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산의 정상을 말할 때 금강산 비로봉, 지리산 천왕봉, 설악산 대청봉처럼 봉우리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한라산 정상을 지칭할 때는 흔히 백록담이라고 합니다. 백록담은 움푹 패인 땅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이니 가장 높은 곳이 아닐 텐데 말이지요^. ^
백두산 정상을 말할 때도 호수인 천지를 말하게 되는데, 아마도 높은 산꼭대기에 물이 고여 있다는 특이함 때문일 겁니다.
백두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는 물론 장군봉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라산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거의 잊혀진 이름이 됐지만 옛사람들의 글을 보면 혈망봉穴望峰이라는 이름이 보입니다.
1609~1610년 제주판관을 지냈던 김치金緻의 유한라산기遊漢拏山記 중 일부입니다.
1702~1703년 제주목사를 지냈던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은 <남환박물>에 한라산에 올랐을 때의 모습을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둘레가 10여 리라거나 깊이가 800자라는 건 웅장함을 표현하기 위한 과장법이겠지요?
백록담을 에워싼 봉우리에 구멍이 있어서 혈망봉이라 불렀다는 것인데, 어떤 구멍을 말하는 걸까요?
지금은 한라산 정상을 가더라도 일부 한정된 곳만 볼 수 있으니 확인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사족]
엄밀히 말하면 한라산 정상부는 용암 돔Lava Dome입니다. 묽은 용암이 흘러나와 완만하게 한라산체가 만들어진 다음 가운데에서 다시 되직한 용암이 솟아 멀리 가지 못하고 종 모양으로 굳은 것이지요. 거기에 다시 폭발이 일어나면서 꼭대기가 함몰돼 생긴 것이 백록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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