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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지리산 불일폭포, 장마철의 장쾌한 폭포소리 ( ft. 국사암, 불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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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답게 몇날 며칠 비가 쏟아지다가 웬일로 해가 쨍한 날 지리산 불일폭포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폭포는 시원한 물줄기 쏟아지는 거 보러 가는 것이니

장마철이야말로 폭포 보러 가기 좋은 때!

 

지리10경 중 하나로 꼽히는 불일폭포는 높이가 60m,

우리나라 폭포로는 제법 큰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노년기 지형이다 보니 크고 웅장한 폭포를 보기 힘듭니다.

 

불일폭포는 화개 쌍계사에서 북동쪽으로 2.3km 지점에 있습니다. 

불일폭포를 보러 갈 때 대개는 쌍계사에서 출발하게 되는데,

저는 국사암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화개에서 쌍계사 입구를 지나 운수리 마을로 해서 국사암으로 갑니다.

주차장에서 암자로 계속 길이 나있지만, 국사암의 정문은 비탈 위쪽에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이 계단으로 올라가면 왼쪽으로 국사암 입구이고

오른쪽으로는 지리산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이번 비에 그런 건지 돌들이 무너져 내려 계단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국사암 옆문(?)으로 들어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주차장에서 바로 올라가는 샛길이 있었다는....ㅜㅜ

 

국사암은 내려오는 길에 둘러보기로 합니다.

 

국사암을 지나 조금 가면 방사탑을 지나게 되고

 

 

300m 정도 지점에서 쌍계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납니다.

 

 

쌍계사에서도 300m 지점이고, 불일폭포까지 2km를 가야 하는군요.

쌍계사에서 이 지점까지 꽤 가팔랐던 기억이 있네요. 

 

 

계곡을 건너는 나무 다리를 건너고

 

 

조금 더 올라가니 환학대라는 곳이 나옵니다.

 

 

신라말 고운 최치원이 청학동을 찾아다닐 때 이곳에서 학을 불러 타고 다녔다고 합니다.

최치원은 신라말 어지러운 세상을 한탄하며 각지를 돌아다니다 가야산에서 여생을 마쳤다고 하는데

지리산 쪽에도 최치원과 관련된 이야기가 제법 전합니다. 

 

그, 그런데, 

학이 이런 숲에도 날아오고 그러나?

음, 전설은 전설일 뿐 시비걸지 말기로....^^;;;

 

환학대가 불일폭포까지 딱 중간지점이네요.

 

 

조금 더 올라가니 작은 폭포처럼 물이 쏟아지는 곳이 있는데, 마족대라고 합니다.

 

 

말이 지나간 자국이 있어서 마족대라고 한다는데, 마적대 혹은 마적암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에서 말은 그냥 말이 아니라 용마!

청학동에 살던 최치원 선생이 말을 타고 가다 머물렀던 곳이라나요.

 

계곡에 한눈도 팔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쉬엄쉬엄 40분쯤 오르니 

울창한 숲길 앞쪽에 밝은 곳이 보입니다. 

불일평전입니다.

 

 

불일평전 입구의 장승들

지하여장군의 시원하게 드러난 치아가 익살스럽게 보이고 비녀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지하여장군 옆에 천하동장군이라 적힌 동자 장승들만 있고 천하대장군이 없습니다.

원래 있었는데 쓰러진 걸까요?

애들아, 아버지 어디 가셨니?

그래 뭐 아버지 없이 엄마랑만 사는 집도 있는 거지 뭐.

 

 

울창한 산길을 가다 뜬금없이 나타나는 평평한 곳, 불일평전입니다.

사진 속 저 돌집은 예전에 취사장으로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떠려나요?

 

 

불일평전을 지나면 다시 숲길입니다. 

이끼 가득한 숲길을 지나

 

 

5분쯤 가면 남부능선 올라가는 등산로와 길이 갈라집니다.

왼쪽으로 가면 삼신봉 지나 남부능선을 타고 세석까지 가는 길이고,

불일폭포는 오른쪽 길로 갑니다.

