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자책을 운운하는 시대이지만 책이라고 하면 모름지기 종이로 만든 책을 떠올리게 됩니다.
종이는 중국 후한의 채륜이 105년 발명했다고 합니다. 종이는 화약, 나침반, 인쇄술과 함께 세계 역사에 획기적인 영향을 끼친 4대 발명품으로 일컬어집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도 물론 책을 만들고 읽었습니다. 역사를 기록해 남기기도 했고요.
종이가 없을 때에는 대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서 다듬은 뒤 그 위에 글자를 썼는데 이것을 죽간竹簡이라고 합니다. 이 죽간을 발처럼 끈으로 엮은 것이 책입니다.
한자漢字의 책冊자는 이렇게 죽간을 발 모양으로 엮은 책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진 상형문자입니다.
중국에 여행 갔을 때 기념품으로 이런 걸 사온 적이 있습니다.
대나무 조각에 반야심경을 새긴 것인데, 물론 이것은 글자를 기계로 새기고 나일론 끈으로 묶었지만, 그 옛날 죽간으로 만든 책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이것을 산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자나 맹자 같은 분들이 읽었던 책은 그러니까 이 죽간으로 만들어진 책이었습니다. 그 제자들이 스승의 말씀을 기록한 것도 죽간에 적었던 것이고요.
진시황의 폭압 정치를 나타내는 말로 '분서갱유'가 있는데, 이런 대나무책들을 태운 것입니다.
영화 <영웅>에 보면 주인공들이 도서관인 듯한 곳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죽간이 잔뜩 쌓인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죽간을 이런 식으로 쌓아 놓으면 아래쪽에 있는 것을 어찌 꺼내려나요^. ^
"청사에 길이 남을 일" 하는 표현처럼 고대에는 역사를 청사靑史라고도 했는데, 이 역시 푸른 대나무를 쪼개서 만든 죽간에 역사를 기록했던 일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합니다.
한자에서 울타리를 뜻하는 글자도 '책'인데, 앞에 나무 목木이 부수로 들어간 柵자입니다.
몽촌토성에 재현해 놓은 목책의 모습입니다. 나무말뚝이 주루룩 박힌 모습을 보니 왜 柵자를 이리 쓰는지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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