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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장성 백양사 단풍구경에 정신을 뺏겨서 그만 (ft. 백양사 이름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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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단풍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도 정읍 내장사일 테지만

그 산 너머 뒷쪽에 있는 장성 백양사 단풍도 만만치 않습니다.

백양사 단풍이 더 곱다는 사람들도 종종 있고요.

 

웬일로 단풍구경을 떠나 백양사의 고운 단풍을 본 건 좋았는데

단풍만 보느라 절 답사는 제대로 못했네요.

 

절에 가면 대개는 탑이나 불상을 먼저 보고 또 사진을 찍곤 하는데 

이번에는 놓친 게 많네요.ㅎㅎㅎ

 

단풍철이긴 해도 평일에 가서 그런지 일주문 안쪽에 있는 주차장까지 들어갔습니다. 

사찰 입장료 3,000원에 주차비 5,000원

(내장사도 그렇고 주차비가 어째 거시기합니다. 단풍관광지 특성인가?)

 

주차장에서부터 거대한 흰 봉우리가 보이며 '백암'산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백양사 사진에 늘 배경으로 등장하는 백학봉입니다.

 

 

백학봉은 명승 제3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명승'은 국보나 천연기념물 같은 국가 지정 문화재 항목 중 하나입니다.

 

백양사가 있는 산이 백암산인데, 이 백학봉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 합니다. 

이 바위를 학이 날개를 편 모습 같아서 학바위라고 했는데 바위색이 하얗다 보니 백학봉이고 또 산 이름도 백암산이 되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전란이나 질병, 가뭄 같은 위기가 있을 때

나라에서 관리를 보내 제를 올리던 산이라는군요.

 

주차장에 접해 있는연못을 빙 둘러 걷다가 다리를 건너니 다시 탐방로가 나오고

 

 

유난히 키가 큰 나무가 있어서 보니 

 

 

'백양골을 지키는 수호신, 당산나무 할아버지'라는 안내문을 앞세운 갈참나무가 있습니다.

 

 

마을의 당산나무가 절에 있는 모양입니다.

백양골에서 제를 지내는 당산은 두 곳이 있는데

백양사 앞의 이 갈참나무는 바깥당산이라고 하네요. 

 

 

조금 더 걸어가니 연못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백양사 사진에 가장 흔하게 보이는 장면(백학봉을 배경으로 연못에 비친 쌍계루)이 바로 이곳에서 찍은 것.

 

 

연못 옆으로 올라가니 본격적으로(응?) 경내로 들어서는 입구, 천왕문이 보입니다.

고불총림 백양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총림'이란 사찰 중에서 선원, 강원, 율원을 모두 갖춘 경우를 말합니다. 

선원은 승려들이 참선수행하는 곳

강원은 경전 교육기

율원은 계율 전문교육기관

 

총림은 본디 해인사(해인총림), 통도사(영축총림), 송광사(조계총림), 수덕사(덕숭총림) 4곳이 있었다가

1996년 백양사(고불총림)가 총림으로 승격하였고

몇 년 뒤 동화사(팔공총림), 범어사(금정총림), 쌍계사(쌍계총림)까지 추가되어 모두 8곳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백양사는 작년에 지정 해제되었다고 합니다. 

뭔가 요건을 못 맞춘 게 있었던 모양이지요?

 

그런데 천왕문 앞에 뜬금없이 웬 그네가?

 

 

어쨌든 천왕문 앞의 단풍은 곱습니다.

 

 

천왕문 앞에 있는 하얀 양

 

 

그러고 보니 절 이름이 백양白羊이라는 건 특이하긴 합니다.

 

백양사는 본디 백암사라 했다가 조선 선조 때인 1574년 백양사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환양선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합니다.

 

환양선사가 백암사에서 법회를 열어 금강경을 설법하고 있는데, 3일째 되는 날 흰 양이 나타나 설법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환양선사가 7일째 법회를 끝내고 잠을 자는데 꿈에 흰 양이 나타났습니다.

