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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실

포사 때문에 양치기 소년이 된 주나라 유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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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달기, 서시, 포사........

중국 역사에는 나라를 망하게 할 만큼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여인이 여러 명 나옵니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빠진 왕은 정사를 돌볼 생각은 않고 주색에 빠져 지내다가 급기야는 나라를 말아먹고 말지요. 이렇듯 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뛰어난 미모, 이런 여인들을 일컬어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합니다.

 

중국 고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주나라가 망하는 데 한몫했던 포사 역시 경국지색이라 할 수 있을 텐데, 포사를 심히 총애했던 유왕은 포사를 위해 양치기 소년 같은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던가요, 장난으로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치며 마을사람들을 놀리다가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양을 잃고 만 양치기 소년 말입니다.

 

포사는 유왕이 포국褒國을 토벌한 후 얻은 여인입니다. 포인褒人이 바쳤다고 해서 이름을 포사褒姒라 했다 합니다. 포사는 허리가 가늘기로 특히 유명했고, 아들 백복을 낳았습니다.

유왕은 포사에 대한 사랑이 넘치다 보니 급기야 정비인 신씨 왕후와 태자 의구宜臼를 폐하고 포사를 왕비로, 백복을 태자로 삼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슬슬 망조가 보이는군요.

 

포사는 웬일인지 웃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포사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유왕이 별별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용없었던 모양인데 한번은 비단 찢는 소리에 포사가 희미하게 웃었다고 합니다. 이에 유왕은 전국의 비단을 공출해다 계속 포사를 위해 찢게 했다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큰 효과가 없었던 듯한데, 한번은 포사가 크게 웃는 일이 생겼습니다. 실수로 봉화를 잘못 올린 적이 있는데 사방의 제후들이 군사를 거느리고 달려오는 소동이 벌어졌고, 이 모습을 본 포사가 크게 웃었던 겁니다. 그러자 유왕은 포사의 웃는 모습을 보려고 가끔씩 거짓 봉화를 올렸다는군요. 양치기 소년이 따로 없군요.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키질 가하 봉화대입니다.

다른 지역의 봉화도 이렇게 생겼을까요? 제가 본 중국 봉화는 이것뿐이라.....^^

 

 

그 결과는 명약관화明若觀火,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니겠습니까.

유왕이 정사는 돌보지 않고 포사에만 빠져 있는데다 정비까지 내쫓자 그 친정 가문에서는 이민족인 서이, 견융과 함께 유왕을 습격했습니다. 유왕이 다급히 봉화를 올렸지만 숱하게 거짓 봉화에 속았던 제후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유왕과 백복은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포사는 납치되어 견융의 여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포사의 운명도 참 안되어 보이고, 웃지 않는 심정도 이해가 될 듯합니다. 

 

백복 때문에 폐태자 되었던 의구가 유왕의 뒤를 위어 즉위하니 이 왕이 평왕입니다. 주나라는 견융의 위협에 시달리다 결국 B.C.771년 시안에서 낙양으로 천도를 하는데 이때를 기준으로 이전 시기를 서주, 이후 시기를 동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동주 시대의 시작은 곧 춘추시대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서주의 영역을 나타내는 이 지도는 위키백과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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