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운봉에 있는 마을숲 두 곳을 다녀왔습니다.
마을숲은 글자 그대로 마을에 있는 숲입니다.
도시가 아니고서야 마을 근처에 숲이 있는 것은 흔한 일인데?
마을 옆에 있다고 해서 다 마을숲이라 하는 건 아니고,
인공으로 조성한 숲을 말합니다.
왜 굳이 마을에 숲을 만들었을까?
수해 방지용으로 마을 옆을 흐르는 하천변에 숲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양의 관방제림, 함양의 상림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겨울철 찬바람을 막기 위해 숲을 조성하기도 하고요,
바닷가 마을에서는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방풍림을 만듭니다.
해수욕장에서 흔히 보는 소나무숲이 그런 경우입니다.
풍수지리상 마을의 기운이 허한 곳에 비보림으로 숲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을숲에 관한 자료를 보니 비보림으로 조성한 곳이 꽤 많이 보이네요.
지난 포스팅 중
하동 송림은 섬진강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한 숲이고
광양 유당공원도 바다 근처의 광양고을을 가리기 위해 조성한 마을숲의 일부가 남은 것입니다.
▶ 광양 유당공원의 이팝나무, 비석군, 은목서, 왕버들
각설하고!
남원 운봉에 마을숲이 몇 곳 남아 있던데 그 중에서
행정리 서어나무숲과
신기리 숲을 다녀왔습니다.
먼저, 행정리 숲을 보러 갑니다.
주소는 운봉읍 행정리 285번지네요.
마을 입구 행정교에서 좁은 마을길을 따라 가는데, 숲앞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습니다.
행정리 서어나무숲은 남원시의 숨은 보석 10곳 중 하나입니다.
행정리 마을옆에 서어나무들이 빼곡한 작은 숲이 있습니다.
더위가 시작된 날씨에 숲 바깥은 햇살이 꽤 따갑지만
숲안은 서늘하니 한기까지 느껴집니다.
숲에서 본 마을 모습입니다.
마을 안에도 큰 나무들이 곳곳에 보이네요^^
행정마을 숲은 200년 전 쯤 비보림으로 조성한 숲입니다.
2000년 산림청에서 주관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선정되었다네요.
이름은 서어나무숲이지만 정확히는 개서어나무입니다.
서어나무는 잎끝이 꼬리처럼 길고 표면에 털이 없고
개서어나무는 잎끝 꼬리가 짧고 표면에 털이 있다고 합니다.
남부지방에서 서어나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개서어나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악양에도 서어나무가 많은데,
그것도 다 개서어나무였던 것
다음으로 신기리 숲을 보러 갑니다.
행정리 숲은 마을 옆에 나무들끼리 모여 있는 숲이라면
신기리는 마을 옆 하천을 따라 길게 조성되어 있는 숲입니다.
신기리 경로당을 왼쪽으로 끼고 마을길로 들어섭니다.
꽤 연식이 있어 보이는 집 뒤로 나무들이 보입니다.
지붕이 낮은 집이라고는 해도, 집과 비교해 보면 나무가 꽤 큰 걸 알 수 있습니다.
왼쪽으로 집들이 모여 있고, 숲은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마을 사람들 쉼터인 듯한 정자가 있습니다.
기와지붕을 얹은 그럴싸한 모정은 아니지만, 숲에는 정자 하나 쯤 있어야 제맛!!
신기리 마을숲 안내문이 있는데 그 앞에 차 한 대가 떡하니 주차되어 있어서
안내문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네요.
어찌어찌 찍은 신기리 마을숲 안내문
신기리 마을숲은 비보림으로 조성된 숲입니다.
그런데 축성표석이라니, 웬 축성?
신기리 마을숲은 조선 영조 때인 1748년에 조성한 것입니다.
마을이 소가 누워있는 와우혈이라
마을의 기운이 허한 지맥을 막고 후손들의 번창을 위해 토성을 쌓고 숲을 만들었다 합니다.
이런 내력을 밝힌 '보맥유림만대'라 새긴 표석이 숲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숲을 조성하면서 성을 쌓고 금석까지 발견된 것은 꽤 이례적이라네요.
안내문 옆에 그 비석이 있고,
원래 세운 축성비가 낡아서 새로 만들어 세운 토성축성기념비가 함께 있습니다.
숲안은 역시나 시원하니 좋네요^^
큰 나무 아래에서 물도 한 모금 마시고 간식도 좀 먹으면서 마을숲 답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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