양이 말하기를, “저는 원래 하늘에 사는 천인이었다가 죄를 지어 짐승이 되었는데, 선사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천인으로 환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말인즉슨 스님의 설법을 듣고 깨우쳤다는 의미일 텐데...사람인 나보다 낫네요ㅠ.ㅠ)

환양선사가 아침에 암자 앞으로 나가보니 흰 양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절의 이름을 백양사白羊寺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버전으로는 환양선사가 대웅전에서 법화경을 설법하자 산양들이 많이 내려와 경청하였으므로 백양사라 바꾸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환양선사가 축생도 감동할 만한 설법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스님 이름이....환양喚羊.....ㅎㅎㅎ

 

천왕문 앞에서 절 옆으로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백학봉 가는 길입니다.

백학봉까지 1.9km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천왕문을 안쪽에서 보니 사천왕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군요.

 

 

사찰에는 꼭 있는 누각이 보이고, 그 앞에 보리수 한 그루.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해서 불교에서 신성시하는 나무인데

그 나무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거 맞나요?

석가모니가 사시던 곳은 더운 지역인데......

 

 

만세루를 반대편에서 보니 우화루라는 현판을 달고 있습니다.

 

 

백양사 대웅전 역시 백학봉이 배경입니다.

 

 

대웅전 옆으로 본 백학봉 모습

 

 

대웅전 뒤쪽에 8층사리탑이 있습니다.

 

 

아니, 탑이 왜 대웅전 뒤쪽에 있어?

그리고 이 탑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데,

우리나라 절 중에는 5대 적멸보궁 말고도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탑이 어찌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사리를 산더미처럼 남기셨을 리도 없고....알 수 없는 일.

 

대웅전 옆 전각에는 진영각, 칠성전 현판 두 개가 함께 걸려 있습니다.

보통은 칠성'각'이라 하는데 이곳에서는 칠성'전'이네요.

칠성전 전각 뒤쪽 단풍나무들도 한창 붉은빛을 뿜고 있습니다.

 

 

극락보전에는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보물 2066호로 지정된 것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실제로는 꽤 큰 불상이던데 사진으로 보니 작아 보이네요.

 

장성 백양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문화재청]

 

백양사 전각들 중 명부전이 좀 특이합니다.

명부전은 망자들의 명복을 비는 곳으로 지장보살을 주존불로 모시고 양옆으로 시왕을 모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시왕전이라 하는 곳도 있고요.

 

그런데 백양사 명부전은 납골당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벽에 사리함 같은 것들을(사실은 납골함이겠죠?) 모셔놓았던데

이 명부전에는 지하 공간까지 두어 많은 위패를 모시고 있다네요.

생각해 보면 명부전이라는 역할에 잘 어울린다 싶습니다.

 

명부전 앞에서 본 극락보전, 칠성전, 대웅전, 우화루

 

 

절을 돌아보고서 쌍계루 쪽으로 돌아서 돌아옵니다.

 

 

쌍계루 맞은편으로 단풍나무들이 즐비하고, 그 아래 안내문이 몇 개 서있습니다.

 

 

백양사 일대 비자나무가 천연기념물임을 알리는 안내문, 백학봉에 대한 안내문, 고하 송진우 선생과 백양사 청류암에 관한 안내문 등입니다.

 

 

 

백양사 쌍계루에 올라가 단풍 가득한 백양사 경내를 다시 한 번 둘러봅니다.

쌍계루에서 뒤쪽 백학봉 쪽을 본 모습

 

 

앞쪽을 보니 백학봉을 배경으로 쌍계루를 찍는 진사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렇게 단풍 구경 잘하고 내려오는데 뭔가 허전합니다.

 

절에 가면 습관적으로 일주문부터 시작해 전각과 탑 등을 일단 찍고 보는데

이번 백양사에서는 단풍을 구경하느라 그랬는지

사진찍기 좋아하는 일행의 찍사 역할을 하느라 그랬는지  

나중에 보니 놓친 부분이 제법 되더군요.

 

그 중 하나인 소요대사 부도는 문화재청 사진으로 대신하고

 

장성 백양사 소요대사탑 [문화재청]

 

이런 이유를 핑계로 다음에 한 번 더 가는 걸로....^^

 

 

백양사는 단풍도 유명하지만 '고불매'라 불리는 오래된 매화도 이름난 모양인데

그러면 다음 백양사 방문은 이른 봄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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