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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모내기 노래가 없다고요? (ft. 삼모작과 삼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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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게 다가 아니야.

우리나라에서 그렇다고 다른 나라도 그런 게 아니야.

 

예전에 베트남을 여행했을 때 여기저기 모내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더운 기후라 일년 내내 벼가 자라는 나라니 따로 모내기철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마침 그 지역이 그랬던 건지 어쩐 건지 참 많이 보였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벼를 삼기작까지 한다고 합니다. 일 년에 세 번 벼를 키운다는 말씀. 흔히 삼모작이라고 하는데 삼기작과 삼모작은 다르다고 합니다. 같은 땅에 서로 다른 작물을 번 갈아가며 세 번 키우면 삼모작이고 같은 작물을 세 번 키우는 건 삼기작이라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에 벼를 키우고 겨울에 보리를 키웠으니까 이모작이었던 것이고 만일 기후가 따뜻해서 벼를 두 번 연달아 재배하면 이기작이 되는 겁니다.

 

베트남에서는 기본이 이기작이고 삼기작을 하는 곳도 많다고 합니다.

 

쟁기질하는 물소와 농부

 

여행한 지역이 북부여서 그랬는지 산들이 많고, 다락논도 무척 많았습니다. 이런 땅에 농사를 지으려면 기계가 있어도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을 기계화하면서 농지정리를 많이 했는데 그것도 경사가 웬만해야 내 땅 네 땅 합친 다음 반듯한 모양으로 다시 나누지 이렇게 경사진 곳에서는 힘들겠지요. 

 

 

 

마을 옆 평지든 다락논이든 여기저기  모내기하는 사람들이 보이니, 민속에 특히 노래에 관심 많은 일행이 모내기 노래를 청해 봅니다. 그런데 이 분들 반응이 뭔 소리야? 하는 식입니다. 

이 동네 저 동네 모두 마찬가지 반응입니다. 낯선 사람이 노래를 청하니 뜨아한 건가? 노래 부르기 쑥스러워서 그러나? 그렇게 추측만 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모내기 노래가 없다는 겁니다.

 

베트남 전통모자 논라를 쓴 농부

 

모내기 노래가 없다고요?

우리들 머리가 갸우뚱해집니다. 자고로 사람들이 노동하는 현장에는 노래가 따라오는 법. 특히나 농업이 산업의 전부였다시피 한 전근대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지금도 일을 할 때 노래를 듣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논일을 하든 밭일을 하든 노동요가 다 있습니다. 특히 모내기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한꺼번에 일을 할 때는 기운을 북돋기 위해 노래만 부르는 사람이 따로 있을 정도였고요.

그런데 인간 사는 세상에, 힘든 일을 하는 현장에 노동요가 없다니 말이 돼?

농업이 기계화돼서 우리처럼 한 사람이 이앙기를 몰며 여러 논에 모를 심는 것도 아니고, 참 희한한 일이네 하면서 말이지요. 

 

모내기할 때는 옆으로 나란히~~~

 

그래도 다시 만나는 농민들에게 혹시나 하고 모내기 노래를 청해 보지만 역시나 고개를 젓습니다. 

왜일까? 왜 베트남 사람들은 모내기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우리끼리 궁금해하다가 드디어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모내기를 한 지 얼마 안 됐다네요.

응? 그럼 벼농사를 어떻게 지은겨?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할 뻔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직파법으로 농사를 짓다가 조선시대 이후 본격적으로 모내기를 했다는 생각이 납니다.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볍씨를 직접 뿌려 벼를 키웠습니다. 그러다가 모내기를 하는 이앙법이 들어왔는데 장점이 많아 급속도로 보급됩니다.

어느 정도 자란 벼를 심어서 키우니 생명이 강하고, 논에 풀이 덜 나서 김매는 노동력을 줄일 수 있고, 소출도 많고, 모판에서 어린 벼들이 자라는 동안 논에 다른 작물을 키울 수 있는 등등.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모내기철에 비가 안 오면 일 년 농사를 망친다는 것. 우리나라처럼 봄철이 가문 지역에서는 위험 부담이 큰 방법이었지요. 

 

조선 초기에는 나라에서 이앙법을 금지할 정도였지만 농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모내기를 합니다. 그리고 저수지를 만든다 물길을 뚫는다 하며 노력한 끝에 이앙법이 완전히 정착하지요.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는 벼농사란 봄철 모내기로 시작된다입니다. 조금 더 관심있는 사람은 그 전에 볍씨를 담가 모판을 만든다 그런 것도 알고요. 

 

농사는 때에 맞추는 게 참 중요한데 모내기는 특히 그렇습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이 우루루 모여들어 한꺼번에 해치웁니다. 오늘은 길동이네 논, 내일은 춘향이네 논 하는 식으로 돌아가면서요. 각자 자기네 집 모내기를 알아서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모여서 힘든 노동을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노래입니다. 모여서 일을 할 때는 물론이고 한두 사람이 김을 맬 때도 노래를 부릅니다. 

 

그런데 베트남처럼 벼농사를 많이 짓는 동네에서 모내기 노래가 없다니 이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벼를 키울 때는 당연히 이앙법으로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게 이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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