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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실

사약, 죽을 죄인에게 임금님이 내리는 마지막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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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약은 조선시대 사형방법 중 하나입니다.

마시면 죽는 약-..-

 

역사를 보면 사약을 받고 죽은 인물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폐비 윤씨, 조광조, 송시열, 장희빈.....(그리고 또 누구였더라?^^;;;;;)

특히 연산군 생모인 폐비 윤씨나 장희빈처럼 사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 사약을 받았기 때문에 사극에서 꽤 익숙하게 보게 되지요.

 

KBS 드라마 <장희빈>에서 사약 장면

 

이 사약을 한자로 死藥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死刑에 처하는 약이니 죽을 '死'를 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약은 한자로 賜藥이라고 씁니다.

글자 그대로 풀면 하사받은 약이 되는데, 그 약을 하사하신 분은 바로 임금님입니다.

 

​먹고 죽으라고 보낸 약이지만 그래도 이 사​약이라는 게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신분이 높으신 분들에게만 베푸는 임금님의 은혜였으니, 그 은혜란 다름아니라 죄인을 죽이기는 하되 신체를 온전히 보존해 주는​ 은혜입니다.

 

그래서 이 사형방법을 사사賜死라고 합니다.

국어대사전의 풀이에 의하면,

죽일 죄인을 대우하여 임금이 독약을 내려 스스로 죽게 하던 일

 

<형정도첩> 중 사약 받는 모습 ​

 

목숨으로 죗값을 치르는 사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형벌 중 최고 단계의 벌입니다. ​

조선시대 형벌 제도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사형이라고 다 같은 사형이 아니었습니다.

죄가 클수록 사형방법이 고통스럽고 잔인해지는 겁니다. 

 

조선시대 사형방법은 일단 교형입니다. 목을 매서 죽이는 거지요.

 

<형정도첩 중 교형>

현재 우리나라의 사형 방법도 목을 매는 교수형=교형입니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기는 합니다.

간혹 사형 판결이 나기는 하지만 실제 사형을 집행하지는 않아서(정확히는, 사형집행한 지 워낙 오래돼서)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법적으로는 사형이라는 ​제도가 존재하고 그 시행 방법은 교수형이라는 거지요.

군형법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경우에는 총살형이라는군요.​

그런데, 사형 방법 중에 죄인의 목을 베서 죽이는 ​참형도 있었습니다. ​

사형 죄인 중에서도 특히 죄질이 나쁜 경우에 참형을 당하게 됩니다.

역적죄인이나 남의 나라로 도망​가 이적행위를 한 죄인이 참형에 해당되고, 살인죄 중에서도 여러 명을 죽이거나 신체를 절단한(요즘말로 하면 토막살인이 되겠네요) 경우 등입니다.

그리고 강도, 강간 등도 참형에 해당하는 큰 죄로 취급했군요.​

기산 김준근 풍속화 중 참형집행 모습

 

어차피 목숨을 빼앗는 사형인데 교형이나 참형이나 죄인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 아닌가 싶지만, 신체발부수지부모라고 해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신체는 터럭 하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유교 사회의 사람들에게는 신체나마 온전히 보존하는 게 중요했으니 목을 베는 참형이 훨씬 무거운 형벌이 되는 겁니다.

게다가 그 잘라낸 머리를 장대 끝에 걸어 전시(?)하는 효수형도 있는데, 이건 더 극악한 죄인의 경우 시행합니다.

사람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는 것으로, 대개는 역적 죄인들이 참형 뒤 효수되는 처벌을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암살당했는데도 시신이 끌려와 효수 당한 김옥균

 

여기에다 더욱 참혹한 사형법은 능지처참이니 육시니 해서 시쳇말로 갈가리 찢어 죽이는 겁니다.

능지처참과 육시는 차마 설명을 못........(절대 귀찮아서는 아님ㅋㅋㅋ)

이렇듯 다양한 사형 방법 중 사약은 시신이나마 온전한 상태로 남길 수 있으니 그나마 나은 처벌이 되는 겁니다.

사약도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왕족이나 고위 관료 등 '높으신 분들'만 사약을 받았습니다.

죽을 죄를 짓긴 했지만 ​그나마 나은(?) 방법으로 보내 주는, 임금이 신분이 높은 죄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베푸는 은혜라면 은혜​랄까요. 

<예기禮記>에 ‘사가살士可殺 불가욕不可辱’ (선비는 죽일 수는 있어도 욕보여서는 안된다)이라는 말이 있다는데, 신분제 사회에서는 죄인조차도 신분에 따라 차별을 받은 셈이네요.

 

 

사약이 도착하면 죄인은 의관정제하고 나와 정중히 사약을 받고, 먼저 임금님 계신 쪽을 향해 절을 올린 뒤 사약을 마십니다.

자고로 임금께서 하사하신 것은 임금과 동급인지라 예를 다해 모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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