.

 

백자청화동정추월문항아리(보물1390호)

 

그러니까 동정호와 악양루는

경치가 빼어난 곳,

시상이 떠오르는 멋진 곳이라는 느낌을 풍기는 이름인 셈입니다. 

 

마침 동네 이름도 악양이겠다,

호수를 만들어 동정호라 이름 붙이고 악양루도 세운 모양입니다. 

 

뭐, 예전의 악양루는 섬진강이 보이는 곳이라 그 나름대로 좋았겠지만

동정호와 악양루는 한데 있어야 제격이랄까요?

 

아무튼 동정호와 악양루라는 이름을 살펴보면 그런 내용입니다. 

 

동정호와 악양루 산책 동영상으로 보러가기

 

악양의 동정호와 악양루는,

이곳을 보겠다고 부러 멀리서부터 찾아올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지나는 길에 잠시 쉬어가거나

지역 주민들이 가볍게 산책하기 좋습니다. 

 

마침 소설 토지의 무대를 재현해 놓은 평사리 최참판댁이 가까이 있으니

겸사겸사 함께 들러보면 좋을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평사리라는 마을이름도 소상팔경 중 하나인 평사낙안에서 따온 거네요.

 

▽ 최참판댁 보러 가기

소설 토지의 배경 평사리 최참판댁 - 가는 길, 입장료, 한옥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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