 

 

데크가 설치된 길을 걷다 보면

 

 

나무들 사이로 불일폭포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가 계속 오고 난 뒤라 그런지 수량이 퍽 많습니다.

불일폭포를 보는 중 가장 물이 많네요^^

 

 

데크 아래로 내려가면 불일폭포 전체가 보입니다.

 

 

폭포가 두 단으로 길게 쏟아지다 보니 가로 사진을 찍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폭포 모습이 어째 머리를 휘날리는 여인네 모습 같기도 합니다.

내 눈에만 그런가?^^

 

수량이 많아서인지 폭포소리도 장난 아닙니다.

 

 

비온 뒤인데다 일요일이다 보니 불일폭포를 보러 오는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동영상 찍는다고 한참 머물렀는데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려오네요^^

 

폭포를 실컷 보고 돌아오는 길에 불일암을 둘러봅니다. 

 

불일암은 폭포 바로 위쪽에 있습니다.

탐방로 옆이지만 이 암자에까지 관심을 두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불일폭포와 불일암에 붙은 이름, 불일은 고려말 보조국사 지눌의 시호입니다. 

 

폭포 근처에서 수도를 하던 보조국사(1158~1210)가 입적 후에 불일보조라는 시호를 받자

그 시호를 따라 불일폭포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보조국사가 머물던 암자를 불일암이라고 했고요.

 

불일佛日은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의 광명을 태양에 비유하여 일컫는 말입니다.

 

불일암은 복원된 지 얼마 안된 걸로 압니다.

 

폭포에서 올라오다가 탐방로 옆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축대가 먼저 보입니다.  

 

 

겨울철에 둘러놓은 것인지 비닐로 문을 꽁꽁 싸놓았습니다.

하긴 이 산중에서 겨울을 나려면 몹시 춥겠습니다. 

 

 

불일암 법당은 뒤쪽에 있습니다. 

가파른 비탈에 있는 암자라 터가 작습니다.

 

 

불일암에서 앞쪽을 바라본 모습

 

 

불일암까지 둘러본 뒤 내려오면서 출발할 때 지나쳤던 국사암도 둘러봅니다.

 

국사암은 통일신라 문성왕 때 진감혜소眞鑑慧沼가 세웠다고 합니다. 

진감혜소는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840년 지리산 중턱에 보월암을 짓고 머물렀는데

민애왕의 부름을 받고도 나아가지 않았다네요. 

민애왕이 진감혜소를 스승으로 삼으면서 진감선사라고 하였고

왕의 스승이 머물던 곳이라 해서 국사암이라 부른다 합니다. 

 

 

국사암 앞에 엄청 큰 나무가 있는데

혜소 스님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자란 느릅나무라고 합니다.

스님들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는 어째 다 나무로 자라는겨?ㅋㅋㅋ

 

이 나무를 사천왕수四天王樹라 부른다는군요.

사천왕이 절을 수호하듯 국사암을 지켜주는 나무라는 의미겠지요.

 

 

문을 들어서면 국사암이라 쓰인 전각이 보입니다.

법당 같지는 않고 살림채인 듯?

 

 

절 마당에 상사화가 피어 있습니다. 

주변에도 몇 그루씩 보이는 걸 보니 곧 상사화철이 되나 봅니다.

 

 

국사암 제일 높은 쪽에 문수전이 있습니다.

 

 

문수전 안의 불상들인데 어떤 보살님일까요?

오른쪽에 있는 지장보살은 헤어스타일(?)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다른 보살님은 영....^^

 

 

법당 이름이 문수전이니 문수보살?

그렇다면 또 한 분은?

보통 문수보살과 짝을 지어 다니는 분은 보현보살이신데......

 

문수전 앞에서 보는 국사암의 삼층석탑

 

 

석탑이 연륜이 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국사암의 전각은 대부분 1980년대 새로 지었다 합니다.

 

불일폭포 잘 구경하고 국사암까지 둘러보면서

장마철 반짝하는 햇빛처럼 짧은 외출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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