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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방곡곡

차귀도 매바위와 호종단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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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는 제주도 서쪽에 있는 작은 무인도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 속합니다.

차귀도에는 매바위 혹은 독수리바위라고 불리는 바위가 있는데, 이름 그대로 매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방향을 잘 잡고 보면 영낙없이 매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은 형상입니다. 호종단 전설까지 듣고 나면 아주 그럴싸해서 당장이라도 이 매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듯합니다.   

 

호종단은 중국 송나라 사람으로 제주도에 와 곳곳의 혈맥을 끊고 다녔다 합니다. 송나라 왕이 지리서를 보니 고려의 지세가 특이해서 장차 걸출한 인물이 나타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면 고려가 자기네 나라를 위협할 것이라 염려가 되었지요. 그런데 고려는 배 형태이고 제주도는 배의 닻에 해당하는 형국이어서 송나라 왕은 닻이 없으면 배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 여겼고, 풍수에 능한 호종단을 제주도에 보내 혈을 끊도록 했습니다. 

 

호종단은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혈을 끊었다는데, 이것과 관련해 곳곳에 전설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설에서는 호종단이라는 이름보다 고종달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등장합니다. 어떤 전설에서는 진시황이 보낸 인물로 설정되어 있기도 한데, 이것은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서복(서불)을 보냈던 것과 혼동되어 그런 듯합니다.

 

호종단이 지금의 제주시 화북동에 이르렀을 때 더이상 혈을 찾지 못해 돌아가려고 하는데 매 한 마리가 나타나 호종단이 탄 배를 침몰시켰다고 합니다. 이 매는 한라산 산신의 동생이 죽어서 변한 것으로 조정에서는 그 신령스러움에 감탄해  즉시 광양왕이라는 작위를 내리고 해마다 제를 지냈습니다. 이 제사는 조선시대에도 이어졌다 합니다.

차귀도 앞바다가 바로 호종단 일행이 가라앉은 곳으로, 차귀도遮歸島라는 이름도 호종단이 돌아가지 못한 곳이라 해서 붙이게 되었다는 그런 전설입니다.  

 

 

 

 

제주목사를 지냈던 이원진(1594~1665)은 이 전설에 대해 "호종단은 고려에 벼슬하여 기거사인에 이르러 죽은 사람"이라며 근거 없는 말로 일축했다 합니다.  

이 말대로 호종단은 역사상 실재한 인물입니다. 송나라 복주福州 출신으로 고려에 귀화해 왔는데 예종의 후한 대접을 받으며 고려에서 벼슬을 했고 기거사인으로 있던 인종 4년(1126)에는 척준경이 궁궐에 난입하자 이들에게 무기를 버리도록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기거사인起居舍人은 고려 때 중서문하성中書門下省에 소속돼 왕의 언행을 기록하던 벼슬입니다.    

 

아마도 차귀도 매바위 전설은 역사적 사실과 민간 설화가 혼용되어 나타난 이야기 같습니다. 제주도의 지기를 누르고 다니던 인물에 대한 설화는 형태를 조금씩 달리하면서 제주도 마을 곳곳에 전한다고 합니다. 장자못 설화처럼 하나의 유형을 이루는 설화인 셈입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차귀도 잠수함이 이 전설을 테마로 하고 있다 합니다. 제주도에는 잠수함 유람을 하는 곳이 몇 곳 있는데 차귀도에는 해적잠수함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웬 해적? 했는데 매바위 전설에서 호종단 일행이 가라앉을 때 금은보화도 함께 가라앉았는데 잠수함을 타고 이 보물을 찾아보자, 이런 내용으로 진행하는 모양입니다. 요즘 대세인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활용한 관광인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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