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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부조 - 우유바다 휘젓기 (ft. 비슈누, 쿠르마, 아수라, 압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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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1층 회랑의 부조들 중 동쪽에 새겨진 작품은 우유바다 휘젓기입니다. 

우유바다 휘젓기는 신들과 악마들 간에 벌어진 천년 동안의 줄다리기에 관한 이야기로 힌두교의 창조신화입니다. 

 

우유바다 휘젓기는 힌두교 문헌 중 <바가바타 푸라나>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바가바타는 힌두교에서 비슈누 신을 섬기는 종파이고 

푸라나는 산스크리트로 오래된 이야기, 신에 관한 옛이야기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바가바타 푸라나>는 바가바타파의 신성한 이야기 그런 뜻 쯤 되겠네요.

 

바가바타 푸라나는 종파를 초월해 인도에서 널리 사랑을 받았고

산스크리트로 쓰인 힌두교 문헌 중 가장 유명하다 합니다. 

 

우유바다 휘젓기 신화는 인도는 물론 동남아의 태국과 캄보디아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나 조각이 많기 때문에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우유바다 휘젓기 내용은 이렇습니다.

 

태초에 데바와 아수라 사이에 싸움이 있었습니다.

보통 데바를 신으로, 아수라를 악마 혹은 악신으로 번역합니다. 

 

신과 악마들은 끝없이 전쟁을 했는데 악마들의 힘이 더 강한데다 신들의 왕인 인드라는 저주를 받아 힘을 쓸 수 없었어요.

신들은 몰살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데바, 아수라, 인드라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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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바, 아수라, 인드라 ]

데바는 빛나는 존재라는 뜻으로 인도에서 신을 뜻하는 말입니다. 여신은 데비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Celestial deities(천계의 신들)이라고 번역하지만 데바를 그냥 쓰기도 합니다.

한문으로는 천신天神이라 번역합니다. 

 

아수라라고 하면 우선 아수라장 혹은 남자 반 여자 반인 만화영화 속 아수라 백작부터 떠오릅니다. 

아수라는 힌두교에서 악신을 이르는 말입니다. 악마라고도 번역합니다. 

인도의 많은 신들 중 아주 초기부터 숭배되었던 신으로 처음에는 생명과 생기를 관장하는 신으로 여겼다 해요.

그러다가 시바나 비슈누 같은 힌두교의 주신들에 대한 숭배가 확립되면서 차츰 이 신들과 대립하는 악신과 그 일족들을 일컫는 개념으로 변했다 합니다.

아수라와 데바들 사이의 전쟁은 인도 신화의 중요한 축을 이룹니다. 

 

인드라는 전쟁의 신이자 신들의 왕으로 천둥, 번개, 비를 관장합니다.

인드라는 흰색 코끼리 아이라바타를 타고 다닙니다.

고대 인도에서 중요한 신으로 숭배되다가 브라흐마, 시바, 비슈누 3신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힘을 잃게 됩니다.

그래도 무용신의 성격을 띠고 앙코르 유적지 곳곳에서 작은 크기로 자주 등장합니다. 

 

 

신들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멸을 얻는 것. 

신들은 불사의 약 암리타를 얻기 위해 우유바다 휘젓기를 하게 해달라고 비슈누에게 청합니다.

비슈누는 줄다리기를 하려면 악마들의 힘이 필요하니 암리타를 나눠 주겠다고 속여서 악마들을 참여시키라고 합니다.

신께서 속임수를 사주하시다니 원.

 

비슈누는 메루산 동쪽에 있는 만다라산을 뽑아다 놓고 거대한 뱀 바수키에게 이 산을 휘감게 합니다.

메루산은 힌두교에서 세상의 중심에 있다고 믿는 산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거대한 거북 쿠르마로 변해 만다라산이 가라앉지 않게 떠받쳐 주지요.

신들과 악마들이 양쪽에서 바수키를 잡고 우유바다를 휘젓기 시작합니다.

뱀의 머리쪽에 악마팀 92명이 서고 꼬리쪽에 신 88명이 섰다고 합니다.

 

앙코르와트 부조에 새겨진 비슈누의 화신 쿠르마입니다.

비슈누는 팔이 네 개로 묘사되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비슈누는 때와 상황에 따라 10가지 모습으로 변해서 나타납니다.

쿠르마는 그 중 한 모습이고요. 

 

 

줄다리기는 천년 동안 계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세상이 만들어집니다.

 

처음에는 바다에서 물결이 일며 불순물이 응축된 푸른 독약이 나옵니다. 

세상이 멸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바가 독약을 삼켰고, 그로 인해 목이 파랗게 변해 버립니다.

 

뒤이어 바다에서 신성한 나무, 흰 암소, 흰말이 태어나고 비슈누의 아내가 될 락슈미 여신이 태어났습니다.

천상의 무희라 하는 압사라들도 이때 태어났습니다. 

부조에 보면 줄다리기 하는 신과 악신들 위로 막 태어난 압사라들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신들의 의사 단반타리가 암리타가 든 호리병을 들고 나타나지요.

 

이 뒤의 이야기는 지역마다 내용이 살짝 달라진다고 하네요.

인도와 태국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암리타를 신들만 먹고 악마들은 지하세계로 추방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는 신들이 암리타를 나눠먹을 때 악마들도 신으로 변장해서 함께 먹었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 신들과 악마들이 싸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앙코르와트 사원에 우유바다 휘젓기를 조각해 놓은 것에 대해 그런 해석이 있습니다.

내정이 혼란한 틈을 타 쿠데타로 집권한 수리야바르만 2세가 이 신화에서처럼 자신이 새로운 질서를 창조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거라고요. 

 

정말 그런 뜻으로 이 부조를 새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 우유바다 휘젓기는 힌두교 관련된 곳에 그림이나 조각으로 많이 보입니다.

앙코르 톰 남문을 비롯해 앙코르 유적지 곳곳에서도 볼 수 있고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태국의 방콕 공항에서 우유바다 휘젓기 조형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바수카의 머리 쪽에 선 악마들은 얼굴이 어둡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꼬리 쪽에 선 신들은 뭘 모르고 봐도 착한 나라^^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만다라산을 휘감은 바수키의 몸통과 그 만다라산을 떠받치고 있는 쿠르마가 보입니다.

 

 

비슈누가 심판을 보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우유바다 휘젓기 신화를 몰라서 이게 뭐지? 하면서도 뭔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더랬지요. 

 

그런데 힌두교 창조신화에 왜 우유바다가 등장하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보통 창조신화를 보면 아무것도 없는 혼돈상태에서 시작하거나 신과 같은 거대한 존재가 세상만물을 만들어내거나 그런 내용 같은데요.

그리고 우유바다에서 밧줄을 휘젓는다니까 치즈가 자꾸 연상되기도 하네요. 

 

힌두교 문화를 이룬 사람들은 원래 러시아 남부와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에서 유목생활을 하다 인도로 와서 정착했다고 하는데 혹시 유목생활을 했던 흔적이 신화에 남은 걸까?

혼자 상상만 해볼 뿐입니다. 그야말로 상상.

 

우유바다 휘젓기 부조는 1층의 동쪽 회랑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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